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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간 서울행 기차타는 환자 보호자 "아이 치료할 지역 병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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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식 기자]
라포르시안

[라포르시안] "중증 질환인 아이 치료를 부산에 있는 모든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거부당했다. 이후 서울대학병원을 다니고 있다. 면역항암제 복용 이후에는 감기만 걸려도 받아주는 지역 병원이 없다. 왜 지방에 있는 대학병원을 믿지 못하냐고 하지만 오죽하면 17년 동안 기차를 타면서 서울대학병원을 다니겠나."

지방의료의 붕괴를 호소하는 실제 환자 보호자의 하소연이다.

일차·지역의료 전문가들은 일차의료와 지역의료를 활성화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지자체 중심의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운영'과 중진료권 단위 의료기관의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장기적으로는 시장성이 없어서 민간이 접근하지 못하는 지역의 보건지소를 개방형 공공의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같은 주장은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9일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의료개혁, 현장이 말하다-일차의료와 지역의료 살리기' 토론회에서 나왔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가 사회를 맡고 평창의료원 박건희 원장 일산병원 일차의료개발센터 박성배 교수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이주열 교수 느티나무의원 김종희 원장 지역환자 보호자 최현순 씨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부산에서 올라온 환자 보호자 최현순 씨는 생후 8개월부터 17년 동안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 자녀의 사연을 소개했다.

최현순 씨는 "아이가 생후 8개월 때부터 신증후군으로 아팠는데 당시 집이 김해여서 인근 소아청소년과의원부터 부산 소재 대학병원까지 갔는데 거기서도 안 된다고 해서 2007년부터 서울대병원을 다니고 있다"며 "복막투석을 하다가 신장 이식을 받은 후 3개월 만에 면역억제제 부작용으로 악성 림프종이 와서 항암치료도 받으면서 서울대병원을 다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씨는 "면역억제제를 먹다보니 병원에서 더 안 받아준다. 아이가 감기만 걸려도 지역에서 받아주는 병원이 없다. 부산에 있는 모든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거부당했다"며 "그 다음부터 아예 그쪽으로 안 가고 응급실도 무조건 서울대학병원으로 온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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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역에서는 내 아이처럼 중증이고 희귀난치인 아이들도 있지만 중증으로 가는 정도의 아이들도 진료받기가 힘들다"며 "일각에서는 왜 지방에 있는 대학병원을 믿지 못하냐, 병원 쇼핑을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당사자가 아니니까 모르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17년 동안 기차를 타면서 서울대학병원을 다니겠나"라고 반문했다.

지방에서의 다학제 진료 필요성도 강조했다.

최 씨는 "아이가 신장이 안 좋답니 따라오는 질환들이 많아지더라. 애기 때는 신장만 고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신장이 망가지니까 심장에도 무리가 오고, 약을 많이 먹다보니 간에도 무리가 오고, 생식기에도 문제가 발생했다"며 "그런데 병원 한 곳에서 커버가 안 돼 계속 서울로 올 수밖에 없었다. 한 사람이 복합적으로 아플 때 종합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산병원 박성배 교수는 일차의료의 속성인 지속성·포괄성·조정성·퍼스트 컨택트(First Contact)의 정립을 강조했다.

박성배 교수는 "일차의료에서 지속성이 유지되려면 환자와 의사 간 지속적 신뢰관계에 기반한 포트폴리오가 마련돼야 한다"며 "어릴 때부터 또는 10~20년 전부터 환자의 모든 것에 대한 정보가 꾸준하게 모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유연한 등록제'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 교수는 "의사-환자 등록제에 민감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포트폴리오를 위해선 지속적인 관계에 기반해야 되기 때문에 환자가 병원을 얼마든지 옮겨다닐 수는 있지만 일단 의사와 환자 간에 공식적인 관계가 있는 유연한 등록제 모습을 가지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000명의 환자를 한 달 동안 지켜봤었을 때 약 94%는 병원에 가지 않아도 일차의료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통계가 이미 나와있다"며 "94%의 환자가 여러 군데를 다니는 비효율성이 아닌, 진짜로 환자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는 의사는 약에 의한 작은 변화나 부작용을 비롯해 환자의 마이너한 부분을 충분히 캐치할 수 있다. 그래서 포괄성을 가진 일차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사회 내에서 질환이 해결되지 못할 수도 있다. 특히 중증·희귀질환·난치성 질환은 더욱 그렇다"며 "그렇다면 코디네이션 조정을 통해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병원을 통해서 그것이 해결될 수 있도록 하는 조정성이 굉장히 중요하다. 따라서 조정성과 포괄성은 같이 간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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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배 교수는 지역 환자의 맞춤형 관리를 위해선 의사 한명이 아닌 팀(Team) 기반의 일차의료 모델을 필요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퍼스트 컨텍트의 경우 우리나라는 워낙 병원 접근성이 좋아서 문제가 별로 없다"며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고령화로 인해 복합 만성질환자와 기능이 저하된 환자가 굉장히 많다. 이를 대처하기 위해서는 등록제에 기반한 팀 체제의 일차의료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는 환자가 불편하면 방문하는 등 불편한 상황에 대해서만 케어가 되고, 이후 서로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의사의 방문 여부와 상관없이 등록 관계를 맺은 환자들은 지속적인 관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자를 등록하고 지속적인 관계 안에서 포괄적으로 평가하면서 포트폴리오를 만든 후, 위험군 분류를 통해 케어플랜을 도출한 다음에 위험 분류에 따라서 맞춤형 관리를 해야 한다"며 "이는 의사 한 명이 아니라 팀이 관리를 하고 비상 시 비대면·상시 관리 재택의료 등이 있는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는 주치의 기능보다 좀 더 확장된 개념인데 인력 보강이 필수적"이라며 "인력들을 고용하고 안정적으로 인력을 운영 가능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선 방문진료의 양에 좌우되지 않는 새로운 지원 모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서울대 이주열 교수는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추진을 제안했다.

수도권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 진료과목 간 편차 확대 등 불균형 심화로 지역‧필수의료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은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 이주열 교수의 주장이다.

특히, 시도가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의 주체가 돼야 하되, 국민들의 의료이용 행태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지역별 의료문제와 해결 방안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지방시대에 적합한 정책이 필요하다"며 "대신 중앙정부는 시도가 지역 특성을 반영해 의료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나친 의료기관 의존, 대형병원 선호, 공공병원 불신, 수도권으로 이동 등 국민의 의료이용 행태 개선을 위해 지역 의료전달체계 개선, 경증 및 대진료권 이외 지역 본인부담금 강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현 정부 내에서 추진할 단기 과제로 시도 중심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운영 계획' 수립 지역 의료전달체계 개선(중진료권 단위 의료기관 협력네트워크 구축) 시군(특례시 제외) 의료기관 필수의료 분야에 지역수가(공공수가) 적용 수련의 과정 공동 운영·공공임상교수제 정착·지방의료원 겸임 금지 해제 등 국립대 병원과 지방의료원의 연계 중앙정부가 지방의료원에 법정 예산 지원 법적 근거 마련 수도권에 상급종합병원 분원 설치 금지 등을 제안했다.

장기 과제로는 군 지역에 개방형 진료체계를 운영하되 의사는 모든 의료기관에서 겸직 진료를 가능케 하고, 보건지소를 개방형 공공의원으로 전환해야 방안을 제시했다. 시장성이 없어서 민간이 접근하지 않는 지역에 공공의료가 들어와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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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교수는 의료소비자에게 지역 일차의료기관에 대한 질적 신뢰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의사면허만 있으면 모든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다. 의사 국가시험만 통과한 의사가 전문의와 같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구조"라며 "이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질의 차이가 굉장히 크게 존재할 수 있다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차의료기관에도 의료기관 인증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상급종합병원, 요양병원, 정신의료기관은 의무적으로 의료기관 인증을 받지만 그 외에는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며 "일차의료기관의 질 향상을 위해선 의원급 의료기관도 반드시 의료기관 인증제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에 의원을 개설할 때 보건소에 신고만 하면 되는 구조에서는 질 관리가 미흡할 수 밖에 없다"며 "이 부분을 확실히 해줘야만 국민들이 동네의원에서도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확신을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적정성 평가도 일차의료기관에 적용해야 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주열 교수는 "심평원의 적정성 평가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중심이고, 일차의료기관에 대해선 매우 제한된 서비스에 대해서만 실시하고 있다"며 "일차의료기관 의료서비스의 질을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나 심평원에서 보장한다는 것은 소비자에게 의료 선택권을 준다는 의미다. 소비자에게 일차의료기관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줘야만 상급종합병원 쏠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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