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9시 서울 올림픽대로 방화대교 남단에서 경찰차가 2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사고 차량을 가로막고 있다. (강서경찰서 제공) |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술 냄새가 전혀 안 나는데?"
5일 오후 9시 밤. 서울 올림픽대로 잠실 방향 방화대교 남단 부근에서 한 통의 신고가 접수됐다. 음주 운전으로 보이는 차량이 올림픽대로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박으며 난폭 운전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근처에서 순찰하고 있던 강서경찰서 교통안전계 소속 유형석, 조성우 경장과 이승재 경위는 신고 2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중앙 가드레일에 붙어 멈춰 서 있는 경차 1대를 발견했다. 순찰차에서 내린 경찰들은 운전석에 다가가 창문을 두드렸다.
운전석엔 권 모 씨(54)가 안절부절 못하며 앉아 있었다. "내리세요!" 경찰이 유리창을 두드렸지만, 권 씨는 대답이 없었다. 몇 번이고 내릴 것을 요구했지만 반응이 없자 이상하게 여긴 경찰들은 즉시 차량 유리문을 강제 개방해 권 씨의 상태를 살폈다.
권 씨는 입에 거품을 문 채 액셀 페달을 밟고 오른쪽 머리를 긁는 듯 쥐어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응급 상황임을 직감한 경찰은 즉시 권 씨가 탄 차량 시동을 끄고 안전벨트를 푼 뒤 119 구급대에 공조를 요청했다.
권 씨는 즉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검사 결과 운전 중 갑자기 뇌출혈이 찾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권 씨는 생명에 지장이 없으며 수술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출동부터 응급실 이송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0분 남짓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의 발 빠른 대처가 권 씨의 목숨을 살린 셈이다.
유 경장은 "간질 등 뇌 질환이 의심돼 현장에서 조처했는데 알고 보니 뇌출혈인 것으로 전해 들어 놀랐다"며 "앞으로도 각자 맡은 위치에서 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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