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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결승 판정패' 임애지 어리둥절…"긴가민가했지만 이긴다고 생각했다" [2024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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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준형 기자) 한국 여자 복싱 최초의 메달을 수확한 임애지(화순군청)가 준결승 경기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자신이 충분히 이길만한 경기였다고 생각했다.

임애지는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kg급 준결승전에서 하티세 아크바시(튀르키예)에게 2-3(28-29 27-30 29-28 27-30 29-28)으로 판정패했다. 부심 5명 중 2명의 임애지의 승리로 채점했으나 3명은 아크바시의 손을 들어줬다.

임애지의 상대 아크바시는 강력한 상대였다. 아크바시는 2022년 국제복싱협회(IBA) 이스탄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세계 챔피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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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유지하고 멀리서 긴 팔을 이용해 상대를 견제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선수끼리 만났기에 1라운드는 소극적인 경기 양상이 이어졌다. 아크바시가 멀리서 주먹을 뻗고 임애지는 아웃 복싱 대신 상대 품으로 파고 드는 전략을 택했다.

아크바시는 가드를 내리고 임애지를 유인했으나, 임애지도 결정적인 타격을 허용하지 않고 잘 버텼다. 1라운드는 2-3으로 임애지가 조금 뒤처진 것으로 점수가 나왔다.

2라운드에도 아크바시는 가드를 내리고 임애지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 임애지는 아크바시의 긴 리치를 극복하지 못하고 2라운드에서 1-4로 크게 뒤졌다.

임애지는 최종 3라운드에서 압도적인 경기를 펼쳐야만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임애지는 수세로 돌아선 아크바시를 상대로 맹공을 퍼부으며 선전했다. 하지만 판정은 아크바시의 손을 들어줬고 임애지는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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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지는 준결승전 패배로 결승 무대를 밟지 못하고 값진 동메달로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복싱은 동메달 결정전 없이 준결승전에서 패한 두 선수에게 모두 동메달을 수여한다.

아쉬운 패배였지만 임애지의 활약은 박수받아 마땅했다. 임애지의 동메달은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60kg급 은메달을 획득한 한순철(서울시청) 이후 12년 만의 한국 복싱에 안겨준 메달이었고 한국 여자 복싱 최초의 올림픽 메달이었다. 한순철은 이번 대회 임애지를 지도한 코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임애지는 기쁨보다 아쉬운 감정이 앞섰다. 이긴다는 생각이 크진 않았지만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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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지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솔직히 동메달을 따기 싫었다. 꼭 결승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마지막 공이 울렸을 때, 이겼을까 졌을까 긴가민가했지만 나는 내가 이겼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판정에 대한 아쉬움을 표출했다.

하지만 상대를 인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아크바시는 빠르고 공격 후에 마무리가 좋다. 내가 깔끔하지 못해서 그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었고 그 부분에서 졌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선수는 안 만나고 싶었다"며 "코치님께서 첫 라운드에 3-2로 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진다는 생각은 없었고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국 복싱에 대한 바람을 전함과 동시에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임애지는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전국체전 준비를 하게 되는데 한국은 체급이 50kg, 60kg, 75kg밖에 없다. 지금 한국에 가면 다시 60kg까지 다시 찌워야 하는 상황이다. 중간 체급이 없었다. 아시안게임 때도 54kg으로 뛰다가 한국에서는 다시 60kg으로 찌우고 다시 54kg으로 감량하는 그 시간에 나에 대한 정체성이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울먹였다.

이어 "좋은 결과 좋은 결과 못 가져와서 아쉽지만, 우리나라 복싱을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 나에 대한 기대를 조금 더 하게 됐다. 2년 뒤, 아시안게임과 4년 뒤, LA 올림픽을 열심히 준비할 생각"이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임애지가 판정에 아쉬움을 드러낼 만한 경기였다. 1라운드는 두 선수 모두 적극적인 모습이 아니었기에 누가 우세를 가져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3라운드에서는 오히려 임애지가 더 나은 모습이었다. 2라운드에 뒤진 것이 아쉬웠지만 3라운드 활약으로 판정을 뒤집어도 이상하지 않을 경기였다.

임애지는 이번 대회 많은 주목을 받지 않았지만 자신의 실력으로 많은 주목을 끌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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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임애지는 자신이 땀을 흘린 노력으로 가장 큰 무대인 올림픽에서 실력을 입증해 보였고 한국을 넘어 세계에 놀라움을 안겼다. 변방의 한국 여자 복싱 선수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세계 챔피언이었던 선수와 맞먹을 정도로 좋은 경기를 펼쳤다.

임애지는 대회 시작부터 행운이 따랐다. 임애지는 지난달 26일 진행된 대진 추첨에서 1회전(32강) 부전승으로 16강에 올랐다. 16강 상대는 지난해 팬 아메리칸 경기 대회에서 2위에 오른 타티아나 레지나 지 헤수스 샤가스(브라질)였다.

임애지는 타티나아를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최종 3라운드까지 가는 상황 속에 4-1 판정승을 거뒀다. 부심 5명 중 4명이 30-27의 점수로 임애지의 승리로 채점했다.

8강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경기였다. 8강만 이기면 준결승에서 지더라도 메달을 확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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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은 짜릿한 승리였다. 임애지는 지난 2일 예니 마르셀로 아리아스 카스타네다(콜롬비아)와의 8강전에서 3-2 판정승을 거뒀다. 두 명의 부심이 30-27로 임애지의 손을 들었고 다른 3명의 심판은 모두 29-28로 채점했다. 임애지의 적극적인 모습이 만들어낸 판정승이었다.

준결승에서도 기세는 이어졌다. 상대가 힘든 상대이니만큼 1라운드는 탐색전을 펼쳤다. 2라운드에서 상대에 공격에 허용하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3라운드 열세인 상황에서 경기를 주도하며 비등한 경기를 펼쳤다.

임애지의 이번 올림픽 성과는 대단하다. 임애지는 3년 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복서로는 최초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첫 올림픽에서는 첫 경기에서 탈락하며 눈물을 흘렸지만 두 번째 대회 만에 동메달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지난해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아쉬웠다. 임애지는 아시안게임 54kg급 메달 기대주로 꼽혔지만 16강에서 북한의 방철미에게 패하며 메달을 놓쳤다. 이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했다면 올림픽 진출권도 얻는 상황이었지만 올림픽 진출권을 다음으로 기약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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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지는 무너지지 않고 지난 6월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고 동메달을 차지하며 세계 3위라는 업적을 달성했다. 임애지는 한국으로 들어와 오는 10월 경상남도에서 열리는 제105회 전국체전을 준비한다.

임애지는 동메달을 넘어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임애지는 이번 경기 아쉬움을 뒤로 하고 2026 나고야 아시안게임과 2028 LA 올림픽에서 금메달이라는 최고의 성적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준형 기자 junhyong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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