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남 완도의 한 교실에서 10년째 한글을 배우는 할머니가 있습니다. 하늘나라에 사는 '오직 한 사람'에게 보낼 시를 쓰기 위해서입니다.
몽글터뷰 이상엽 기자가 오롯이 할머니의 목소리로 시를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황화자/시인 할머니]
"('오직 한 사람' 누구한테 쓰신 거예요?) 하늘나라에 가있지. 하늘나라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 거야"
전남 완도군 한글학교
84세 할머니를 소개합니다
이상엽의 몽글터뷰
낭만시인 황화자
[황화자/시인 할머니]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황화자요. (한글은 어디서 배우셨어요?) 한글학교에서. 조금 두렵고 창피하기도 하고 선생님도 좋아하고 잘한다고 칭찬하니까 기분이 좋더만. 글을 못 배워서 항상 배움의 한이 됐지"
10년째 한글을 배워요
할머니는 어떤 학생일까요?
[박남수/한글학교 교장]
"이야기를 담담하게 글로 쓰실 수 있는 유일한 분이죠. 그래서 이분의 글을 읽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고요"
[황화자/시인 할머니]
"(왜 갑자기 눈물이 나세요?) 눈물이 나네. 그이 생각에"
[박남수/한글학교 교장]
"아버지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눈물 나오면 또 뚝뚝 떨어져요. 다른 사람들은 못 하잖아요. 그런데 이 엄마는 그래요"
[황화자/시인 할머니]
"(감수성이 좋으신 것 같아요) 보고 싶은 내 님아. 어디 갔냐. 보고 싶은 내 님아. 사랑을 누가 아름답다 했나요. 누가 아름답게 했을까. 우리 그대가 그랬어. 우리 그대가"
6년 전 세상을 떠난 남편
할머니는 시를 쓰고 읊었어요
[황화자/시인 할머니]
"('오직 한 사람' 누구한테 쓰신 거예요?) 오직 한 사람? 오직 한 사람한테 쓴 거지. 우리 남편. 하늘나라에 가있지. 하늘나라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 거야. (할아버지 처음 만났을 때도 기억나세요?) 시집이 뭔지 처음 만날 때 밤낮 울고. 시집 오는 날까지도 울고 그랬지. 안 온다고. 그랬는데 와서 이러고 사니까 할아버지가 너무 좋게 해주니까. 아기같이 나한테 해줬지. 보고 싶네 보고 싶어. 꿈에라도 한 번 봐주게. 꿈에라도 안 봐줘. 그렇게 멀리 가버렸는가"
<오직 한 사람>
유방암 진단 받은 나한테
남편이 울면서 하는 말
"5년만 더 살어"
그러던 남편이 먼저 하늘나라로 갔다
손주 결혼식에서 울었다
아들이 동태찜 사도 눈물이 났다
며느리가 메이커 잠바를 사줄 때도 울었다
오직 한 사람 남편이 없어서
[황화자/시인 할머니]
"(지금 할머니의 인생은 어떤 것 같으세요?) 내 인생? 내 인생은 지금 행복하지. 내 인생은 지금 행복해. 남편은 갔어도. 남편은 가서 나 편히 살라고 먼저 갔을 거야. (앞으로 시는 계속 쓰실 거예요?) 아이고 써질랑가 어쩔랑가"
[영상디자인 이정회 황수비]
◆ 관련 기사
"하늘나라에 시 쓰고 싶어 한글 배웠구먼"...섬마을 할머니의 '오직 한 사람'
→ 기사 바로가기 : 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208739
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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