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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엑스의 제4이동통신사 도전이 실패로 돌아갔다. 그래픽=홍연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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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제4이동통신사 선정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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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엑스의 제4이동통신사 도전 실패 일지. 그래픽=홍연택 기자 |
[뉴스웨이 임재덕 기자]국내 제4 이동통신사업자(제4이통) 출범이 또 한 번 좌초됐다. 2010년 최초 시도된 이래 벌써 여덟번째 고배다. 이번에는 다를 줄 알았다. 기간통신사업자 허가제가 등록제로 변경되면서 새로운 사업자 진입이 쉬워진 데다, 정부의 통신시장 개혁 의지 또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했다.
그런데도 의욕적으로 시장에 뛰어든 스테이지엑스 도전마저 앞선 일곱번의 시도처럼 '재정적인 장벽'을 넘어서지 못한 채 무너지고 말았다.
자본금 1억짜리 회사가 4300억 베팅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통 도전은 시작(주파수 경매)부터 삐걱댔다는 목소리가 크다. 업계가 추산한 적정가격보다 3배가량 높은 수준으로 주파수를 입찰받으면서 '승자의 저주'를 자처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시장에 내놓은 28GHz 주파수는 2018년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6223억원(회사당 2000억원대)을 들여 할당받았으나, 4년여 만에 반납한 대역이다. 그만큼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28GHz 주파수는 흔히 5G에 쓰이는 3.5GHz보다 대역폭이 넓어 속도가 빠르지만, 전파 도달 거리가 짧고 장애물을 피하는 회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장비를 더욱 촘촘하게 많이 구축해야 한다.
특히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현재로서는 딱히 없다. 기존 통신사들마저 투자금 2000억원씩을 포기할 정도로 사업하기 어렵다. 정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주파수 할당대가의 최저 경쟁 가격으로 기존보다 65%나 낮춘 742억원을 불렀다. 많은 지원책도 제시했다. 망 구축 의무 수량을 기존 1만5000대에서 6000대로 줄였고, 최대 4000억 원 규모의 정책 금융과 세액공제도 지원하기로 했다.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고자 전국 단위 할당 신청뿐만 아니라 권역 단위 할당 신청도 동시에 가능하도록 했다.
많은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짜 제4이통에 도전했다. 세종텔레콤과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마이모바일(미래모바일)·스테이지엑스(스테이지파이브)가 주파수 경매에 참가했다. 그런데 경매가 과열되며 세종텔레콤이 중도 포기했고, 스테이지엑스와 마이모바일은 50라운드까지 진행된 오름입찰 경매에서 2000억원이 넘도록 경쟁했다.
후속 경매는 더 많은 금액을 써낸 쪽이 주파수 할당 대상 법인으로 선정되는 밀봉입찰 방식으로 진행됐다. 결과는 4301억원을 써낸 스테이지엑스의 승리로 돌아갔다. 마이모바일은 2000억원 후반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업계에서는 주파수 할당 대가가 1500억원을 넘어가면 사업성 검토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던 터라, 스테이지엑스의 성공적인 데뷔에 회의적인 시선이 주를 이뤘다.
당시 스테이지엑스는 "30년 만에 올까 말까 한, 제4통신사 지위를 얻을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해 과감하게 베팅했다"고 설명했다. 뒤늦게 밝혀진 사실이지만, 스테이지엑스의 법인등기부등본상 자본금은 1억원에 불과했다.
"동의 없는 묻지마 베팅에 컨소시엄도 외면"
더 큰 문제는 스테이지엑스가 43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써내는 과정에서 일부 주주의 동의를 받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밀봉입찰은 짧은 시간에 상대의 작전을 간파하고, 무엇보다 적어 낼 금액과 관련해 컨소시엄에 포함된 주주를 설득하는 게 관건이다. 무턱대고 비싼 가격에 주파수를 얻었다가는 수익을 못내 파산에 이를 수 있어서다.
투자금 확보 계획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단 낙찰부터 받자'는 식으로 높은 입찰가를 던진 게 독이 됐다는 평가다. 한 주주사 관계자는 "스테이지엑스가 베팅 금액을 올리는 과정에서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에는 야놀자, 더존비즈온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했고, 연세의료원(세브란스병원), KAIST,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폭스콘인터내셔널홀딩스, 신한투자증권 등은 재무적·전략적 투자자로 함께했다.
불협화음의 결과는 법인 설립 자본금 단계부터 나타났다. 스테이지엑스는 주파수 할당을 위해 법인 설립 후인 5월 7일까지 2050억원의 자본금을 납부해야 했다. 그러나 첫해 납입해야 하는 주파수 할당 대가의 10%인 430억1000만원을 제외한 추가 금액은 없었다. 특히 컨소시엄의 5% 이상 지분을 갖는 주주 6곳 중 약속한 투자금을 납입한 기업은 스테이지파이브를 제외하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에 이에 대한 해명을 요청했고, 회사는 "주파수 할당 절차를 완료한 후인 3분기에 투자자로부터 자금 투자를 받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스테이지엑스가 제출한 주파수할당신청서와 구성주주 및 구성주주별 주식소유비율 측면에서도 상이한 부분이 발견되자, 정부는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판단에 지난달 14일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선정 취소 처분을 통보하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