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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천자]문화재에 숨은 신비한 동물 사전<5>

아시아경제 조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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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바다에 관한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환상 속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의 대표작 <해저 2만리>에 등장하는 크라켄(Kraken)이나 가톨릭 성경에 등장하는 레비아탄(Leviathan)은 거대한 해양 괴수에 관한 인간의 호기심과 두려움을 동시에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 전국시대 이전부터 전해지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백과사전인 <산해경>엔 듣도 보도 못한 기상천외한 수중생물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런 동아시아 전통문화 속에 등장하는 여러 신비로운 요소들은 그저 허황된 망상이 아니라 관찰과 경험을 바탕으로 상상력과 창의력이 더해진 기록으로 볼 수 있다. 옛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신비로운 물고기, 인어는 우리나라 불교문화에도 영향을 끼쳐 부처님의 세계를 아름답고 신비롭게 꾸며주는 역할을 한다. 글자 수 909자.

불국토로 향하는 관문인 일주문(一柱門)과 천왕문(天王門)을 지나면 범종루(梵鐘樓)라는 전각을 만나게 된다. 범종루에는 소리로 중생을 깨우친다는 불전사물(佛殿四物)이 있는데 범종(梵鐘), 법고(法鼓), 운판(雲版), 목어(木魚)가 바로 그것이다. 목어는 물고기 외형에 안쪽이 비어 있는데, 이 부분을 두드려 소리를 낸다.

목어는 크게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 번째는 목어를 두드리는 소리가 수생계에 사는 모든 중생들을 깨우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끊임없는 수행을 의미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물고기는 눈꺼풀이 없다. 그래서 눈을 뜨고 잘 수밖에 없지만 그 덕분에 잠을 자면서도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목어에는 언제는 눈을 뜬 물고기처럼 졸거나 잡념에 흔들리지 말고 오직 수행에 매진해 깨달음을 쟁취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수행과 깨달음의 중요성을 물고기에 빗대어 표현한 우리 조상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물고기는 불교에서 자주 등장하는 친숙한 동물이다. 신령한 물고기를 뜻하는 신어산(神魚山) 자락에 자리한 김해 은하사(銀河寺)와 부산 범어사(梵魚寺), 포항 오어사(吾魚寺), 밀양 만어사(萬魚寺)까지, 전국 곳곳에서 물고기와 관련된 사찰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불교음악인 범패(梵唄)를 달리 어산범패(魚山梵唄)라고 부르는 것도 그 노랫가락이 물고기가 산을 오르내리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유연하기에 물고기처럼 수행에 임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일까? 사찰에는 참으로 다양한 물고기들이 등장한다. 마카라(Makara)라고 불리는 인도신화 속 마갈어(摩竭魚)부터 용머리를 한 어룡(魚龍)까지 매우 다채롭다. 물고기를 상징으로 삼는 것은 수행의 의미뿐만 아니라 목조건물로 이루어진 사찰 특성상 물고기를 곳곳에 배치해 화마(火魔)를 피하고자 하는 기원도 담겨 있다.

-김용덕, <문화재에 숨은 신비한 동물 사전>, 담앤북스, 1만68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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