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 틀지 말고, 스텝 계속 밟아! 가드 올리고!"
지난 2일 오후 6시쯤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종합체육관 내 복싱 연습장. 서울대 복싱부(FOS·Fist of SNU) 부원 10여명이 60여㎡(약 20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한참 운동 중이었다. 이들은 한 시간 동안 거울을 바라보며 권투 동작을 연습했다. 권투를 시작한 지 수년이 됐든 한 달도 안 됐든 기본을 다지는 한 시간의 '지옥 훈련'을 해야 한다는 게 이 동아리의 원칙이다. 연습이 끝나자 올해 초 신입으로 들어온 오영진(22·자유전공학부)씨가 헤드기어를 쓰고 글러브를 낀 채 링 위에 섰다. 복싱부 주장 안형진(25·건축공학과)씨가 앞에 서자 곧이어 스파링을 알리는 "1라운드 시작, 복스(BOX)"라는 신호가 떨어졌다.
오씨는 동아리에 들어온 지 4개월 만인 지난 8월 '제15회 전국대학복싱동아리선수권대회' 55㎏급에 출전했다. 첫 상대는 2년 전 체급 우승자. 상대가 안 될 것 같았지만 이변이 일어났다. 별다른 기술도 없고 체력도 약했던 오씨는 상대방보다 긴 팔이 자신의 장점임을 파악했고, '한 대를 맞으면 한 대를 더 때리겠다'는 각오로 경기를 풀어나갔다고 했다. 상대의 머리를 밀어내며 방어하다가 긴 팔로 공격해 우승 후보를 물리친 오씨는 결승까지 진출해 은메달을 땄다. 기본기와 정신력 그리고 작전의 승리였다는 게 서울대 복싱부의 분석이다.
지난 2일 오후 6시쯤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종합체육관 내 복싱 연습장. 서울대 복싱부(FOS·Fist of SNU) 부원 10여명이 60여㎡(약 20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한참 운동 중이었다. 이들은 한 시간 동안 거울을 바라보며 권투 동작을 연습했다. 권투를 시작한 지 수년이 됐든 한 달도 안 됐든 기본을 다지는 한 시간의 '지옥 훈련'을 해야 한다는 게 이 동아리의 원칙이다. 연습이 끝나자 올해 초 신입으로 들어온 오영진(22·자유전공학부)씨가 헤드기어를 쓰고 글러브를 낀 채 링 위에 섰다. 복싱부 주장 안형진(25·건축공학과)씨가 앞에 서자 곧이어 스파링을 알리는 "1라운드 시작, 복스(BOX)"라는 신호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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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종합체육관 내 복싱 연습장 링 위에서 서울대 복싱 동아리 ‘FOS’ 회원들이 글러브를 낀 채 환하게 웃고 있다. /이덕훈 기자 |
오씨는 동아리에 들어온 지 4개월 만인 지난 8월 '제15회 전국대학복싱동아리선수권대회' 55㎏급에 출전했다. 첫 상대는 2년 전 체급 우승자. 상대가 안 될 것 같았지만 이변이 일어났다. 별다른 기술도 없고 체력도 약했던 오씨는 상대방보다 긴 팔이 자신의 장점임을 파악했고, '한 대를 맞으면 한 대를 더 때리겠다'는 각오로 경기를 풀어나갔다고 했다. 상대의 머리를 밀어내며 방어하다가 긴 팔로 공격해 우승 후보를 물리친 오씨는 결승까지 진출해 은메달을 땄다. 기본기와 정신력 그리고 작전의 승리였다는 게 서울대 복싱부의 분석이다.
서울대 복싱부는 단연 '아마 최강'이다. '만년 꼴찌'인 서울대 야구부와 정반대다. 1995년 창단 이래 전국신인아마추어복싱선수권대회, 전국생활체육복싱선수권대회 등 각종 아마추어 대회에서 줄곧 상위권을 휩쓸었고, 2001년부터 시작된 전국대학복싱동아리대회에서는 종합 우승만 7차례 차지했다. 올해에도 금메달 5개 등 출전 선수 13명 중 9명이 메달을 따며 우승했다.
부원 중 전공이 복싱인 학생은 아무도 없다. 김청렴(25) 코치는 "학생들은 운동도 공부처럼 연구하고 진지한 모습으로 임한다"며 "엘리트 체육 못지않은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해 낸다"고 말했다. 김용호(51) 감독은 "기본자세가 잘 돼 있는 진지한 학생들"이라며 "목표를 세우면 꼭 완수하는 특유의 근성과 기본에 철저한 자세가 '최강' 복싱부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권투를 하면 '힘으로 상대를 제압해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그건 프로 권투 선수들에게 해당하는 얘기"라며 "아마추어 권투에서는 순간순간 두뇌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서울대 학생들이 순발력 있는 결정에 능하다"고 했다.
반면 학생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1등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근성 자체보다는 자신의 한계를 깨달으면서 또 다른 눈을 뜨게 된다는 것이다. 주장 안형진씨는 "'잘난' 서울대생들이 복싱이라는 스포츠를 통해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은 '내가 참 작은 선수였구나'라는 생각"이라며 "나보다 잘하는 친구·선배 사이에서 때로는 지고, 때로는 이기면서 다른 사람이 나보다 뛰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새로운 세계를 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 경기인 권투에서도 협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선배들은 자신이 개인적으로 터득한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1대1로 전수하는 '데이 트레이너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선배는 가르쳐줌으로써 자신의 기술을 유지하고, 후배들은 기술을 전수받아 수개월 만에 빠르게 성장했다. 노광일(21·언론정보학과)씨는 "링 위에서 정식 대결로 연습하다가도 '이런 식으로 공격해봐라. 그럼 내가 더 힘들 것 같다'고 조언하며 대결이 아닌 상대방의 단점을 보완해주기 위한 시합을 펼친다"고 말했다. 서울대 복싱부의 승리는 "경쟁만을 위해 뛰어온 서울대생들이 협동의 필요성을 깨달으며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것이다.
"종합 우승을 했다는 것은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여럿 모이고, 그런 분위기가 확산된 덕인 것 같습니다. 링에서 대결을 펼친 친구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고, 나와 멋진 승부를 한 친구를 아끼게 됩니다. 경기를 한바탕 하고 나면 함께 술을 마신 것처럼 친해지죠." 서울대 복싱부 부주장 황동하(25·법대)씨는 "우리는 술을 전혀 안 마시지만 부원들끼리는 정말 친하다"고 말했다.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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