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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결혼하지 마" 자학서 '퐁퐁'으로…혐오에 가려진 현실 [샷집]

머니투데이 최우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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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건의 집현전]<9> 퐁퐁: 결혼생활 자체를 부정하는 젊은 세대의 자학성 혐오 표현

[편집자주] 한 아재가 조카와 친해지기 위해 유행가 제목을 들먹이며 '샷건의 집현전'이라고 했다죠. 실제 노래 제목은 '사건의 지평선'이었습니다. 아재들이 괜히 아는 체 하다 망신 당하는 일 없도록, MZ세대가 흔히 쓰는 용어들을 풀어드립니다.

결혼 생활에 대한 회의감은 유사 이래로 항상 존재했습니다. 주로 기혼자들에게서 비롯된 게 많았죠. 4050세대가 많이 쓰던 표현 중 "너희들은 결혼하지 마라" 같은 류의 자학성 멘트가 대표적입니다.

어려워진 취업, 높아지는 집값에서 기인한 불안정한 미래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고,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결혼 자체에 대해 조롱하고 폄하하는 표현들까지 횡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설거지'라는 표현입니다. 어릴 때 비교적 자유롭게 연애하던 여성들이 나이가 들면서 경제적 조건 등으로 결혼할 남성을 선택하는데, 연애 경험이 없다시피 한 남성을 찾는다는 겁니다. 여성을 마치 음식처럼 비유하며, 남들이 식사를 마친 그릇을 최종 결혼 상대인 남성이 설거지하듯이 처리한다는 식으로 표현합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미 결혼을 한 기혼자 중 일부가 자신의 불행한 결혼 생활을 자조했다면, 이제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젊은 세대들이 앞장서서 이 같은 '설거지론'을 설파하고 다닙니다. 온라인에서 뿌리 깊게 내려오는 남녀갈등의 주요 이슈 중 하나입니다. 결혼 이후에도 가정의 주도권을 아내에게 뺏긴다며 유부남들을 끊임 없이 조롱하는 게 하나의 트렌드가 된 수준입니다.

주로 온라인의 음지에서만 거론되던 이 개념은 수년 전부터 온갖 커뮤니티 등에서 다발적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세제 브랜드 '퐁퐁'은 이 같은 설거지론에서 파생된 밈으로 주로 유부남들을 공격하는 데 쓰입니다. 상대적으로 연애나 결혼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알려진 전문직 남성이나 금수저 등은 퐁퐁으로 거론되지 않습니다. 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내에게 경제권을 빼앗긴 이들을 지칭합니다. 직장인 비율이 높고 젊은 부부가 많이 거주하는 동탄신도시 같은 곳을 가리켜 '퐁탄시티'라고 싸잡아 비하하기도 합니다.

유부남들을 '퐁퐁단'으로,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는 결혼을 '설거지'로 비하하는 젊은 세대들을 보면서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보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기 위한 물질적 조건들을 달성하는 게 점점 힘들어지고, 결혼이 이룰 수 없는 '꿈'처럼 되면서 지레 결혼에 대한 비하를 먼저 내뱉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입니다. 이솝 우화 속 여우가 자신의 앞발이 닿지 않는 포도를 포기하면서 "저 포도는 분명히 신 포도라 맛이 없을 거야"라고 하듯 말이죠. 젊은 세대들이 취업 걱정, 집값 걱정을 덜고 결혼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장애물이 많이 사라지는 세상, 그 날이 오면 퐁퐁과 같은 혐오 표현도 자연스레 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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