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비지떡 아닌 다홍치마
가성비에 가심비도 높여
30~50대 여성들이 선호
가성비에 가심비도 높여
30~50대 여성들이 선호
국산 차와 수입차 준중형세단 대표주자인 아반떼와 제타 [사진출처=현대차, 폭스바겐] |
‘꿩 대신 닭’
폭스바겐 제타 이미지다. 벤츠·BMW·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량을 타고 싶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엄두가 나지 않을 때 선택할 수 있는 ‘국산차 값 독일차’이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이 수입차 대중화를 위해 시도한 ‘가격 파괴’도 꿩 대신 닭 이미지에 한몫했다.
일종의 부작용인 셈이다. 비슷한 가격대의 국산차보다 편의사양이 부족한 것도 ‘싼맛에 타는 독일차’, ‘싼 게 비지떡’이라는 비난으로 이어졌다.
폭스바겐 제타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
지난 21일 경기도 포천과 가평 일대에서 제타를 시승할 때도 큰 기대는 없었다. “그래, 그 돈이면 이 정도로 됐지”라는 무난함이 느껴질 것이라고 여겼다.
몰랐다, 미안했다. 실제 타보면서 3번 놀랐다. 상대적으로 싼 값에 살 수 있는 독일차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좋은 게 없는 줄 알았는데 편의성, 주행성능, 실용성이 기대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
여기에 합리적 가격과 저렴한 유지비까지 결합하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는 물론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까지 높아졌다.
‘꿩 대신 닭’이나 ‘싼 게 비지떡’이 아니라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였다.
독일차답게 단단하면서도 세련됐네
폭스바겐 제타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
시승차는 4기통 1.5 TSI 가솔린 터보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최고출력은 160마력(5500rpm)이다.
1750~4000rpm의 실용영역에서 25.5kg.m의 최대토크도 뿜어낸다. 공인연비는 14.1km/l(도심 12.3km/l, 고속 17.1km/l)이다. 3종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제타는 국내에서는 아반떼와 마찬가지로 준중형차에 해당한다. 전장x전폭x전고는 4740x1800x1465mm,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차체 대비 긴 2686mm다.
폭스바겐의 모듈형 가로배치 파워트레인 매트릭스(MQB) 플랫폼을 바탕으로 제작된 차체는 날렵하다.
뒤쪽으로 기운 루프라인은 쿠페를 닮은 옆모습으로 이어진다. 역동적인 선과 긴장감 있는 면은 단단하면서 세련된 멋을 발산한다.
덩치에 비해 큰 라디에이터 그릴, 잘 다린 군복처럼 날카로운 선, 크롬 장식도 옹골찬 매력을 발산한다.
전면부에는 LED 헤드라이트 사이를 잇는 두 줄의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이 적용됐다. 폭스바겐 최신 디자인 DNA를 계승했다.
전면부 범퍼 그릴에서는 전방 안개등이 사라졌다. 깔끔하고 단정한 멋을 강조한 셈이다. 와이드한 디자인으로 전폭도 강조했다. 카약의 패들 노를 닮았다.
후면부 범퍼의 경우 다이내믹한 이미지의 디퓨저와 이어지는 크롬·블랙 컬러 마감을 채택했다.
한국인 선호 편의사양도 많아요
폭스바겐 제타 실내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
실내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를 추구했다. 모바일 폰 무선충전, 무선 앱 커넥트를 지원하는 8인치 디스커버 미디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기본 탑재됐다.
1.5 TSI 프레스티지 트림에는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장착했다. 1.5 TSI 프리미엄 트림에는 8인치 디지털 콕핏, 1.5 TSI 프레스티지 트림에는 10.25인치 디지털 콕핏 프로가 적용됐다.
공조장치는 다이얼과 버튼 방식으로 직관적인 사용에 초점을 맞췄다. 디지털화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편의사양도 대거 갖췄다. 앞좌석 통풍·히팅시트, 운전석전동·메모리 시트, 2존 클리마트로닉 자동에어컨, 10가지 컬러의 앰비언트 라이트 등이 대표적이다.
1.5 TSI 프레스티지 트림에는 파노라믹 선루프, 뒷좌석 히팅시트, 열선 스티어링휠이 추가로 탑재됐다.
사이드미러는 수동 방식이어서 감점 대상이다. 자동 세차장에 들어가거나 좁은 공간에 주차할 때 불편하다. 전동 사이드미러가 없다는 단점에 “어쩐지 싸더라”라는 반응도 나왔다.
해결책은 있다. 폭스바겐이 제공하는 바우처 쿠폰으로 광각 미러가 포함된 전동 사이드미러로 교체할 수 있다.
적재공간은 체급 이상이다. 기본 트렁크 적재용량은 510L다. 2열 시트를 접으면 926L 공간이 확보된다. 국산 준중형 세단보다 넓은 편이다. 1·2열 레그룸과 헤드룸도 성인 남성에게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비싸졌지만 오히려 싸졌네
폭스바겐 제타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 인디비주얼로 구성됐다. 에코·노멀 모드에서는 소음을 잘 차단해 정숙하다. 승차감도 부드러운 편이다. 과속방지턱도 깔끔하게 통과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배기량을 숫자에 불과하게 만드는 질주 성능을 발휘한다. 괴성을 지르며 일부러 센 척하지는 않는다. 오로지 주행 실력으로 존재감을 알려준다.
고속에서 차선을 빠르게 바꿀 때도 불안하지 않다. 기본기가 탄탄한 독일차답게 고속 안정성이 뛰어나다.
안전성에도 공을 들였다. 모든 트림에 트래블 어시스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레인 어시스트, 프런트 어시스트, 긴급제동시스템, 사각지대 모니터링·후방 트래픽 경고 시스템을 통합 운영하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인 IQ. 드라이브를 적용했다.
1.5 TSI 프리미엄 트림에는 후방카메라와 라이트 어시스트가 새롭게 채택됐다.
소비자 가격은 1.5 TSI 프레스티지가 3660만원이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수입 준중형 세단 중 3000만원대는 제타가 유일하다.
가격은 기존 2000만원대에서 3000만원대로 인상된 대신 체급을 뛰어넘는 편의·안정성과 탄탄한 성능으로 가치를 높였다.
여기에 더 좋아진 연비, 업계 최고 수준인 5년15만km 연장 보증, 사고 수리 토탈케어 서비스, 저공해 자동차 혜택 등으로 총소유비용(TCO)도 줄였다. 비싸졌지만 오히려 싸지는 효과를 추구한 셈이다.
안전·안락·알뜰로 여심(女心) 공략
폭스바겐 제타 [사진출처=폭스바겐] |
‘닭·비지떡’이 아니라 다홍치마가 된 제타는 폭스바겐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사용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4월 제타 판매대수는 508대로 집계됐다. 전기차 ID.4(519대) 다음으로 많이 팔린 폭스바겐 차량이다.
제타는 BMW 프리미엄 소형차인 미니(MINI)와 함께 여성들이 사랑하는 수입차다.
29일 폭스바겐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제타 구매자 2명 중 1명 이상이 여성이었다. 여성 비율은 52%에 달했다. 같은 기간 수입차 여성 구매자 비율은 32%였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30~40대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구매한 것으로 나왔다.
사회 활동이 왕성한 40대 여성이 가장 큰 손이었다. 제타 전체 판매량 중 13.6%가 이들의 몫이었다. 30대 여성(11.3%), 50대 여성(11.2%)이 그 뒤를 이었다.
안전성을 향상한 제타 [사진출처=폭스바겐] |
심리학과 뇌과학에 따르면 여성들은 남성들보다는 예쁘거나 단정하고, 운전하기 편하면서 안전하고 알뜰한 차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오빠車는 마동석, 내車는 김수현”…한국女 홀딱 반했다, ‘고자극’ 수입차 [세상만車] 기사 참고>
제타가 여성 운전자들에게 인기를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합리적인 가격, 저렴한 유지비, 도심에서도 운전하기 편한 컴팩트한 사이즈, 국산차에 버금가는 편의사양 등으로 가성비는 물론 가심비까지 높였기 때문이다.
제타는 미국에서도 세련되고 스마트한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합리적인 여성 운전자를 위한 차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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