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화이글스 제공 |
“감사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우완 투수 문동주(한화)에겐 ‘슬픈’ 하루였다. 갑작스레 이별을, 그것도 연거푸 겪었다. 27일 최원호 감독과 박찬혁 대표이사가 나란히 자리에서 물러났다. 특히 최원호 감독은 입단 첫 해(2022년) 퓨처스(2군)에서부터 인연을 맺은 스승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외인 투수 펠릭스 페냐의 방출 소식도 전해졌다. 페냐는 2022시즌 대체 카드로 합류했다. 나이 차이는 있지만, 동료로서 친한 형·동생으로서 진한 우정을 쌓아왔다. 페냐는 1990년생, 문동주는 2003년생이다.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스스로를 자책했다. ‘내가 조금 더 잘했더라면’이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지난 시즌 신인왕으로 우뚝 선 문동주. 올 시즌 출발은 좋지 않았다. 4월 한 달간 5경기서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9.97로 크게 흔들렸다. 공교롭게도 이 기간 팀 성적도 곤두박질쳤다. 월간 승률 0.261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였다. 문동주는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데, 조금만 더 그 시기가 빨랐다면 힘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많이 아쉽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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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페냐의 경우 감독, 코칭스태프 못지않은 든든한 조력자였다. 메이저리거 출신인 만큼 경험도 풍부하다. 진심어린 조언을 전하기도 했다. 문동주는 “지난 시즌엔 선발로 나가는 날에도 말이 좀 많았다. 어느 날 페냐가 ‘선발 등판 일엔 너만의 세상에 갇혀서 야구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거다’라고 하더라. 루틴을 지켜보려 했다”고 말했다. 충고를 새긴 문동주는 6월 24일 창원 NC전서 프로데뷔 첫 8이닝을 소화했다. 무실점 완벽투였다.
진심을 표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최원호 감독은 28일 홈구장을 찾아 선수단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당초 페냐도 이날 작별인사를 나누고자 했지만 성사되진 않았다. 하루라도 빨리 미국으로 건너가 운동하는 게 나을 거란 판단을 내렸다. 문동주는 전날 어머니와 직접 페냐를 찾아갔다. 어머니가 준비한 페냐 딸(그레이스)을 위한 한복도 함께였다. 문동주는 “선물도 전달하고 유니폼도 교환했다”며 “정이 많은, 정말 좋은 사람, 멋있는 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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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만 하고 있을 순 없다. 떠난 이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문동주는 “감독님, 페냐 등에게 배운 걸 잘 기억하겠다”고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단단한 마음가짐은 경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28일 대전 롯데전에서 위력을 과시했다. 6이닝 3실점(3자책)을 기록, 올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작성했다. 문동주는 “너무 늦었다”면서 “앞으로 남은 경기들 최대한 많은 QS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전=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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