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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사고 뒤 ‘술타기’… 결국 무죄 확정된 화물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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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관련 혐의 사건 총 22건… ‘후행음주 꼼수’ 못 막나
사고 이후에 술 더 마시는 수법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 방해
술 취해 다른 차 들이받은 운전자
소주·과일음료 더 마시고도 ‘무죄’
대법 “법질서 교란… 처벌법 필요”
김호중, 슈퍼클래식 23일 강행
24일은 영장실질심사로 불참
화물차 운전기사 A씨는 2019년 7월 전북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채 운전하다 다른 차를 들이받았다. 사고 직후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던 그는 보험회사 직원이 오자 급히 현장을 벗어났다. 그가 향한 곳은 근처 슈퍼였다. 그곳에서 소주 1병과 복숭아 음료, 종이컵을 산 뒤 3번에 나눠 다 마셨다.

A씨의 이런 행동은 음주운전 당시의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을 방해하기 위한 일명 ‘술타기’ 수법이다. 직전 해 음주운전이 적발됐을 때도 써먹었던 방법이었다. A씨는 결과적으로 모든 처벌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수사기관은 현장에서 측정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0.169%)에서 ‘후행음주’로 인한 수치(0.115%)를 제외하고 0.054%만을 적용해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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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가수 김호중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사고를 낸 후 경기도 구리의 한 호텔 인근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구입하는 모습. SBS 캡처


법원은 이마저도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계산 방식이 아니라며 후행음주로 인한 추정치를 0.141%로 봤다. 뺄셈의 크기가 커진 탓에 A씨의 음주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처벌 수치(0.03%)에 미달하는 0.028%만 인정됐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A씨에게 무죄를 확정하면서도 후행음주 꼼수를 처벌할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우선 “죄증(범죄증거)을 인멸하기 위한 의도적인 추가 음주행위를 통해 음주운전자가 정당한 형사처벌을 회피하게 되는 결과를 그대로 용인하는 것은 정의의 관념이나 안전사회를 염원하는 국민적 공감대 및 시대적 흐름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의도적인 법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정당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향으로 추가음주 사안의 현황과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파악해 입법적 조치 등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법원 지적처럼 후행음주는 형사처벌을 피하려는 음주운전자에게 동아줄이 되고 있다. 23일 대법원 판결문 열람시스템에서 ‘추가음주’나 ‘후행음주’를 검색한 결과 2020년 1월1일부터 이날까지 음주운전·위험운전치상 혐의 사건의 확정 판결은 총 22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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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이 음주단속을 하는 모습. 뉴시스


이들 사건에서 수사기관은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음주운전 당시의 상태를 역추적했다. 이 기법은 음주운전 직후 혈중알코올농도 검사를 하지 못한 경우 사용 가능하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 경우 피고인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게 가장 유리한 수치를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과정에서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이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피고인을 처벌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처벌 회피를 목적으로 한 추가음주 행위를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후행음주가 음주 측정을 무력화한다”며 “후행음주를 기준으로 혈중알코올농도를 확정하는 등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씨 사건을 계기로 대검찰청은 이런 행위를 처벌하는 신설 규정을 만들어달라고 20일 법무부에 건의했다. 김씨는 음주사고를 내고 주류를 구매하는 모습이 포착돼 후행음주를 의심받고 있다. 건의안에는 음주사고 뒤 의도적으로 술을 마시면 1∼5년의 징역 또는 500만∼2000만원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초 김씨는 23∼24일 열리는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 김호중 프리마돈나’ 출연을 강행하려 했다. 그러나 법원이 김씨 측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연기 신청을 기각하면서, 23일 일정만 소화하고 다음날 공연엔 불참하기로 했다. 공연 주최사 측은 “출연진 변경으로 인한 예매 취소를 원하는 분은 24일 오후 8시까지 취소 신청이 가능하며 전액 환불될 예정”이라고 알렸다.

이종민·윤솔·이예림·이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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