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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자 급부상한 하메네이 아들… 이란 권력 암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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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시 사망 후 차기 대통령은
조선일보

20일 이라크 바그다드의 이란 대사관 앞에서 한 남성이 촛불을 밝히며 전날 헬기 추락 사고로 숨진 이란 각료들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지난 19일 불의의 헬기 사고로 사망한 뒤 전개될 이란의 정치 구도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뒤를 이을 인물로 유력시되던 라이시의 급서(急逝)로 보수적 이슬람 세력이 장악해온 이란 정치에 상당한 혼란이 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라이시의 공식 국장(國葬)은 21일 치러졌다. 헬기 사고 현장 인근 도시인 타브리즈에 안치됐던 라시이의 유해는 국민들의 애도 속에 그가 신학생으로 공부했던 도시 곰을 거쳐 수도 테헤란으로 운구됐다. 이후 고향 마슈하드에서 별도 안장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이와 함께 후임자를 뽑는 보궐선거 절차도 발표됐다. 이란 정부는 “대통령 유고 시 50일 내에 선거를 치르게 되어 있는 헌법 규정에 따라 6월 28일에 치르며, 30일부터 6월 3일 사이에 후보자 등록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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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진영


차기 대통령 선거 일정이 발표되면서 후보군 면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정 일치 국가인 이란은 종교 지도자인 ‘라흐바르(최고지도자)’가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대통령은 사실상 행정부 수장의 역할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통령은 최고지도자로 가는 ‘발판’으로도 여겨진다. 1989년 사망한 루홀라 호메이니의 뒤를 이어 최고지도자가 된 하메네이도 직전 8년간 대통령을 지냈다.

이 때문에 라이시의 장례식이 치러지기 전부터 유력 후보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며 경쟁이 예열되고 있다. 후보자 등록 마감이 2주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정파 간 권력 암투가 극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79년 친미 왕정이 무너지고 이슬람 신정 체제가 출범한 뒤 이란에서 재선 임기를 채운 대통령은 5명이다. 이들은 보수·중도·개혁 등 각자 뚜렷한 정치 노선이 있었지만, 절대 권력자 하메네이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선출할 대통령은 전임자들과 다를 수 있다. 하메네이의 뒤를 이어 이란 정계 최고 실력자로 등극할 가능성이 크다.

최고지도자는 종신직이지만 하메네이가 고령(85세)에 접어들면서 후계자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왔다. 시기가 문제일 뿐, 이미 라이시로 낙점됐다는 관측이 유력했다. 하메네이가 총애하는 제자로 그의 강경 보수 통치 이념을 충실히 따랐고, 사법부 수장과 대통령까지 지내며 사실상의 ‘후계 수업’을 했다. 이에 따라 라이시가 하메네이처럼 대통령을 거쳐 3번째 최고지도자에 등극할 것으로 확실시돼 왔다. 이런 후계 구도가 헬기 사고로 산산조각 나면서 차기 권력 후보군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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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시 대통령 장례식 - 21일 이란 동아제르바이잔주 타브리즈에서 열린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 추모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관에 붙은 헬기 추락 사고 희생자들의 사진을 만지며 명복을 빌고 있다. 이날 장례식을 마친 라이시의 유해는 이후 고향에 안장될 예정이다. /로이터 뉴스1


이란 현지 언론과 외신 분석을 종합하면 현재 유력한 대통령 후보는 3~4명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 하메네이의 둘째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55)다. 현재 이란의 종교 도시 콤의 이슬람 신학대학에서 강의 중인 신학자로, 아버지의 후광 속에 막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은 “그는 이란 정치의 위기 국면마다 이미 여러 차례 잠재적 최고지도자 후보로 거론됐다”며 최고지도자 자리를 물려받기 위한 과정의 일환으로 대통령 선거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세습 왕정을 무너뜨리고 들어선 이슬람 신정 체제에서 최고지도자가 권력을 세습한다는 비판 여론이 큰 변수다.

서방과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이끌었던 사에드 잘릴리(59) 전 핵협상 수석대표도 후보로 거론된다. 그는 2013년과 2021년 두 차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는 “보수파 중에도 라이시 대통령의 측근과 추종자들이 잘릴리를 지지한다”고 보도했다. 온건파이자 라이시의 정적(政敵)인 모하마드 바게르 칼리바프(63) 국회의장의 출마도 점쳐지고 있다. 이란 공군 사령관과 테헤란 시장을 역임했고, 대통령 선거에도 여러 번 나와 인지도가 높다. 특히 라이시 대통령의 강경 보수 정책으로 인한 경제난과 자유 억압에 염증을 느껴온 중도·진보적 성향의 국민이 그를 지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새 대통령 선출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을 모하마드 모크베르(69) 수석부통령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특히 라이시 못지않은 하메네이의 최측근이었다는 점에서 ‘다크호스’로 거론되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돈줄 역할을 하는 ‘세타드’ 투자펀드의 최고경영자(CEO)를 14년이나 맡았고, 이란의 반서방 강경 정책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이 중 누가 대권 후보로 압축될지는 하메네이에게 달렸다는 것이 알자지라 등 아랍 매체들의 분석이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면 이란 헌법수호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총 12명의 위원 중 6명(종교법 전문가)을 하메네이가 임명한다. 대법원장이 임명한 나머지 6명도 최고지도자의 의중을 거스르기 힘들다. 즉 하메네이가 원치 않는 인물은 아예 출마 자체가 힘들다. 또 현재 이란 정치가 보수 강경파에 의해 장악되어 있어 온건·개혁파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 결국 하메네이가 낙점한 인물이 추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하메네이가 ‘세습 논란’을 무릅쓰고 아들에게 힘을 실어 줄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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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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