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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전격 인사 ‘이건희 데자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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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재용 회장이 지난해 2월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패키지 경쟁력, 중장기 사업 전략 등을 점검했다. [연합뉴스]


이번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장 교체에서 과거 이건희 선대회장의 ‘인사 리더십’이 연상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13년 전 이 선대회장은 한여름인 7월에 이례적으로 ‘불시 인사’ 카드를 꺼내들며 조직에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회장 취임 1년 반에 접어든 이재용 회장이 이번 전격 인사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메시지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에 따르면 경계현 사장은 최근 반도체(DS) 부문이 처한 위기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스스로 부문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경 사장은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인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과도 협의를 마쳤다고 한다.

이날 김용관 삼성메디슨 대표이사(부사장) 역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반도체 담당으로 새로 배치됐다. 김 부사장은 과거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1팀에서 반도체 투자 등을 담당했다. 정기 인사철이 아닌 5월에 반도체와 관련된 두 자리만 콕 짚어 바꾼 ‘원 포인트’ 인사다.

2011년 이 선대회장은 삼성의 연말 인사 관례를 깨고 7월 1일 주요 계열사 사장과 임원을 불시 교체했다. 이때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부장이던 장원기 사장이 교체됐다. 당시 LCD 사업부는 패널 수익성 감소 등으로 2011년에만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고, 이에 삼성전자는 ‘실적 부진’을 내세우며 장 사장을 경질했다. 회사는 또 LCD 사업부를 메모리·시스템LSI 등 반도체 사업부와 모두 묶어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 총괄을 신설, 당시 반도체 사업부장이던 권오현 사장에게 맡겼다. 삼성전자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이끈 DS부문의 출발이 이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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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당시 삼성 내부에서도 여름 인사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실적이 부진했더라도 대체로 정기 인사 때 책임을 물었기 때문이다. 이 선대회장은 경영에 복귀한 2010년 3월 사내 게시판에 “앞으로 10년 이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글을 남기며 위기감을 강조했다.

이렇게 탄생한 DS부문의 수장을 아들인 이재용 회장이 또다시 깜짝 인사로 교체한 점도 주목된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경 사장이 스스로 사의를 밝힌 건 사실이지만 이재용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정기 인사 때까지 기다릴 만큼 외부 환경은 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22년 10월 회장 취임 후 두 차례의 정례 인사에서 번번이 ‘안정’을 택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원포인트 인사가 이 회장의 의중이 담긴 첫 인사로 본다.

삼성그룹은 최근 경영 전반에서 긴장감을 강조하고 있다. 전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토·일요일 중 하루는 출근하는 주6일제를 실시하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실 반도체 실적은 지난해에 더 안 좋았고 지금은 오히려 개선되는 시점이라 단순히 실적을 문제삼았다기보다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는 강한 인물로 교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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