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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한국이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전면 동참 안 해도 불이익 위협 없을 것”[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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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울프 전 미 상무부 수출통제 담당 차관보
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대중국 관세 대폭 인상을 선언한 품목에는 전기차·배터리·태양전지 등과 함께 범용 반도체도 포함됐다. 중국에 대한 기존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강화해온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 전반을 겨냥해 더욱 고삐를 죄고 있는 것이다. 한국 등 동맹국을 대중 반도체 견제 전선에 동참시키려는 미국의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첨단기술 수출통제·제재 전문가인 케빈 울프 전 미 상무부 수출통제 담당 차관보(사진)는 지난 17일 경향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참여 요구와 관련해 “미국은 가까운 동맹국들과 (중국의 군사 현대화라는) 공통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려는 것이지 압력을 가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의 수출통제 참여 정도에 따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부여한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위(수출통제 적용 무기한 유예) 등에서 불이익을 가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한국은 미국과 달리 중국의 보복에 더 많이 노출돼 있어 미국과의 공조 시 이를 고려할 것”이라면서 한국의 대중 경제 의존도에 따른 딜레마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미국 기업들은 중국에 수출할 수 없는 품목을 한국 기업 등은 여전히 중국에 팔 수 있다”며 한·미 양국의 수출통제 체제상 ‘간극’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는 23일 미 의회 자문기구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 청문회 출석을 앞두고 인터뷰에 응한 그는 ‘좁은 마당, 높은 담장’으로 불리는 미국의 대중국 첨단기술 견제 기조에 대해선 “정책 목표는 그대로이나 특정 반도체 산업 부문에서 보면 마당은 매우 넓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첨단기술 분야에서 ‘표적화된’ 대중국 조치를 하고 있다는 미국의 설명과 달리 통제 대상 품목·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좁은 마당, 높은 담장’은 글로벌 경제 전체나 대중 교역 비중을 놓고 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반도체 제조장비, 인공지능(AI) 기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특정 부문에서 보면 담장은 매우 커졌다. 중요한 점은 (2022년 10월 수출통제 발표 이후) 2년 동안 미국의 정책 목표는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첨단 반도체, 첨단 컴퓨팅 AI칩, 슈퍼컴퓨터용 제품,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등 4개 분야에서 중국이 자생적인 생산·개발 역량을 갖추는 데 필요한 미국 및 해외로부터의 수출과 서비스 등을 가능한 한 모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대중 수출통제와 해외투자 제한 조치 둘 다 AI와 첨단 반도체가 중국의 군사 현대화 야심을 뒷받침하는 기술의 급소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의 효과성을 평가한다면.

“일본·네덜란드가 동참한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통제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혼자서만 통제하는 경우엔 효과성이 떨어진다.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 수출할 수 없는 품목을 한국·일본·네덜란드·독일 기업들은 여전히 중국에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가안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맹국과 미국 기업이 아닌 제조업체들에도 동등하게 적용되는 조치를 만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미국 정부가 동맹국들을 각자의 수출통제 체제에 따른 간극을 좁히는 데 동의하도록 설득하는 까닭이다.”

- 미국의 요구에 따라 한국이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에 주요 반도체 제조국인 한국은 우선적으로 조기에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나라다. 양국 정부 간 구체적인 논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 정부는 한국 등 모든 반도체 제조국에 수출통제에 관한 새로운 사고의 필요성을 설득할 것으로 본다. 한국 등이 수출통제를 도입한 1990년대는 무기 관련 품목 통제가 주목적이었지만, 지금은 보다 광범위한 국가안보 위협이 존재한다. 중국의 군사 현대화는 미국은 물론 한국·일본·호주 등 모든 동맹국의 군대를 패배시키려 하고 있어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물론 미국과 달리 한국, 일본 등은 중국의 보복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한국 정부도 미국과의 공조 과정에서 이 부분을 틀림없이 고려할 것이다. 한국 정부가 어디까지 동참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최근 한국이 기존 다자 수출통제 체제 바깥의 협력도 허용하는 방향으로 대외무역법 개정 및 시행령 초안을 준비 중인 것에 주목한다.”

- 한국이 수출통제에 전면 동참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나.

“미국이 (삼성·SK에 부여한 유예 조치인) VEU를 놓고 보복할 가능성은 제로라고 본다. 미국 정부는 동맹국에 위협적인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수출통제 참여 요청은) 매우 가까운 동맹, 우방국과 함께 공통 위협을 다루려는 것이지 압력을 가하려는 것이 아니다. 미국 정부도 한국 기업들의 우려와 대중 관계의 민감성을 존중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VEU가 아닌 완전한 금수조치를 부과했을 것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8년간 수출통제 실무를 총괄한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다자 차원의 바세나르 체제를 대신해 미국과 핵심 동맹국을 주축으로 복수국 간 수출통제 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새 체제는 과거처럼 비확산 목표나 몇몇 품목만이 아니라 중국 등 우려국가의 위협을 전략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11월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중국 내 신흥기술 개발에 필요한 흐름을 차단하겠다는 목표는 동일하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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