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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헌재에 울린 초등학생의 호소···“지금 하지 않으면 모든 걸 포기해야 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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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국 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이 헌법에 합치하는지를 묻는 기후 헌법소원 마지막 공개변론일인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제아 아기기후소송 청구인이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초등학교 6학년생 한제아(12)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발언대에 섰다. “2012년 4월10일생입니다”라며 발언을 시작하려는 그에게 헌재 재판관이 “안 떨려요?”라고 물었다. 생년월일을 다시 묻는 줄 알고 다시 자신의 생년월일을 말한 한제아는 방청석에서 웃음이 나오자 “아. 안 떨려요”라고 답했다.

한제아는 초등학교 4학년이던 지난 2022년 영유아를 비롯한 어린이 62명으로 구성된 ‘아기 기후소송’ 청구인단에 참여한 당사자다. 그는 이날 열린 헌재 기후소송 변론의 청구인 자격으로 대심판정에 섰다. 한제아는 이날도 두 살배기 사촌 동생 아윤이를 언급하며 “동생이 겪을 미래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어른들은 기후위기 해결과 같은 중요한 책임에 관해 대답을 피하는 듯하고 어쩌면 미래의 어른인 우리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 같다”며 “기후변화와 같은 엄청난 문제를 우리에게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절대로 공평하지 않다. 미래가 지금보다 더 나빠진다면 우리는 꿈꾸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제아와 다른 청구인들은 이날 정부의 탄소중립기본법상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충분해 생명권·환경권·세대 간 평등권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한제아의 청구인 발언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흑석초등학교 6학년 한제아입니다. 저는 아기기후소송에 참여한 예순 한 명의 동생들과 두 살 된 사촌 동생 아윤이를 대신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대부분 어른들은 어린이들이 세상을 잘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 말을 잘 들으라고 우리에게 어린이다움을 강조하지만, 기후위기 해결과 같은 중요한 책임에 관해서는 대답을 피하는 듯하고 어쩌면 미래의 어른인 우리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선 이유기도 합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지금 이 순간에도 자라고 있고, 경험하고 있습니다.
저는 열 살 때 멸종위기 동물을 이미 알고 있었고, 기후변화로 봄과 가을이 줄어드는 걸 알았습니다. 우리 가족은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많이 이야기했고, 저는 지구환경이 위험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알면 알 수록 제 미래가 위험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이 소송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뒤로 벌써 2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걸 실천했습니다. 좋아하는 인형이 재활용되지 않는 쓰레기가 된다는 걸 알고는 더 이상 사지 않으려 했고, 더불어 플라스틱이 많이 들어간 물건도 사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쓰레기산 위에 도토리나무도 심었고, 자원처리시설도 가봤습니다. 이 소송에 참여한 저보다 더 어린 친구들도 함께 노력해왔습니다.
어른들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저와 같은 나이였을 때, 음식을 남기거나 물건을 살 때, 비행기를 타고 여행 갈 때 불편한 마음을 느꼈었나요? 학교에서 기후위기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줬나요? 저희는 이미 학교에서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면 어떤 일이 생기는 지를 배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후위기가 닥친 상황에서도 살아가야 하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법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2년 전, 제가 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처음 기자회견을 했을 때, 댓글에는 ‘어린애가 뭘 알고 했겠어? 부모가 시켰겠지’와 같은 댓글이 있었습니다. 저는 억울했습니다.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저의 진지한 생각이 무시당하는 듯했습니다. 어른들은 투표를 통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뽑을 수 있었지만, 어린이들은 그럴 기회가 없습니다. 이 소송에 참여한 것이 미래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또 해야만 하는 유일한 행동이었습니다.
저는 지난번 1차 공개 변론에 참여해 5시간 동안 방청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 2031년 이후 미래세대에게 더 많은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정부는 “목표를 높게 세우고 실패하는 것보다 현실적인 목표가 낫다”고 했습니다. 마치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세대의 문제 해결보다는 현재세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2031년이 되면 저는 만 19세, 성인이 됩니다. 그때까지 지구의 온도는 얼마나 올라갈까요. 저는 이 소송이 2030년, 그리고 2050년까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후변화와 같은 엄청난 문제를 우리에게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절대로 공평하지 않습니다. 미래가 지금보다 더 나빠진다면, 우리는 꿈꾸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저에게 기후재난은 이미 현실입니다. 2022년 8월, 하루 동안 엄청나게 많은 비가 내린 적이 있었습니다. 갑자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저희 집 건물은 언덕 위에 있는데도 1층이 물에 잠겼습니다. 집 주변을 살피러 엄마가 밖에 나갔을 때는 다치거나 못 돌아올까 봐 무서웠습니다. 산사태가 날까 봐 밤새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 폭우는 단 하루 만에 우리나라를 물에 잠기게 했고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이미 지구에 사는 많은 생명이 기후 문제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새로 태어나는 생명도 줄어들 것입니다. 지구는 행성이니까 계속 존재하겠지만 사람을 비롯한 많은 생명은 멸종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걸 나중으로 미룬다면 우리의 미래는 물에 잠기듯 사라질 것입니다.
제가 이 자리에 선 것은 저만을 위한 게 아닙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미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생명이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가족, 친구, 사람들 그리고 동물이 위험 없이 살기를 바랍니다.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헌재 심판대 오른 기후소송···“정부 계획 부실” vs “선진국 못지않아”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404231913001



☞ “제 키 30cm 자랄 동안 국가는 뭐 했나요?” 기후소송 첫 변론까지 4년간의 기록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4231720001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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