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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로 막힌 중국산 철강···'밀어내기 수출'로 韓시장 왜곡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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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관세전쟁 업종별 '명암'
국내업계, 對美수출 쿼터 꽉채워
공급물량 제한 탓 판매 확대 요원
中, 올해에만 1억톤 쏟아낼 전망
국내 업체들도 반덤핑 조사 요청
서울경제


미국이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장벽을 높이면서 오히려 판로를 잃은 값싼 중국산 철강이 한국 시장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은 자국 내에서 소화하지 못한 철강 재고를 저가로 수출하고 있는데 올해는 그 물량만 1억 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밀어내기식 수출을 막기 위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14일(현지 시간)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기존 7.5%에서 25%로 3배 이상 높였다.

언뜻 보면 이번 조치로 한국 철강 업계는 중국산 철강을 대체하며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은 2018년부터 대미 철강 수출에 쿼터(공급 물량 제한)를 적용받고 있어 반사이익을 누리기 어려운 구조다. 현재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 물량은 연 263만 톤으로 묶여 있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미 할당받은 쿼터를 꽉 채워서 수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철강 업계에서 쿼터 관련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에서 부정적인 입장이라 대미 수출 확대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이번 조치로 미국 시장을 잃은 중국이 한국으로 밀어내기 수출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안 그래도 중국의 저가 공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관세장벽을 높이면서 국내 철강 업계가 받을 타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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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중국 철강 업계는 대부분 자국 내에서 물량을 소화했지만 최근 부동산 위기로 건설 수요가 위축되면서 수출을 늘리고 있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철강 수출 물량은 2020년 5372만 톤에서 지난해 9120만 톤으로 70%가량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도 약 2600만 톤을 수출하며 올해만 연간 1억 톤 이상의 중국산 철강이 전 세계에서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 한국으로 유입된 중국산 철강도 크게 늘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철강재 수입 물량은 지난해 873만 톤으로 전년(675만 톤) 대비 29.3%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도 228만 톤이 들어와 전체 수입량의 57%를 차지했다.

문제는 중국산 철강이 국내 시중 가격보다 낮은 수준으로 판매되다 보니 국내 업체들의 철강 판매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포스코와 현대제철(004020)은 중국산 철강의 저가 공세 영향으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업계는 특히 미국을 시작으로 주요국들이 중국산 철강에 보호무역 조치를 시사하면서 국내에 미칠 반사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칠레는 중국산 철강에 최대 33.5%에 달하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고 브라질·베트남·영국 등도 중국산 철강재 덤핑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에 국내 업체들도 정부에 반덤핑 조사를 요청하고 나섰다. 중국산 후판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하기로 가닥을 잡고 피해 상황을 집계하고 있다. 국내 후판 유통가는 톤당 약 100만 원대지만 중국산은 80만 원 후반대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후려치면서 국내 가격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며 “미국의 관세 인상은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주 기자 parkmj@sedaily.com김경택 기자 tae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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