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플러가 경찰서에서 찍은 머그샷. |
골프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가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 2라운드를 앞둔 17일(현지시간) 경찰에 체포됐다. 셰플러는 경찰관 2급 폭행, 무모한 운전, 경찰관의 신호 무시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셰플러는 최근 출전한 5경기 중 4경기에서 우승했다. 그 우승 중 하나는 마스터스다. 올해 그랜드슬램을 노릴만 하다라는 평가도 받는다. 셰플러는 전성기 타이거 우즈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현재 압도적인 최고의 선수다. 강력한 우승 후보 셰플러의 체포에 골프계는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대회가 열리는 발할라 골프장은 켄터키 주 루이빌에서 동쪽으로 약 30km 지점에 있다. 평소에 시내에서 20분 정도 걸린다. 그러나 미국에서 남자 메이저 골프대회가 열리면 인파가 많이 몰리고 정체가 생긴다. 골프장 인근 주택이나 상가 등에서 마당을 관중들에게 주차장으로 팔아 복잡하기도 하다.
골프장 입구 근처에서 1라운드가 열린 16일 경미한 교통사고가 일어났고 17일 오전 5시쯤 사망 사고가 생겼다. 대회 안전요원이 길을 건너다 자원봉사자들을 태운 셔틀버스에 치여 즉사했다. 경찰은 사고 수습을 위해 교통을 통제했고 주최 측은 대회를 한 시간 여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어떤 일 때문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교통통제 때문에 선수들도 정문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후문으로 입장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사고 현장을 지나가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셰플러는 6시 즈음 경기장에 도착했다. 해가 뜨기 전이었고 비도 내렸다.
셰플러 체포 사건의 디테일은 목격자마다 약간 다르다.
루이빌 경찰 브라이언 길리스는 “차를 세우려 했지만, 셰플러가 지시를 무시하고 차를 가속해 내가 넘어진 채로 차에 끌려갔다”고 말했다. 경찰 보고서는 “길리스가 왼쪽 손목과 무릎에 통증, 찰과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사건을 현장에서 목격한 ESPN 기자 제프 달링턴은 “경찰이 셰플러를 멈추게 하려 했지만 오해 때문인지 셰플러는 서지 않았다. 경찰은 욕을 하면서 운전석 옆에 붙어 차에 끌려갔다. 셰플러의 차는 15야드 정도 움직였다. 경찰은 차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결국 셰플러가 창문을 내렸고 경찰이 셰플러를 끌어내 수갑을 채우고 경찰차에 태웠다”고 했다.
셰플러는 “경찰의 지시에 따라 앞으로 간다고 생각했는데 잘 못 이해했다”고 했다. 그의 변호사는 “셰플러는 경기를 위해 골프장으로 들어가려 했고 ID를 제출했고 경찰 지시에 따라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고 밝혔다.
셰플러는 루이빌 경찰서에서 한 시간여를 보냈다. 오전 8시40분쯤 풀려나 9시12분 경기장에 도착했고 10시8분 경기를 시작했다. 셰플러는 그 난리를 겪고도 첫 홀 버디를 잡았다. 2라운드에서 버디 6개에 보기 하나로 5언더파 66타를 쳤다. 중간합계 9언더파로 선두 잰더 쇼플리에 3타 차 공동 4위다.
이날 골프장엔 셰플러를 풀어줘라는 내용을 프린트한 셔츠와 그의 머그샷을 프린트한 티셔츠를 입은 관중들이 나왔다. 전반적으로 셰플러를 응원했다.
셰플러는 “교통 사고 사망자의 가족에게 위로를 전한다. (체포되는 과정은) 어둡고 비가 와 혼란스러운 상황이었고 큰 오해가 있었다. 경찰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일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유치장에서 스트레칭했다. 루틴을 중시하는데 곧 풀려나 경기할 수 있을 것 같아 몸을 풀었다. 돌아와 경기를 할 수 있어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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