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동함수 맞춤의 도식.[중이온가속기연구소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한국을 포함한 국제 공동연구진이 가벼운 핵부터 무거운 핵까지, 양성자‧중성자로 이루어진 다양한 원자핵의 성질을 정밀하게 계산‧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을 개발했다. 향후 중이온가속기를 활용한 희귀동위원소 연구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IRIS)‧희귀핵연구단 연구원들을 포함해 세계 수십 명의 핵물리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핵 격자 유효이론’ 국제공동연구팀은 다양한 원자핵의 결합에너지‧질량‧전하반지름 등 성질을 정밀하게 계산할 수 있는 ‘파동함수 맞춤’(Wave Function Matching) 방법론을 개발해냈다.
핵물리학계는 양성자‧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 및 이들 핵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중성자)간 핵력에 대해 많은 연구를 진행해 왔으나, 다양한 핵의 성질을 핵자간 핵력만으로 설명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수십 개 이상 핵자들로 구성된 무거운 핵의 결합에너지, 질량, 전하반지름 등 성질을 모두 잘 설명하는 이론은 없었는데, 이는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계산의 어려움과 정밀한 핵력 이론의 부재라는 두 가지 문제가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계산 의도와 대상에 따라 적합한 모델을 선택해 사용해 왔으며, 특히 핵력에 기반한 정밀한 계산은 가벼운 핵만을 대상으로 진행돼 왔다.
연구팀은 핵력이 다체계(多体系 many-body system)에서 짧은 거리에서 계산이 쉬운 파동함수를 주도록 핵력을 맞추어 변환하는 ‘파동함수 맞춤’ 방법론을 개발해냈다. 우선 핵자 2개 사이에 작용하는 ‘2체힘’을 양성자와 중성자의 산란 실험 결과에 맞춰 정밀하게 결정하고, 여기에 파동함수 맞춤 방법을 적용해 유효범위에서 원래의 2체힘 핵력 모델과 같은 성질을 가지면서도 원자핵과 같은 양자 다체계의 계산에 적합한 형태로 변환했다.
파동함수 맞춤 방법과 에너지.[중이온가속기연구소 제공] |
홍승우 IRIS 소장은 “새로운 파동함수 맞춤 방법론은 기존 불가능했던 무거운 핵의 이론적 계산‧예측을 가능케 했을 뿐 아니라, 핵의 결합에너지, 질량, 전하반지름, 핵물질 포화상태 등 다양한 성질들을 모두 잘 설명할 수 있는 핵력 모델을 제시했다”면서 “향후 중이온가속기 라온을 통한 희귀동위원소 연구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송영호 IRIS 연구위원.[중이온가속기연구소 제공] |
국제공동연구팀의 일원인 IRIS 송영호 연구위원은 “IBS IRIS의 핵물리 이론 연구자로서, 장차 희귀동위원소 연구에 큰 의미를 가질 중요한 국제공동연구에 기여하게 돼 자랑스럽다”면서 “앞으로도 핵 격자 유효이론을 활용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IBS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을 활용, 중성자 과잉 산소 희귀동위원소들의 결합에너지를 계산해냈다.
현재 핵 격자 유효이론과 파동함수 맞춤 방법을 핵의 구조 뿐 아니라 핵 반응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도 적용하기 위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향후 중이온가속기 라온의 중요 연구 목표인 희귀동위원소의 성질 규명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16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