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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낙찰가율 90% 돌파…빌라는 ‘눈물’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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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매 시장도 양극화


지난 4월 16일 서울서부지방법원 경매7계 입찰 현장에 흥미로운 매물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나인원한남’ 전용 207㎡가 주인공이다. 경매 감정 가격은 무려 78억5000만원.

해당 매물이 주목받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나인원한남’이 갖는 상징성이다. 이 단지는 워낙 대중에 잘 알려진 초고가 주택이다. 주변 편의시설과 접근성, 입지 등 모두 최고 수준이다. 경매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권리 상태다. 현황 조사 당시 해당 매물은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전세보증금 50억원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순위 전세권자로 전액 배당이 예상되면서 입찰자가 부담해야 할 보증금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쉽게 말해 권리 관계가 비교적 깔끔해 경매 초보자가 참여하기 부담이 적은 물건이었다는 얘기다.

임차인 보증금 50억원 외에 등기부등본상 기재된 채권 금액은 약 74억원, 감정 가격 대비 약 95% 수준이다. 전세보증금은 물론 후순위로 설정된 근저당 압류 금액도 모두 소멸될 것으로 보였다. 경매 참여자 입장에서는 낙찰 가격 예상이 중요했다.

통상적으로 경매에 참여하려면 경매 감정 가격의 10%를 입찰 시 지불해야 한다. 해당 경매에는 최소 7억8500만원을 현금으로 납부해야 최소한의 입찰 자격이 주어졌다는 얘기다. 진입장벽 자체가 매우 높은 물건이었지만 5명이 경매에 응찰했다. 낙찰 금액은 감정가 대비 119.35%인 93억6900만999원. 2위 응찰 금액은 90억6000만원, 3위는 90억5100만원으로 3명이 90억원이 넘는 가격을 썼다. 그만큼 해당 매물을 주의 깊게 살펴본 사람이 많았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워낙 고가에 낙찰됐기 때문에 임차인과 채권자 외에도 주택 소유자에 약 10억원의 배당 금액이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당 단지 같은 면적이 올해 초 98억~99억원에 실거래된 바 있다. 업계에선 현재 시세와 비교하면 낙찰 금액이 결코 비싼 금액은 아니라고 본다.

나인원한남이 경매 시장에 등장한 것은 이번뿐 아니다. 이 단지 전용 244㎡ 매물이 지난 감정 가격 108억5000만원에 법원 경매로 등장했다. 공동주택 경매 감정 가격이 1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매물은 원래 4월 9일 첫 입찰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채권자 측에서 경매 기일 변경을 요청해 받아들여졌다. 새로운 입찰 일자는 미정이다.

한남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나인원한남은 전세 시세가 약 50억~70억원으로 형성돼 있어 실수요는 물론 투자 수요도 꾸준히 유입되는 곳”이라며 “최근 들어 대출 채무를 상환하지 못한 물건이 경매로 종종 나오고 있어 초고가 주택 매수를 고려하는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말한다.

매경이코노미

부동산 시장 ‘바로미터’로 통하는 경매 시장에서 일부 인기 물건을 중심으로 지표가 살아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윤관식 기자)


조금씩 살아나는 경매 시장

낙찰률 22개월 만에 최고치

부동산 시장 ‘바로미터’로 불리는 경매 시장이 일부 인기 있는 물건을 중심으로 조금씩 살아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4월 법원 경매로 나온 서울 아파트 물건 351건 중 159건이 낙찰됐다. 낙찰률은 45.3%로 2022년 6월(56.1%) 이후 22개월 만에 최고치다. 낙찰 건수는 2015년 7월(162건)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낙찰가율도 많이 올랐다. 지난 4월 낙찰가율은 90.6%로 2022년 8월(93.7%) 이후 가장 높다.

경매의 경우 입찰 시기보다 약 6개월에서 1년 전 기준으로 감정평가 금액이 매겨진다. 올해 상반기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회복하면서 지난해 기준으로 매겨졌던 감정 가격이 현재 시세보다 낮게 책정된 매물이 종종 등장하면서 낙찰가율이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상승하면서 입찰자 역시 1~2번 유찰을 기다리기보다 첫 입찰에서 낙찰을 받으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매매 시장 호가나 실거래 가격이 오르면서 전반적인 낙찰가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낙찰률이 오른 것은 입찰 1회 차에 낙찰되는 비중이 늘어났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신축 아파트 고분양가로 9억원 이하나 신축급 아파트 경매 물건 위주로 강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4월 경매 시장에서는 서울 송파구 매물이 낙찰가율 상승을 이끈 것으로 조사됐다. 4월 낙찰가율 상위 10곳 중 5곳이 송파구다. 지난 4월 8일 잠실엘스 전용 59㎡ 매물에는 총 13명이 몰려 18억3524만원에 낙찰됐다. 감정 가격은 16억원으로 낙찰가율은 114.7%를 기록했다.

현재 잠실엘스 전용 59㎡ 시세는 19억1500만원, 84㎡는 23억원 수준으로 낙찰 가격이 시세와 큰 차이가 없다. 경매 업계는 아파트 가격이 조금씩 상승세를 보이면서 잠실 등과 같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물건을 선점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낙찰가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내다본다. 일반적인 매매로 잠실 아파트를 구입하면 실거주 2년 의무가 있지만 경매로 물건을 매수할 경우 이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4월 들어 아파트 경매 시장이 활기를 띠는 이유는 분명하다. 현재 집값이 저점이라고 판단한 수요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일반 매매 시장 거래량이 크게 늘면서 저가 매물이 사라지고 호가가 오르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도권 9억원 이하 매물은 응찰자 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강남 3구를 중심으로 한 입지 좋은 아파트는 낙찰가율이 높게 형성되기 시작했다”며 “아파트 경매 시장에 참여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향후 수도권 집값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빌라는 여전히 매물 쌓여

경매 시장 양극화 본격화

부동산 경매 시장이 조금씩 회복되는 분위기처럼 보이지만 모든 매물이 그런 것은 아니다. 도봉구나 노원구 등 강북 지역 아파트는 낙찰가율이 여전히 60~70%에 머물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대림’ 전용 59㎡의 경우 감정가(6억3600만원)보다 낮은 4억380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69.8%였다. 도봉구 방학동 ‘극동’ 전용 84㎡는 감정가(5억8500만원)보다 낮은 4억2111만원에 낙찰돼 낙찰가율은 72%에 그쳤다.

빌라(연립·다세대주택)의 경우 상황이 더 좋지 않다. 경매 매물은 급격하게 쌓이고 있지만 새로운 주인을 찾기 쉽지 않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4월 서울 빌라(연립·다세대주택) 법원 경매 진행 건수는 총 1456건으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으로 2006년 5월(1475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지난 2022년 말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서울 지역 빌라 경매 건수는 지난해 10월(1268건) 1000건을 넘어선 후 7개월 연속 1000건을 웃돌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에 2022년 상반기까지 급등했던 전셋값이 이후 급락하면서 역전세난에 전세사기 등의 영향으로 빚을 갚지 못한 집주인이 늘었기 때문이다. 4월 경매 진행 건수를 지역별로 보면 빌라가 밀집해 전세사기가 가장 많이 발생했던 강서구 빌라 매물이 536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매물은 늘어났지만 빌라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4월 경매가 진행된 총 1456채 빌라 중 주인을 찾은 물건은 218채로 낙찰률은 15%에 그쳤다. 강서구 화곡동 한 빌라는 지난 4월 25일 감정가(2억8900만원)의 8.6% 수준인 2482만5000원에 경매가 진행됐지만 응찰자가 없어 13번째 유찰을 기록했다. 11차례 유찰을 거듭했던 화곡동의 또 다른 빌라는 지난 11일 감정가의 9% 수준인 2688만6000원에 경매가 진행됐지만 주인을 찾지 못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전세 가격이 급등했던 2021년 이후 높은 보증금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던 물량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 만큼 빌라 경매 매물은 한동안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일부 입지 좋은 지역 내 아파트의 경우 낙찰가율이 100%를 넘어서는 등 부동산 경매 시장에서도 양극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매경이코노미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9호 (2024.05.15~2024.05.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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