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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총수 규제 실효성 논란…"구시대 동일인제도 손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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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국내 최대 온라인 유통 플랫폼 쿠팡을 지배하고 있는 김범석 의장이 또다시 '총수 동일인' 지정을 피하면서 동일인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동일인제도는 대기업 규제 적용 범위와 대상의 기준이 되는데, 자연인 총수 대신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서 총수 친족 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감시망이 옅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시의무 등 각종 규제와 감시를 받는 대기업집단의 88개 명단을 발표하며 김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회장 대신 쿠팡(주)과 두나무(주)를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제와 함께 도입된 동일인제도는 국내 대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주체를 공정위가 지정하는 것이다. 이들의 지분이나 지배력에 따라 기업집단 범위가 결정되고, 기업 간 부당한 내부 거래에 대한 감시도 엄격히 이뤄진다. 그간 일부 외국계 기업을 제외하곤 흔히 '기업 총수'라 불리는 자연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총수의 친족 등 특수관계인과 이들이 지배한 기업도 공정위 감시망 아래 놓였다.

2021년 기업집단에 포함된 쿠팡의 동일인이 외국 국적인 김 의장 대신 법인으로 지정되면서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공정위가 작년 말 국적과 관계없이 동일인을 지정하는 기준을 명확히 하는 법령 개정을 마친 이유다. 그러나 최근 공정위가 법인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예외 조건'을 마련하면서 김 의장은 동일이 지정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총수 대신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돼도 국내 계열회사 범위가 같고 친족들의 계열사 출자나 경영 참여, 자금 거래가 없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김 의장에게 '면죄부'를 준 모양새가 되면서 논란이 이어진다. 김 의장 동생이 쿠팡(주)을 지배하는 외국기업 쿠팡Inc. 소속이면서 쿠팡(주)으로 파견돼 국내에 근무하고 있는 것이 사실상 친족 경영 참여 금지 요건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특정 기업집단의 이해에 따라 시행령 개정이 추진됐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쿠팡과 두나무에 대해서는 예외 조건의 충족 여부 및 계열사 간 부당한 내부 거래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법 위반 시 엄정하게 법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 동생에 대해선 회사 운영을 위한 의사 결정에 참여하지 않아 경영 참여가 아니라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서 총수와 친족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 편취를 감시하고 규제하기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익 편취 금지 규제는 부당 내부 거래 조항을 통해 감시가 가능해 실무적인 규제 공백은 없을 것"이라며 "법인 동일인 지정은 친족의 계열사 출자 및 경영 참여가 없고, 계열사와의 채무보증이나 자금 대차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라 사익 편취의 유인이 현저히 적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실효성과 형평성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전 세계에서 한국만 운영하는 대기업집단과 동일인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기업들 간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기업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의 척도가 되는 시점"이라며 "국내 기업이 외국계에 비해 역차별을 받고 각종 공시 의무에 공력을 낭비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공시대상기업집단에는 7개의 신규 지정 집단이 포함됐다. 방탄소년단 등 K팝 열풍을 이끈 아티스트를 보유한 하이브는 엔터테인먼트 업계 최초로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카지노·관광 분야의 파라다이스, 호텔·관광 분야의 소노인터내셔널도 새롭게 진입했다. 노스페이스, 룰루레몬 등 유명 스포츠 의류 브랜드를 유통하는 영원도 포함됐다. 현대해상화재보험은 자산 평가 방법이 바뀌며 자산이 늘어 1년 만에 다시 지정됐고, 대신증권도 대기업집단에 포함됐다.

2차전지 호황에 힘입어 작년에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됐던 에코프로는 1년 만에 재계 순위를 15위나 끌어올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반도체, 2차전지 기업인 원익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새로 포함됐다.

한편 지난해 글로벌 경기 둔화의 여파는 대기업집단 실적에서도 나타났다. 올해 지정된 대기업집단의 지난해 매출액 합계는 1907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6%(71조8000억원) 감소했다. 매출 총액 감소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흔들린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감소액이 가장 큰 곳은 반도체 시황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삼성그룹이다. 한 해 동안 45조9000억원의 매출이 감소했다. SK그룹 역시 반도체 부진과 유가 하락으로 23조2000억원이 빠져나갔다. 반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친환경 자동차 판매 호조에 힘입어 34조7000억원 늘었다. 한화그룹은 작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합병하고 방위산업 부문에서 실적을 내며 10조8000억원 증가했다.

올해부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기준이 기존 자산 총액 10조원 이상에서 자산 총액이 국내총생산(GDP)의 0.5% 이상으로 변경되면서 10조3800억원으로 집계된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또 삼성, 포스코, 한진, HD현대, 두산, 셀트리온 등 6개 집단의 산학연협력기술지주회사 및 자회사가 계열사에서 제외됐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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