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터전을 잃은 아이들…웃어서 더 아프다 2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데이르 알발라의 피란민 텐트촌에 이스라엘 공습을 피해 가자지구 북부 지역과 남부 라파에서 탈출한 주민들이 모여 있다. EPA연합뉴스 |
북부 포함, 중·남부에도 포격
‘게릴라전’ 하마스 소탕 목적
3만여명 사망…절반은 어린이
병원엔 암매장 시신 수백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지 23일(현지시간)로 200일째가 됐지만 가자지구에는 좀처럼 포성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병력 대부분을 철수했던 북부를 포함해 가자지구 전역에 강도 높은 포격을 가했고, 한동안 은신해 있던 하마스 세력도 전열을 재정비해 저항하는 등 전쟁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이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전역에 대규모 포격과 공습을 가해 사상자가 속출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최북단 베이트라히야 4개 지역 주민들에게 ‘즉시 대피’를 명령했으나 대피할 시간은 주지 않은 채 곧바로 공습했다. 북부 지역을 비롯해 중부와 남부 지역에서도 공습과 포격이 이어졌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공습이 전날 베이트라히야에서 이스라엘 남부 스데롯 등 국경 도시 2곳을 겨냥해 로켓 5발이 발사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로켓은 모두 요격돼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마스와 동맹을 맺은 무장단체 이슬라믹지하드는 이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이는 약 7개월에 걸친 소탕 작전에도 무장세력이 여전히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을 정도의 세력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에 대규모 공격을 한 것은 약 4개월 만이다. 이스라엘군은 전쟁 초반 북부에 하마스 근거지가 있다며 ‘초토화’ 수준의 지상 작전을 벌였고, 지난해 말 하마스가 이 지역에서 통제력을 잃었다며 병력 대부분을 철수했다. 이후 전투 중심지는 남부 최대 도시 칸유니스로 옮겨갔으나, 최근 이스라엘군은 북부에 탱크를 재진입시키는 등 작전을 재개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이 남부에서 지상전을 벌이고 최남단 라파 공격을 준비하는 사이 북부에서 하마스가 다시 세력을 결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이 북부에서 활동하던 하마스 부대를 대부분 해체했지만, 잔존 세력이 더 작은 규모로 재편성해 도시 게릴라전 전술로 태세를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간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0월7일 전쟁이 발발한 뒤 가자지구에선 최소 3만4183명이 목숨을 잃었다. 어린이 사망자는 1만4500명을 넘었다.
이스라엘군이 다녀간 지역에서 집단 암매장된 시신이 대거 발견되는 등 집단 학살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자지구 민방위국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남부 나세르 병원에서 철수한 뒤 지난 20일부터 병원 안마당에서 암매장된 시신 310구가 발견됐다. 북부 알시파 병원 마당에선 시신 330여구가 발견됐다.
문제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주민들의 ‘최후의 피란처’로 불리는 최남단 도시 라파 군사 작전을 강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라파 인근 지역에 대규모 텐트촌을 건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지상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라파에는 현재 가자지구 전체 인구(약 230만명)의 절반 이상인 140만명이 몰려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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