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현실화 폐지 제동…보유세↑
재건축 시장 직격탄…‘메가시티’ 올스톱
재건축 시장 직격탄…‘메가시티’ 올스톱
주말마다 서울 강북 재건축 단지 매물을 살펴보던 강 모 씨는 최근 고민이 깊어졌다. 4·10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하면서 재건축 패스트트랙 정책이 자칫 동력을 잃지 않을까 우려돼서다. 강 씨는 “정부가 재건축 속도를 높이기로 해 초기 단계 재건축 단지를 눈여겨봤는데 이런 정책이 정작 국회 통과를 못하면 무용지물 아니냐”면서 “야당 주도로 오히려 재건축 규제가 더 강화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22대 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이 현실화되면서 윤석열정부가 추진해온 주요 부동산 정책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법 개정이 필요한 핵심 과제들이 국회에서 줄줄이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10 부동산 대책의 경우 79개 세부 과제 중 관련 법을 개정하거나 시행령을 고쳐야 하는 과제는 46개에 달한다. 이 중 국회 동의를 거쳐 법 개정이 필요한 과제는 18개다. 대책 상당수가 거대 야당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법안이 문재인정부 당시 수립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폐지하기 위해 최근 발의된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르면 2035년까지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9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부는 이 로드맵을 철회해 주택 소유자의 보유세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 과정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법제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만약 국회 법안 통과가 불발돼 기존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유지되면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높아져 집주인 보유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공급 감소에 집값 상승 전망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재건축 대못 규제로 불리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제도를 손보려면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정이 필요한데 더불어민주당이 환수제 폐지에 찬성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에 따라 재건축 단지 주민들은 불안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안전진단 규제 완화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전국 아파트 262만가구가 재건축 일정에 영향을 받게 됐다. 대상 단지는 서울(50만3000가구), 경기(52만2000가구), 인천(19만9000가구) 등 수도권에 절반가량이 몰려 있다.
국민의힘이 주도해온 ‘메가시티’ 구상도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김포, 고양, 구리 등 경기 주요 도시에선 ‘서울 편입’을 주장했던 여당 후보 대신 메가시티에 부정적 견해를 내비친 야당 후보가 줄줄이 당선됐다. 이 때문에 여당을 중심으로 추진되던 메가시티 공약이 원점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윤석열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어온 부동산 정책에 제동이 걸릴 경우 집값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단 재건축, 재개발 등 민간 도시정비사업을 통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려는 정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주택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문재인정부 시절 서울 도심 정비사업을 틀어막으면서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급등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사례가 재현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물론 민주당도 주택 공급을 아예 틀어막자는 입장은 아니다. 민간 재건축, 재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 대신 공공주택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기본주택 100만가구 공급을 핵심 부동산 공약으로 앞세웠다. 수도권 50만가구, 지방특화형 40만가구, 어르신복지주택 10만가구가 포함됐다. 기본주택은 무주택자가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분양, 임대형 공공주택을 의미한다. 다만 임대주택 중심의 공공주택 공급이 집값 안정에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6호 (2024.04.24~2024.04.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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