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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병원서 300구 집단 무덤 발견에 유엔 "일부 주검 손 묶여" 조사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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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이스라엘군이 진입했던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나세르 병원 부지에서 손이 묶인 주검을 포함해 300구 이상이 묻힌 집단 무덤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오며 유엔(UN)이 독립적 조사를 촉구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무덤이 병원 내 처형 은폐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은 인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주검을 조사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볼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2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자료를 통해 "집단 무덤 발견"에 "경악했다"며 관련해 독립적이고 투명한 조사를 촉구했다. 투르크 대표는 "불처벌 기류가 만연한 상황을 고려할 때 국제 조사관이 (집단 무덤 조사에) 포함돼야 한다"며 "병원은 국제인도법에 따라 매우 특별한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또 민간인, 구금자, 전투 능력을 상실한 전투원에 대한 고의적 살해는 전쟁 범죄"라고 강조했다.

영국 BBC 방송을 보면 유엔 인권최고대표 대변인 라비나 샴다사니는 관련해 "희생자들은 쓰레기로 뒤덮인 채 땅속 깊숙이 묻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며 "사망자 중 고령자, 여성, 부상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고 다른 이들은 손이 묶이고 옷이 벗겨진 채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손이 묶인 채 발견된 주검들의 경우 "국제인권법과 국제인도법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라며 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날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도 언론 브리핑에서 집단 무덤이 "신뢰할 수 있고 독립적인 방법으로 완전히 조사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 부대변인은 23일 언론 브리핑에서 집단 무덤 관련 질문을 받고 "엄청나게 큰 문제"라며 "이스라엘 정부에 이에 관해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23일 언론 브리핑에서 집단 무덤 보도에 관한 "진실성을 확인할 아무 것도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관련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나세르 병원 부지에서 주검 수습 중인 가자지구 민방위국은 23일 추가로 35구의 주검이 발견돼 집단 무덤 규모가 310구로 늘었다고 미 CNN 방송에 밝혔다.

민방위국 쪽은 방송에 일부 주검의 손이 묶여 있었고 "처형의 흔적이 있었다. 산 채로 묻혔는지 처형된 뒤 묻혔는지는 모른다. 주검 대부분이 부패했다"고 말했다. 하마스 언론국도 이스라엘이 병원에서 "처형"을 자행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불도저로 주검을 묻었다고 <로이터> 통신에 주장했다.

주민들은 이스라엘군이 무덤을 파헤친 뒤 주검이 사라졌다고 호소했다. 한 남성은 CNN에 1월에 살해된 형제를 병원 부지 야자나무 밑에 임시 매장했는데 "찾을 수가 없다"며 이스라엘군이 주검 검사 뒤 "위치를 뒤바꿔 놓았다"고 말했다. 현장의 다른 남성도 1월 살해된 21살 아들의 주검이 매장했던 위치에 없어 찾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군은 인질 여부 확인을 위해 나세르 병원 부지 내 "팔레스타인인들이 매장한" 주검을 조사했다고 인정했지만 모두 되돌려 놓았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와 CNN에 따르면 23일 이스라엘군은 "(주검에 대한) 조사는 고인의 존엄성이 유지된 채 정중하게 진행됐다"며 "이스라엘인 인질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조사가 끝난 주검은 제자리로 되돌려 놓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얼마나 많은 주검을 조사했는지, 이 과정에서 인질의 주검이 발견됐는지, 검사는 어떻게 진행됐는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집단 무덤에 관해 하마스와 이스라엘군이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발견된 주검의 적어도 절반은 이스라엘군의 병원 포위로 주검을 묘지로 옮길 수 없어 부지 내 임시 매장된 팔레스타인인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1월 말 이스라엘군의 나세르 병원 포위 당시 병원 밖으로 이동이 어려워 병원 부지에 직원들이 150구 가량의 주검을 매장했다고 밝혔다. 당시 1만 명 이상의 난민, 450명 가량의 환자, 300명 가량의 의료진 및 병원 직원이 병원 부지 내부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4일 스카이뉴스는 위성 사진과 복수의 영상 분석 결과 이스라엘군이 지난 2월 병원 부지에 진입할 때 이미 무덤 부지에 불도저 흔적이 보이는 등 막대한 훼손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가자지구 공격은 강화됐다. 23일 <로이터>는 주민들이 23일 가자지구 전역에서 몇 주 만에 가장 큰 규모의 폭격이 이어졌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중부와 남부 주민들은 통신에 공습과 포격이 24시간 내내 지속됐다고 말했다. 올 초 이스라엘군이 병력을 철수한 북부에도 폭격이 가해졌고 이스라엘군은 "위험한 전투 지역"이라며 북부 주민들에게 또다시 대피령을 내렸다.

미국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피난민 140만 명 이상이 몰린 가자지구 남부 라파 전면 침공에 반대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임의로 지정한 "인도주의 구역"을 확장해 침공을 강행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22일 이스라엘군 관계자가 라파 침공이 일어날 경우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기존 이스라엘 지정 인도주의 구역인 가자지구 남서부 지중해 연안 알마와시 지역을 포함해 아직 확인되지 않은 확장된 인도주의 구역으로 대피하라고 지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알마와시 지역조차 물자 및 시설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폭격에서도 안전하지 않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대규모 체포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 전쟁 반대 천막 농성은 미국 전역의 대학 캠퍼스로 번지고 있다. <AP> 통신은 22일 밤 경찰이 무질서 행위 혐의로 뉴욕대에서 시위 참여자 133명을 한때 구금했고 같은 날 예일대에서도 시위대가 캠퍼스 중앙 광장 농성장에서 나가기를 거부한 뒤 학생 47명을 포함해 60명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에도 농성 천막이 들어섰다.

지난주 100명 이상이 연행되며 시위의 불씨가 된 컬럼비아대에서도 여전히 수백 명이 농성 중이다. 동부 대학들을 넘어 23일 중부 미시간대 캠퍼스 중심부에 자리한 농성 천막 규모는 거의 40개로 늘었고 미네소타대에선 경찰이 도서관 앞에 설치된 천막을 철거하고 9명을 체포했다.

통신은 수백 명이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미네소타대 캠퍼스에 몰려 들었다고 덧붙였다. 서부에선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 훔볼트 캠퍼스에서 시위대가 22일 밤 건물을 점거했고 이 중 3명이 체포됐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UC버클리) 캠퍼스 내부에도 23일까지 농성 천막이 30개나 들어섰다.

CNN에 따르면 23일 미국 상원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과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이 함께 포함된 260억 달러(약 35조 6800억 원) 규모의 지원 법안을 통과시켰다. 동시에 610억 달러(83조 7000억 원) 규모 우크라이나 지원 법안 및 81억 달러(11조 원) 규모 대중국 방어를 위한 대만 및 인도-태평양 지원 법안도 통과됐다. 해당 법안들은 지난 20일 하원에서 통과됐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4일 곧바로 법안에 서명할 예정이다.

프레시안

▲23일(현지시간) 주민들과 보건 종사자들이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나세르 병원 부지에서 발견된 주검을 발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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