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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바쁘다며 신생아대출 거절”…은행·국토부 ‘네 탓’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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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적격 판정 받고도…“다른 은행 가 달라”
기한 있는데…차주들 ‘발 동동’
영업점 통폐합에 집단대출 업무도…인력난 호소
은행·국토부 서로 책임 떠넘기기
쿠키뉴스

쿠키뉴스 자료사진


시중은행에서 정책금융상품 중 하나인 신생아 특례 대출(이하 신생아 대출) 취급을 거절해 불편을 겪었다는 금융소비자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주택도시공사(HUG)에서 적격 판정을 받고 은행을 찾았는데 ‘바쁘다’며 문전박대 당했다는 설명이다. 은행과 국토교통부는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 일부 영업점에서 신생아 대출 취급을 꺼려 신청자들이 난감해 하고 있다. 신생아 대출은 출산 장려 취지로 지난 1월29일부터 시행됐다.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내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대환대출)에 대해 주택구입·전세자금을 최저 1%대의 저리로 대출해 주는 제도다. 출시 이후 두 달간 신청 규모가 4조5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수요가 높았다.

온라인에서도 관련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은행에서 ‘집단대출이 있어 어렵다’면서 신생아 대출 신청을 취소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황당함을 토로하는 글이 지난 17일 올라왔다.

이뿐만 아니다. “은행 여러 지점에 기한 내 대출심사 및 대출 실행이 가능한지 수소문했는데 현재 쌓여있는 대출이 너무 많아 기간 내 처리가 어렵다고 했다”, “가까운 은행에 대출 신청을 했는데 ‘대규모 집단대출로 신규 대출이 어려우니 다른 은행으로 가달라’는 대답을 들었다” 등의 비슷한 경험담이 이어지고 있다.

신생아 대출은 차주가 먼저 주택도시기금 사이트 ‘기금e든든’에서 사전자격심사를 거치고, 이후 적격 판정이 나면 가까운 금융기관을 방문해 대출 신청을 하는 절차로 받을 수 있다. 구입 자금의 경우, HUG에 접수한 날짜로부터 1달 내에 심사 및 약정 체결이 완료돼야 대출 실행이 가능하다. 차주 입장에서는 기한을 맞추지 못하면 기존 신청을 취소하고, 재신청을 하는 수밖에 없다. 원점으로 돌아가 복잡한 절차를 반복해야 하는 셈이다.

은행이 정책금융상품을 꺼리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꼽힌다. 시중은행 영업점은 최근 인력난을 겪고 있다. 점포들이 통폐합되면서 소비자는 한 점포로 몰리는데, 퇴직자는 많고 신규채용은 적어 인력 충원 속도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당시 지식산업센터, 상가 등이 많이 세워졌다. 그때 시행된 집단대출이 3~4년이 지나 만기연장해야 하는 건들이 대거 있는 건 맞다. 그쪽에 인력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면서 “정책금융상품 신청 절차가 복잡한데다, 최근 HUG에서 은행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이 잦아진 것도 직원이 취급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라고 털어놨다.

현재 주택도시기금 재수탁기관(수탁은행)은 우리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5개 사로, 특히 간사 수탁은행인 우리은행으로 그동안 타행이 떠넘긴 정책금융상품 대출이 몰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국토부에 책임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토부가 이자 정산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을 해줄수록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정책금융상품은 은행이 시중금리와 정책금리 차이 만큼 보는 손실분에 대해, 국토부에서 사후 보전해주는 구조다. 연말이 되면 재원이 고갈돼, 은행 자산으로 대출을 실행한 뒤 다음해 연초 정부가 이자 차액을 주는 식이었는데 최근 정부가 이자정산을 미루거나 충분히 주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정부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은 국토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말도 못하고 냉가슴을 앓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주택도시기금이 크게 줄어든 배경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신생아 대출,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금융상품은 주택도시기금 자체 재원으로 공급된다. 주택도시기금은 건축 인허가, 부동산 등기, 청약주택 등에서 발생하는 ‘국민주택채권’ 판매와 청약저축 납입금으로 조성된다. 지난해 말 기준, 주택도시기금 조성액은 95조4377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새 13조원이 급감했다. 청약저축 감소가 가장 큰 영향을 줬다. 부동산 시장 침체, 그리고 청약통장 메리트가 사라지면서 2년 새 130만좌의 청약저축 통장이 해지됐다. 청약저축액은 2021년 23조원에서 지난해 14조900억원까지 줄었다. 국가 재정난으로 서민 금융 관련 예산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국토부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은행에서 반기별로 취급한 대출 실적을 제출하면 은행 손실분을 사후 정산해 지급한다. 간혹 은행에서 대출 실적을 늦게 제출해서 정산이 늦어질 수는 있다”면서도 “일부러 이자 정산을 지연한다거나 주고 있지 않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은행이 청구한 건에 대해 지급을 안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반박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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