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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증거 잡았다…“빠져나간다”는 어도어, 민희진은 왜 등을 돌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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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탈취’ vs ‘뉴진스 베끼기’
모회사 하이브와 자회사 어도어 격돌
사실 관계 감사 질의서 답변 내일까지
멀티 레이블 체제 유연한 해결책 필요
헤럴드경제

방시혁 하이브 의장 vs 민희진 어도어 대표 [하이브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자회사간 이해상충을 야기하는 하이브식 경영을 비판한다.”

국내 걸그룹의 ‘새로운 표준’ 뉴진스를 제작한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박지원 하이브 CEO, 방시혁 하이브 의장에게 보낸 메일엔 이러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K-팝 왕국이 흔들리고 있다. 국내 1위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를 향한 자회사 어도어의 저격이 이어지면서다.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갈등은 ‘진실공방’ 으로 치달으며 K-팝 업계를 시끄럽게 달구고 있다. 모회사와 산하 레이블 간 터져버린 갈등에 멀티 레이블 체제의 약점도 노출, 현명한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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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뉴진스 표절’ 주장한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 증거 확보불과 이틀 사이 하이브와 어도어를 둘러싼 갈등이 ‘진실공방’으로 향하며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낳고 있다.



사건이 발단은 지난 3일로 향한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의 신인 걸그룹 아일릿이 제뷔 7일째 되는 날이었다. 뉴진스의 소속사인 어도어 경영진은 이날 “자회사 동의없이 안무를 표절하고 콘셉트를 모사한 것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니 답변을 바란다”고 모회사 하이브에 메일을 보냈다.

이후 뜬금없이 지난 지난 22일 하이브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비롯한 일부 경영진이 본사 독립 정황을 포착했다며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팀에선 어도어 경영진 업무 구역을 찾아 회사 전산 자산을 회수, 모든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하이브가 어도어 전산 자산을 통해 ‘경영권 탈취’의 물증이 될 만한 문건은 최소 3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이 어도어가 하이브 측에 ‘항의 서한’을 보내기 전인 지난달 23일과 29일 각각 작성한 업무 일지였다. 민 대표의 최측근인 A씨가 작성한 내용이다.

문건에는 어도어가 본사 하이브로부터 독립을 시도하려는 정황으로 읽힐 만한 내용이 담겼다.

특히 ‘어젠다’(Agenda)라는 제목 아래 ‘계약서 변경 합의’라는 세부 시나리오가 적힌 문건엔 ‘외부 투자자 유치 1안·2안 정리’라는 항목과 함께 글로벌 사모펀드의 이니셜이 언급됐다. ‘G·P는 어떻게 하면 살 것인가’ 라는 대목과 내부 담당자 이름까지 언급돼 있다. G는 싱가포르 투자청(GIC), P는 사우디 국부펀드(PIF)라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 일부를 싱가포르 투자청이나 사우디 국부펀드에 매각하게 하는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문건이다.

뿐만 아니라 ‘하이브는 어떻게 하면 팔 것인가’ 라는 문장도 담겨 있다. 하이브가 어도어의 지분을 하는 방법을 모의하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현재 하이브는 어도어 지분 80%, 민 대표 측은 20%를 보유하고 있다. 민 대표는 지난해 콜옵션(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해 어도어 지분 18%를 매입, 하이브에 이어 어도어의 2대 주주가 됐다. 나머지 지분 2%는 어도어의 다른 임원이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선 민 대표가 전날 제기한 빌리프랩 소속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의혹 역시 그 가운데 하나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9일자 문건엔 ‘목표’라고 적은 뒤, ‘궁극적으로 빠져나간다’·‘우리를 아무도 못 건드리게 한다’ 등의 내용이 적힌 것으로 파악됐다.

하이브는 이러한 정황 증거를 확보, 어도어에 정보 유출, 경영권 탈취 모의 등 사실 관계를 묻는 질의서를 보내뒀으며 24일 오후 6시를 답변 시한으로 정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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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어도어 제공]


지금은 등 돌린 과거의 파트너…뉴진스 성취 보상 입장차현재까지 양측은 진실공방을 방불게 할 만큼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하이브는 민 대표와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를 주장하고 있고, 민 대표는 ‘뉴진스 베끼기’를 문제 삼자, 자신을 해임하려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맞서는 양측의 내막은 더 복잡다단하다. 민희진이 이끌고 있는 어도어와 뉴진스의 탄생 과정부터 균열은 시작됐다. 이미 K-팝 업계에선 하이브 산하 레이블, 특히 걸그룹 소속사 간의 치열한 경쟁과 하이브와 어도어의 미묘한 관계에 대한 증언들이 자주 나왔다.

민희진 대표는 과거 SM엔터테인먼트에서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등 2~3세대 K-팝 그룹의 콘셉트와 브랜드를 디자인하며 독창적인 감각으로 업계의 핵심 크리에이터로 떠오른 제작자다. 하이브로 이적한 이후엔 방시혁 의장과 함께 산하 레이블 쏘스뮤직에서 신규 걸그룹을 론칭할 계획이었다.

서로를 존중하며 의기투합했던 두 사람은 걸그룹 제작 과정에서 의견차가 발생, 이후 2021년 하이브가 자본금 161억원을 출자해 만든 자회사 어도어를 론칭했고 민희진이 대표로 앉게 됐다. 이후 2022년5월 쏘스뮤직에서 방 의장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르세라핌이 데뷔했고, 같은 해 7월 어도어에서 뉴진스가 데뷔했다.

두 그룹 모두 결과적으로는 4세대 K-팝 그룹의 중추가 됐으나, 초기부터 현재까지 상황에선 뉴진스의 업계 평정이라 봐도 무방하다. 뉴진스는 이전의 K-팝 그룹이 시도한 적 없던 데뷔전을 치르며 걸그룹 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했다. 어도어가 뉴진스의 성공은 하이브와는 별개의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도 업계에선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상황에서 뉴진스의 성취에 따른 보상 수준의 입장차가 갈등의 원인 중 하나가 됐다. 민 대표가 지난해 연말 기존보다 2배가 넘는 거액의 보상을 요구했고, 하이브가 이를 거부했다.

양측의 갈등이 쌓이고 쌓인 상황에서 하이브가 민 대표와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 정황을 포착한 것은 올 초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던 중 아일릿이 데뷔하고, 민 대표와 어도어 측은 뉴진스 표절 문제를 제기하며 갈등에 불을 지폈다.

아일릿은 뉴진스 못잖게 데뷔와 동시에 주목받았다. 데뷔곡 ‘마그네틱’(Magnetic)으로 각종 음원 차트와 TV 음악 프로그램 1위를 휩쓸고, K-팝 데뷔곡 사상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 ‘핫 100’에 진입했다. 하지만 이미 K-팝 팬들 사이에서도 아일릿의 10대 감성과 뮤직비디오 일부 장면, 이지 리스닝 계열의 음악이 뉴진스와 흡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업계에선 뉴진스가 업계 트렌드로 자리잡은 이후 이미 다수의 걸그룹이 뉴진스 스타일을 지향해온 데다, 이러한 문제 제기가 같은 모회사를 둔 산하 레이블 사이에 나오는 것이 맞냐는 의문도 나온다. 비슷한 콘셉트로 트렌드를 이어가며 업계에서 세를 확보하려는 것도 전략적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민 대표는 그러나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아일릿 데뷔 앨범을 프로듀싱했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이니 어도어 및 뉴진스가 유사함을 허용하거나 양해했으리라는 반응도 있다”며 “그러나 어도어는 하이브와 빌리프랩(아일릿 소속사인 하이브 산하 레이블)을 포함해 그 누구에게도 뉴진스의 성과를 카피하는 것을 허락하거나 양해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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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와 아일릿 [하이브 제공]


하이브 성공 전략 ‘멀티 레이블’…유연한 해결책 필요K-팝 업계 관계자들은 “하이브라는 굴지의 엔터테인먼트사가 선도적으로 이끌어온 멀티 레이블 체제가 빚을 수 있는 갈등이 K-팝 업계에서 시작된 사례”라고 봤다.

2005년 설립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전신으로 하는 하이브는 지난 몇 년 사이 본격적인 몸집 불리기를 시작했다.

현재 하이블 산하엔 방탄소년단이 소속된 빅히트뮤직, 세븐틴이 소속된 플레디스(2020), 르세라핌의 쏘스뮤직(2019), 엔하이픈의 빌리프랩(2018), 뉴진스의 어도어(2021), 지코와 보이넥스트도어의 KOZ(2020) 등 국내 레이블을 비롯해 미국, 일본의 해외 법인까지 합쳐 총 11개의 산하 레이블을 가지고 있다.

하이브는 멀티 레이블 체제의 구축으로 특정한 대형 아티스트 의존 구조를 벗어나, 다채로운 음악 장르와 콘셉트로 다양성을 추구하며 성공적인 몇 해를 보냈다. 이 같은 멀티 레이블 체제는 하이브가 방탄소년단 의존도를 줄이고 안정적인 행보와 투자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성공 전략이었다.

산하 레이블의 운영 방식도 독립적이었다. 하이브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각각의 레이블은 아티스트 데뷔, 음반 작업 등 일련의 제작 과정에서 모회사와의 전략적 논의 없이 독자적인 행보를 유지해왔다. ‘독립적 운영’을 통한 레이블 간의 ‘건강한 경쟁’은 하이브가 전례없는 슈퍼 IP(지적재산권)인 방탄소년단의 공백을 빠르게 메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지난해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모두 군입대한 뒤 빅히트뮤직의 매출은 5523억원으로 전년보다 3.6% 감소했으나, 이외 국내 레이블의 매출은 모두 증가했다. 플레디스는 3272억원, 어도어는 1102억원을 기록, 각각 전년보다 124.5%, 492.5% 늘었다. 쏘스뮤직은 611억원으로 전년 대비 166.8% 증가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K-팝 업계의 ‘선진화된 모델’로 꼽혀온 멀티 레이블 전략의 약점이 노출됐다. 레이블 간의 성과 경쟁이 구성원의 피로도를 더하고, 각각의 레이블이 협업보다는 ‘자기 것 챙기기’에 몰두한 원인을 야기하게 됐다. 멀티 레이블 체제에서 노출될 수 있는 리스크를 예측해 사전 관리와 컨트롤이 필요했으나, 하이브는 이 부분에서 실책을 기록했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모회사와 레이블 사이의 갈등이나 레이블 간의 경쟁은 충분히 예측가능한 일이었고, 다수의 레이블 중 특정 레이블과 소속 아티스트의 역량과 힘이 커질수록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한다.

다만 양측의 대립이 멀티 레이블 체제의 부작용으로 볼 수도 없으며, 존속 여부를 논할 사안은 아니라는 데에 가요계 관계자들은 의견을 함께 하고 있다. 지금은 유연한 대처와 해결, 모회사와 레이블 간의 갈등 해결을 위한 해법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이번 갈등이 쉽게 잦아들 거라 보진 않고 있다. 민 대표는 “하이브, 빌리프랩, 방시혁 의장은 제대로 된 사과나 대책 마련은 하지 않으면서 단지 개인을 회사에서 쫓아내면 끝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뉴진스가 일궈 온 문화적 성과를 지키고, 더 이상의 카피 행위로 인한 침해를 막고자 모든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브는 앞서 확보한 자료와 전산 자산 등을 분석, 필요시 법적 조치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뉴진스의 컴백 예정일은 다음달 24일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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