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
[스포츠서울 | 박효실 기자] 주말이면 17시간씩 자는 무기력한 남편과 독박육아에 지친 아내의 함께이지만 고독한 일상이 먹먹함을 안겼다.
22일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서 수면장애로 극심한 부부 갈등을 겪고 있는 잠수 부부가 출연했다. 결혼 13년차의 사십대 부부는 다소 무표정한 모습으로 스튜디오에 등장했다.
아내는 “남편이 쉬는 날이면 17~18시간씩 잠을 잔다. 밥도 안 먹고 화장실도 안 가냐고. 잠을 이렇게 잘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라며 “8세 아이의 소원이 아빠랑 놀러 가는 거다. 근데 어디 가자고 하면 아빠는 잠 자거나 아프다고 하니까”라고 말했다.
남편은 “아내와 같이 뭘 하려고 하면 자꾸 마찰이 생긴다. 나도 직장생활 하느라 피곤한데 집에 오면 좀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쉬는 날 집안의 모습을 비추는 화면에서 아내와 아이가 거실에서 노는 가운데, 남편은 낮 12시반에도 숙면에 빠진 상태였다. 아내는 “최저로 자는 게 14시간이고 어떨 때는 그 다음날 일어난 적도 있다”라며 24시간을 자는 남편의 수면력을 폭로했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
실제 촬영 스태프들이 3~4시간에 걸쳐 영상 장비를 설치하는 와중에도 남편은 죽은 듯이 잠든 모습이었다. 오후 2시가 넘어서야 남편이 일어나자 아이는 “아빠, 일어났다”라며 기뻐했다.
아내는 아이를 위해 드라이브를 나섰고, 남편은 자연스레 조수석에 앉았다. 아내는 “남편이 운전대만 잡으면 자서 운전은 내가 한다”라고 말했다. 아내가 운전하는 와중 남편은 여지없이 잠들었다. 딸기농장을 찾은 아이는 신나서 딸기를 땄지만, 아빠는 아무 의욕 없이 모자 뒤를 따를 뿐이었다.
스무살 무렵 척추측만증 진단을 받은 아내는 23세에 교통사고를 당해 요추가 여러 군데 골절됐다. 현재 아내는 등이 많이 굽어있는 상태였다. 장애를 딛고 결혼한 두 사람은 여섯 차례의 유산 끝에 귀한 아이를 얻었다. 아내는 몸이 불편한 상황에도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고 애썼지만, 남편은 방관했다.
아내는 “8년 동안 아이랑 딱 3번 놀러 갔다. 애아빠는 주말마다 자고 있고, 가자고 하면 아무 이유 없이 아프다고 하고, 그래서 싸운다”면서 “애가 여섯살 때 그랬잖아. ‘아빠는 개구리처럼 잠만 자고 엄마는 돼지처럼 일만 한다’고”라더니 아이가 안쓰러워 눈물이 그렁해졌다.
하지만 이어진 영상에서 오전 6시 알람에 벌떡 일어난 남편은 도시락을 싸서 출근해 놀라움을 안겼다. 남편은 출근해 12시간 동안 냉동창고에서 물류 작업을 하고 있었고, 손이 다 갈라진 모습이었다. 남편은 “내가 성격도 그렇고 몸이 많이 느리다. 일에 지장을 안 주려고 뛰어다니면서 일을 한다. 내가 디자이너 할 때 아내가 육아를 너무 힘들어해서 출퇴근이 확실한 곳으로 옮겼다”라고 말했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
그렇게 10년간 하던 일을 관둔 남편은 6년간 냉동창고 일을 하며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 퇴근하던 남편은 과자와 음료수를 사 들고 집 근처에서 혼자 허기를 달랬다. 남편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회사와 집 사이에 공백이 있었으면 좋겠다. 바로 가면 너무 숨 막힌다”라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남편은 “회사에서도 모욕당하고 이러니까 내가 다 털린 느낌? 자동차가 지나갈 때 막 뛰어들고 싶을 때도 있다. 책임질 가정이 있어서 책임을 지는데 내 존재가 없어지는 기분이다. 항상 그랬다”라고 말했다.
남편은 “과거 어느 날 회사에서 욕 먹게 된 일이 있었는데 모든 사람들이 ‘왜 실수했어?’ 그러고 나를 그나마 챙겨줬던 분도 ‘왜 그랬어? 그럴 거면 왜 다녀?’라고 했다. 그러고 나니까 차만 보이면 뛰어들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오 박사는 “우리는 사람을 피해서 살아갈 수가 없다. 그런데 타인은 내 뜻대로 안 된다. 타인의 주는 나쁜 영향도 못 막는다. 거기에 자아가 흔들려 버리면 안 된다”라며 “남편분은 아내에게 소중한 사람이고, 아들에게는 우주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다. 난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사셔야 한다”라고 말했다.
제작진의 설득에 남편은 건강검진을 받았다. 검사 결과 남편은 척추 협착으로 수술이 필요했고, 당화혈색소도 당뇨 수치를 훌쩍 넘는 상태였다. 수면장애로 혈전이 생겨 뇌경색 우려도 컸다.
오 박사는 아내에게 “저녁 식사가 오후 10시면 너무 늦다. 남편의 수면장애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저녁 식사시간을 당겨주셔라. 그리고 수면도 아들과 분리하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남편에게는 “우울증이 엿보이신다. 반드시 치료가 필요해 보인다. 아들을 사랑하시는데 아들과 어떻게 대화하고 마음을 주고받을지 모르시는 것 같다. 아이와 하루에 5분 이상 눈을 마주치셔라. 샤워시키실 때 아이를 꼭 한번 안아주셔라. 사랑한다는 말은 매일 하셔도 된다”라고 말했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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