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 국회의장 경쟁은 총선 직후 시작됐다. 경기 하남갑에 출마해 6선 고지를 밟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총선 다음 날(11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국회의장 도전 의사를 질문 받자 “의회의 혁신적 과제에 대한 흔들림 없는 역할을 기대한다면 주저하지는 않겠다는 마음”이라고 답한 것이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국회의장은 중립이 아니다”며 “혁신의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일찍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
추 전 장관의 경쟁자로는 역시 6선에 성공한 조정식 당 사무총장이 꼽힌다. 총선 공천을 큰 탈 없이 관리한 조 사무총장은 ‘관리형’ 의장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당내에서 듣는다. 하지만 “총선을 진두지휘한 사무총장이 곧바로 여야 관계를 조율하는 국회의장이 되는 건 이례적”(수도권 민주당 의원)이란 엇갈린 평가도 동시에 나온다.
5선 의원 가운데선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면서 소신파로 알려진 정성호 의원, 이 대표와 수시로 상의하면서 당 전략공천을 책임졌던 안규백 의원, 우원식·김태년·윤호중 등 의원 등이 후보군에 거론된다. 22대 국회에 재(再)입성 하면서 5선이 된 박지원 전 국정원장·정동영 전 대표 등도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차기 국회의장 선정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건 이른바 ‘친명계’의 여론이다. 민주당에서 새로 국회에 입성하는 초선 의원 73명 가운데 39명이 친명계로 분류될 정도로, 민주당 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당 안팎에서 이재명 대표 연임론이 분출하면서 이런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후보가 지난 7일 하남시 위례스타필드시티 앞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친명계의 입장은 엇갈린다.
원외 친명 조직을 중심으로 한 참모 그룹 일각에서는 추 전 장관을 의장으로 밀어주자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른바 ‘이재명-추미애 역할 분담론’이다. 이 대표 측 한 관계자는 “정치적 입장이 선명한 추 전 장관이 국회의장에 올라간다면 과거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 ‘추-윤 갈등’이 국회의장과 대통령 관계로 재현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 대표는 갈등 프레임을 비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연임할 경우 의정 활동 내내 정부와 부딪히며 ‘비호감 실점’을 쌓을 여지를 줄인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반기는 추미애 의장, 후반기는 '관리형'의 조정식 의장 체제로 가면 이 대표는 초·재선 의원 그룹을 중심으로 당권을 강화하고, 수권 정당으로서 민생 과제를 먼저 챙기는 투 트랙 전략으로 대권 시간표를 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왼쪽), 조정식 사무총장(오른쪽)이 지난달 8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관위원회 활동 브리핑에 입장 하고 있다. 뉴스1 |
일각에선 “어디로 튈지 모를 추 전 장관보다는 상황 관리에 능숙한 사람을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뽑아야 국민에게 수권 정당의 면모를 인정받게 될 것”(경기도 중진 의원)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 경우 조정식 총장이나 정성호·김태년 의원, 박지원 전 원장 등이 적임자로 거론된다. 한 보좌관은 “조국혁신당 등 탄핵에 들뜬 세력이 국회에 입성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시시각각 변하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을 인사가 국회의장으로서 버텨주는 것이 이 대표 대권 가도에도 결과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회 전체를 아울러야 하는 의장 경선이 친명계 일색으로 흘러가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서울 중진 의원은 “국회의장은 그야말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자리기 때문에 계파적 이해관계로 예측하는 게 무의미하다”며 “의장 경선은 당원 투표가 아닌 국회의원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지 않나. 후보 개개인의 인품과 명분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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