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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이 '벗'이 된다…254조 사람닮은 AI 로봇, 中은 정부가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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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모습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두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17일(현지시간) 전기 모터로 움직이는 신형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해 2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공개했고, 가장 최근엔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와 협력해 개발한 ‘피규어 01’을 선보였다.

신형 아틀라스는 기름의 압력(유압)이 아닌 전기모터의 힘으로 움직이도록 설계됐다. 카메라가 장착된 머리 부위는 360도 회전하며, 관절을 앞뒤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등 인간은 못 하는 동작을 거뜬히 해낸다. 현대차는 아틀라스를 차세대 자동차 제조 공정에 투입할 예정이다.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소프트웨어의 발전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수십 년 동안 시뮬레이션과 모델 예측 제어 분야에서 전문 지식을 축적했으며, 로봇들이 복잡한 실제 상황에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강화학습, 컴퓨터 비전 등 새로운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도구를 (아틀라스에) 장착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박테크 기업들은 AI 휴머노이드 로봇의 성장성을 보고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최근 생성형 AI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넥스트 MSC에 따르면 전 세계 AI 로봇 시장은 2021년 956억 달러(약 128조 원)에서 2030년 1848억 달러(약254조 원)까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일보

김영희 디자이너





빅테크가 키우는 미국



이 시장의 주력 기업들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몰려 있다. 최근 가장 주목 받는 기업은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다. 지난 2월 AI 반도체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와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하며 화제가 됐다. 당시 설립 3년차인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으로 평가됐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도 이 회사에 투자했다. 피규어AI가 오픈AI와 손 잡은지 2주 만에 내놓은 피규어01은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영상으로 전 세계에 충격을 던졌다.


테슬라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22년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공개한 테슬라는 지난해 12월 2세대 모델을 발표했다. 영상에 나온 옵티머스 2세대는 전보다 10㎏ 가볍고 보행 속도는 30% 빨라졌으며, 계란을 깨뜨리지 않고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한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다. 테슬라는 3년 안에 이 로봇을 공장 부품 운반에 도입하고 5년 내에 2만 달러 이하 값으으로 대량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시장을 개척한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 대중화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밀어주는 중국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AI 휴머노이드 개발을 전폭적으로 지원 중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2025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을 대량생산하고 2027년에는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겠다는 목표다. 특히 중국의 대도시와 지방 정부들이 로봇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며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들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인간형 로봇을 통해 중국 제조업을 혁신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기업들 중엔 중국 최대 검색엔진 기업 바이두가 로봇 제조사 유비테크와 협업해 자체 개발한 AI를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밖에 또 다른 로봇 제조업체 니오는 전기차 제조를 위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진행 중이다. 미국과 중국의 첨단기술 전쟁이 AI를 넘어 로봇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술 격차 커지는 국내 기업



국내 기업들은 아직 AI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2020년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정도다. 한화와 두산 등 다른 대기업들도 로봇 시장 진출을 선언했지만 대부분 산업용 협동 로봇에 집중하고 있다. 그외엔 삼성전자가 투자한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유압 구동식 이족보행 로봇 LIGHT를 공개했다. 최혁렬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는 “최근 10년 동안 휴머노이드 로봇과 관련한 정부의 지원은 거의 없었다”며 “정부가 지속성과 연속성을 가지고 로봇 산업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을 해야 국내 로봇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영우 기자 novemb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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