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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유가는 알고 있다…유가와 중동 전쟁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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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의 중동 전쟁 위기에서 유가는 무엇을 의미하며 어디를 가리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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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전쟁 위험이 불거질 때마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바로 유가입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국경을 뚫고 침공을 감행하자 85달러 밑으로 떨어졌던 브렌트유 가격은 5%나 급등하며 9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를 막으며 확전 기로에도 섰지만 다행히 사우디나 이란과 같은 주요 원유 생산국으로까지 전운은 번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 변화는 실시간으로 유가에 반영됐고 가격은 70달러대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지난 1일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위치한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면서 판도가 다시 바뀌었습니다. 이 폭격으로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 소속 고위 지휘관 2명 등이 목숨을 잃으면서 시아파의 맹주 이란은 보복을 다짐한 겁니다.

이란은 지난 주말 밤 끝내 이스라엘을 향해 대규모 공습을 벌였습니다. 지난 1979년 이란 혁명으로 팔라비 왕조가 무너지고 이슬람 공화국이 들어선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반세기 만에 5차 중동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됐고 이번에는 유가가 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란의 반격에도 유가는 잠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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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보복 조치 전부터 유가는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해 지난해 10월 이후 반년 만에 9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시장은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당연히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보복 공세에 따른 리스크를 가격에 미리 반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란의 보복 공습 이후 유가는 뛰지 않았습니다. 보복 이후에도 90달러 선을 오가며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이란의 보복 공습이 시장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란은 무려 300기에 달하는 자폭 드론과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이란의 공습은 이스라엘의 방공망에 99%가 격추됐습니다. 주말 밤 기습처럼 공습을 감행했지만 미국은 48시간 이내에 이란의 공습이 이뤄질 거라고 예고한 상태였고 이 정도면 이스라엘이 대응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심지어 마이클 싱 전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중동 국장은 "이번 공격은 철저히 통보되고 느렸으며 결과적으로 실패한 보복"이라 분석했습니다.

이쯤 되니 시장에서도 '추가 위험은 없겠지?'라면서 유가에 더 이상 프리미엄을 얹지 않는 것입니다.

업자들은 왜 확전 위험을 낮게 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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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에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지만, 이스라엘은 모두 막아냈습니다. 국제 사회가 지켜보는 가운데 명백하게 보복에 실패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란이 추가 공습에 나설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왜 시장은 이란이 여기서 멈출 것이라고 생각할까요? 시장의 낙관론 배경에는 빈사 상태에 가까운 이란 내 경제 상황이 있습니다.

이란은 지난 2018년 미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JCPOA)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이후 미국 주도의 강도 높은 경제 제재를 받아왔습니다. 그 결과 지난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1.8%, -3.1% 마이너스 성장하며 침체를 겪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제재 이후 물가 상승률은 살인적인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30%대까지 오른 물가 상승률은 천정부지로 치솟더니 재작년에는 50%를 기록했습니다. (출처 : IMF)

이런 경제 상황에서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면전 카드를 꺼내는 건 득보다 실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이란은 공습 이후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으로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려는 게 아님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이 벌인 공습에 대응한 것이라고 확실히 선을 그은 것입니다.

유가는 미국의 마음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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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전이 부담스러운 건 이란만이 아닙니다. 이란산 원유는 미국의 제재 대상이었지만 이란은 이른바 '회색시장'을 통해 제재를 회피했습니다. 제재 대상인 국영석유회사가 아닌 민간 기업을 통해 환적·원산지 변경 등의 방법으로 국제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중국 등에 원유를 수출했습니다.

이렇게 시장에 유통된 원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유가 안정에 도움이 됐습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가스와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며 공급 차원의 인플레이션이 촉발됐고, 이로 인해 동맹국은 물론 자국민의 눈치를 보던 미국은 유가 안정을 위해 이란의 원유 수출을 눈감아주기도 했습니다.

그 사이에 이란의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340만 배럴까지 늘어났습니다. 글로벌 원유 공급량의 3.3% 수준입니다. 1억 배럴이 조금 넘는 전체 공급량에서 1%만큼만 공급 차질이 생겨도 유가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만약 이스라엘과 전면전 중 이란의 원유 생산 설비가 타격을 받아 생산량이 줄면 유가가 출렁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런 시나리오는 도날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에게는 큰 부담입니다.

더 큰 변수는 하루 평균 원유 2,000만 배럴이 오가는 호르무즈 해협입니다. 외신들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의 앞바다이기 때문에 전쟁 중에는 경계가 삼엄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의심 선박으로 몰려 나포되거나 공격을 받는 등 물자 이동에 차질이 생긴다면 유가는 물론 물가 전반에 상승 압력이 가해질 것입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보면 이런 맥락은 더 뚜렷해집니다. 이란의 공습 이후 바이든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의 어떤 반격 작전에도 참여하지 않고 지원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덕분에 5차 중동 전쟁 위기에도 유가는 신중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유가는 앞으로 무엇을 가리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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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이니 그만하자.'라며 한 발 뒤로 뺀 이란, '여기서 더 나가면 난 더 이상 네 편이 아냐.'라고 경고하는 미국, 그럼에도 이스라엘이 추가 공습을 감행할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이미 외신 등에서는 이스라엘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보복 공격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를 반영해 시티그룹은 여전히 잠재적인 확전 위협이 도사리고 있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더 오를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가가 위든 아래든 가리키지 않고 지금처럼 높은 수준에 머물며 내려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처럼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때도 우리 경제는 유탄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경제가 2.1% 성장하고 하반기에는 물가 상승률이 2.3%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봤지만 이는 유가가 80달러 초반 대에 머문다는 가정 하에 이뤄진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유가가 90달러, 100달러로 올라가서 오랜 기간 머물러 있으면 당연히 전망을 바꿔야 한다."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이번 전쟁이 확전으로 이어질 것인지, 아니면 확전의 위험 앞에서 불확실성을 길게 늘어뜨릴 것인지 가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유가는 이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입니다.

안상우 기자 as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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