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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반도체+구리? AI발 전력위기가 다가온다[딥다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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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과 에너지. 요즘 가장 큰 관심 산업 분야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 둘이 결합되기 시작했습니다. ‘AI발 전력 부족’이 전 세계적 이슈로 떠오른 겁니다.

‘전기 인프라 혁명이 시작됐다’는 이야기는 사실 오래됐죠. 지난해 8월 딥다이브에서 소개한 적도 있고요. 당시엔 ‘탄소제로로 가려면 전력망 확충이 시급하다’는 논리였는데요. 그 스토리가 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AI 기술이 발전하려면’으로 말이죠. 그리고 AI가 앞에 붙자 갑자기 시장의 관심도가 확 높아집니다. 오늘은 이 AI와 전력망의 상관관계를 들여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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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곧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에 관한 이야기이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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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의 전기 걱정

전기가 부족해서 큰일 났다는 얘기를 몇 년째 해온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이죠. 그는 지난해 8월 이렇게 말했습니다. “ 지속가능한 에너지 미래로 전환하려면 (미국은) 전기 출력이 (지금의) 3배가 필요합니다. 가장 큰 걱정은 긴급성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전기 수요가 얼마나 될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때만 해도 그의 말은 이런 식으로 해석됐습니다. ‘전기차를 많이 팔려면 충전할 전기가 더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그의 말대로 긴급성은 떨어져 보였습니다. ‘전기가 모자라? 그럼 내연기관차를 더 타면 되지’라고들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머스크의 발언 내용이 최근 좀 바뀌었습니다. 지난 2월 말 그는 보쉬 커넥티드 월드 컨퍼런스에서 또다시 전력 부족을 지적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AI 컴퓨팅에 대한 제약은 매우 예측가능합니다. 1년 전엔 칩이 부족했습니다. 그럼 다음 부족은 전기와 변압기가 될 거라고 예측하는 건 매우 쉽습니다. 내년이면 모든 칩을 구동할 만큼의 충분한 전력을 찾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전기차와 AI의 동시 성장은 전력설비와 전력 생산에 엄청난 수요를 창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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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는 2월 발언에 이어 이달 8일에도 “AI를 제약하는 건 전력 부족”이라고 강조했다. 요즘 여기에 꽂힌 듯. AP 뉴시스


머스크만이 아닙니다. AI 업계 경쟁자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는 1월 다보스포럼에서 이렇게 말했죠. “우리가 이전에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아직도 이 기술(AI)의 에너지 수요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획기적인 돌파구를 찾아야 합니다.”

지멘스에너지의 크리스티안 브루흐 CEO의 지난달 연례 주주총회 발언도 참고할 만합니다. “AI 사용 증가로 전력수요가 급증할 겁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건 하나입니다. 전력이 없으면 AI도 없다는 겁니다. 좀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전기 없인 발전도 없습니다.”

구릿값은 22개월 만에 최고

어떤가요. AI발 전력수요 폭증이 실감 나시나요? 일단 금융시장은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이미 엔비디아의 놀라운 주가 급등세(1년 동안 220% 상승)를 목도한 터라 더 그런데요.

우선 구릿값이 들썩거립니다. 구리는 전선과 변압기에 모두 들어가는 핵심 재료이기 때문이죠. 중국 경제 둔화로 떨어졌던 구릿값이 두 달 전부터 다시 뛰더니 어느새 22개월 만에 최고(9일 t당 9417달러)를 기록했는데요. 씨티은행과 골드만삭스는 벌써부터 내년 상반기 구릿값 t당 1만2000달러를 외치고 있습니다.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의 제프 커리 에너지 부문 최고전략책임자는 지난달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AI는 반도체와 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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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발전회사 주가가 급등했죠. 발전회사 비스트라 주가는 올해 들어 85%, 콘스텔레이션 에너지는 65%나 뛰었는데요. 지난 15년 동안 제자리였던 미국 전력소비량이 다시 1990년대 수준의 빠른 성장세를 보일 거란 기대감 때문입니다.

덩달아 국내 주식시장이 들썩거립니다. 이미 지난해 미국 수출 성장에 힘입어 많이 올랐던 변압기 제조사 주가는 최근 더 치솟았고요. 3월부터는 국내 전선기업 주가까지 뛰기 시작합니다. 대한전선 주가는 한 달 새 43%, 일진전기는 51%, 가온전선은 36%나 올랐죠. 지루했던 뿌리 산업에 모처럼 활력이 돕니다.

전기를 얼마나 쓰길래

실제 챗GPT 같은 생성형AI 서비스의 전력 소모량은 엄청납니다. 구글 검색엔 평균 0.3Wh의 전력이 쓰이는데요. 챗GPT는 한 번에 2.9Wh를 소모합니다. 10배 차이죠. AI를 개발해서 사용하려면 천문학적 용량의 데이터를 보관하고 처리할 초대형 데이터센터 가동이 필요한데요. 데이터센터는 원래 전기 먹는 하마입니다. 컴퓨팅은 물론 온도 유지를 위해 냉각시키는 데도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죠.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력량이 2022년 연간 460테라와트시(TWh)에 달했습니다. 이는 프랑스의 2022년 전력소비량(425TWh)과 맞먹는 용량인데요.

AI 기술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데이터센터도 빠르게 늘어만 갑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전력량도 따라서 급증할 수밖에 없죠.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는 얼마 전 무려 1000억 달러를 들여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요. 이 초대형 데이터센터의 수전용량(변압기 용량)은 5기가와트시(GWh)로 국내 최대인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270MWh)의 18배에 달합니다. 규모가 어마어마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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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나온 IEA 예측도 이런 추세를 반영했는데요. ‘2024년 전기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기사용량이 지금의 두배가 넘는 1050TWh가 될 수 있습니다. 불과 4년 만에 독일(490TWh)만큼의 전력사용량이 추가되는 거죠.

자, 그래서 머스크도 지적한 전력부족 문제가 현실로 다가옵니다. 데이터센터 건물 짓고, 엔비디아 GPU 칩도 (어렵겠지만) 대량 확보할 수 있다고 칩시다. 그런데 그 많은 전기는 어떻게 끌어오죠?

그냥 기존 전력망에 추가로 연결하자고요? 가뜩이나 수십년 된 노후 전력망인데, 과부하로 초대형 정전사태라도 일어나면 어쩌려고요. 아니면 이제라도 얼른 송전망을 깔자고요? 전력망을 새로 계획해서 허가받고 깔려면 보통 5~15년이 걸리는 걸요. 게다가 요즘 대형 변압기 공급이 딸려서, 미국에선 최소 3년은 대기해야 한다는데요.

데이터센터란 연중무휴 24시간 전기가 통해야 하는 곳입니다. 아무리 데이터센터 건물을 짓고 AI용 반도체를 깔아놔도 송전선이 연결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죠. 만약을 대비해 디젤 발전기를 설치하고 저장장치(배터리)를 추가한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입니다. 전력망이 받쳐주지 못하면 데이터센터도 없고, AI도 없는 겁니다.

이미 곳곳에서 전기 때문에 데이터센터 설립이 차질을 빚습니다. 부동산 회사 CBRE에 따르면 미국에선 이미 신규 데이터센터 설립이 2~6년씩 지연되고 있습니다. 낮은 법인세율로 데이터센터를 끌어들였던 아일랜드에선 최근 더블린시가 전력 문제를 이유로 데이터센터 설립 계획을 불허했죠.

전기요금은? 탄소중립은?

언뜻 보면 AI발 전력부족 사태는 새로운 ‘골드러시’ 기회처럼 보입니다. 각국에서 전력망 관련 투자가 늘어날 거고, 수혜를 보는 기업도 생겨날 테니까요. 그런데 따져볼 게 있습니다. 그 투자비는 과연 누가 부담하게 될까요.

일반적으로 전력망 업그레이드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 전가되기 마련입니다. 결국 전기요금을 올려야 하는 거죠(아니면 전력 공기업의 대규모 부채). AI 기술 발전은 환영하지만, 그것 때문에 자기가 내는 전기요금이 올라가는 걸 좋아할 소비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전력망 확충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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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서비스에 열광하는 소비자라 해도 자기 집 전기요금이 올라가는 건 원치 않는다. 게티이미지


또 어떤 전기를 늘리느냐도 문제입니다. 전 세계 주요국은 2050년 넷제로(탄소중립)로 가자고 약속했죠. 미국은 ‘2035년 100% 청정 전력’이란 야심 찬 목표도 세웠고요. 그럼 앞으론 데이터센터도 신재생에너지로 가동되는 게 맞는 방향이긴 한데요. 그럴 것 같지가 않습니다. 외딴곳에 짓는 풍력·태양광 발전소와 연결되는 송전망 구축하려면 보통 10년 넘게 걸리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급증하는 데이터센터 수요에 맞추려면 석탄·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오히려 높여야 합니다. 이미 미국에선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려던 계획이 속속 뒤로 미뤄지고 있다는데요. 더 똑똑한 AI 개발이 지구온난화와 맞바꿀 정도로 시급한 일 맞을까요.

AI 기술 개발 경쟁에 이미 불붙었고, 거기에 천문학적인 투자금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얘기가 통하진 않겠죠. 별 소용은 없겠지만 친환경 AI 기술을 연구하는 피렌체대학 로베르토 베르데치아 교수의 뉴욕타임스 인터뷰 내용을 소개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친환경) 솔루션을 적용하려면 이상적으로 (기술 발전) 속도를 조금 늦춰야 할 수 있습니다. 정확성과 속도만 향상시키기 위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진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환경 자원을 얼마나 많이 소모하고 있는지 한 번 크게 숨을 쉬며 살펴봐야 합니다.” By.딥다이브

사실 구리가 앞으로 부족할 수 있다, 전력케이블 수요가 급증할 거다, 이런 전망은 이전부터 나왔죠. 이전엔 시큰둥했던 투자자들이 AI 테마와 엮이자 급 열광하고 있는데요. 이런 흐름이 얼마나 이어질지, 정말 수요의 변곡점에 온 건지 궁금해집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

-AI 기술 발전이 전력 부족에 가로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기술 진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지금의 전력망으론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이런 전망에 힘입어 구릿값과 전력 관련 기업의 주가가 뜁니다.

-당장 2026년까지 데이터센터의 전력사용량이 2배로 불어날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문제는 전력망이라는 게 그렇게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란 거죠.

-따져볼 점도 있습니다. 전력망 업그레이드에 드는 투자비는 누가 부담하게 될까요. 결국 전기요금이 올라가는 것 아닐까요. 또 탄소중립 목표는 어떻게 되나요. 더 똑똑한 AI 개발에 몰두하느라 정작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기사는 1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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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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