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76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주/문재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 개혁신당, 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3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주 4·3 추념식에 불참하자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6주기 추념식에서 기자들에게 “4·3 학살의 후예라 할 수 있는 정치집단이 국민의힘”이라며 “국민의힘은 여전히 4·3을 폄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국민의힘이 4·3에 대해 진정한, 제대로 된 인식을 갖고 있다면 말로만 할 게 아니라 4·3 폄훼 인사에 대해 불이익을 줘야 마땅하다”며 “그런데도 이번 총선에서도 공천장을 쥐여줘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상을 준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조수연 국민의힘 대전 서구갑, 태영호 서울 구로을 후보를 지목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 후보는 2021년 4월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4·3 사건에 대해 ‘김일성의 지령을 받고 일어난 무장 폭동’이라는 취지로 글을 썼다. 태 후보는 지난해 전당대회 과정에서 ‘4·3이 북한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2년 연속 불참하며 제주도민께 큰 실망과 상처를 안겼다”며 “특히 동료 시민을 그토록 강조해 온 한 위원장의 불참은 매우 유감스럽다. 제주도민은 정부·여당의 동료 시민이 아닌지 묻는다”고 밝혔다. 권 수석대변인은 이어 “4·3을 폄훼한 태영호, 조수연, 전희경 후보를 공천하고 제주시민 앞에 설 자신이 없었느냐”며 “조 후보는 과거 제주 4.3 사건을 ‘김일성의 지령을 받고 일어난 무장 폭동’으로 매도했다”고 지적했다.
3일 오전 제주시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선대위원장 등 내빈들이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부겸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공동선대위원장도 전날 SNS에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보수정당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4·3추념식에 참석했다. 그런데 정작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2년 연속으로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여당의 대표인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참석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적었다.
김수영 녹색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대통령과 여당의 대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스물세 차례의 민생토론회를 빙자한 선거운동과, 수십 번의 유세장에서 외친 ‘국민을 섬기겠다’는 약속. 진심이었다면 추념식에 참석하는 것이 마땅했다”고 비판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추념식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제주 4·3 사건에 대해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런저런 약속을 내놓고 있다만 그것이 실현되는 것이 너무 더디다”고 비판했다. 천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무슨 대구·경북의 대통령인가”라며 “지금 민생토론회라는 명목으로 전국을 다니면서 사실상 선거 개입을 할 시간은 있고 제주도민들 4·3사건을 추모할 시간은 없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한동훈 위원장도 선거 유세 다니면서 막말하고 상대 당에 저주의 말을 늘어놓을 시간에 제주 4·3 못 온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이제는 호남 포기 정당에 이어서 제주 포기 정당까지 된 건가”라고 말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이날 SNS에 “윤석열 정부에서 4·3을 비롯한 현대사의 진실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은 위험하고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제주 4·3 추념식에는 여권에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이 참석했다. 야권에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윤영덕·백승아 더불어민주연합 공동대표,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선대위원장, 오영환 새로운미래 총괄상임선대위원장, 천하람 개혁신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한동훈 위원장은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현대사의 비극 희생된 모든 4·3 희생자분들을 마음 깊이 추모한다. 평생을 아픔과 슬픔을 안고 살아오신 유가족과 제주도민께도 심심한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4·3 희생자를 추모하는 자리에 함께하고 있어야 마땅하나, 지금 제주에 있지 못한 점을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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