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손이 퉁퉁 부을 정도로 하이파이브... 덕장의 힘 보여준 강성형 감독

댓글0
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 선수들은 1일 2023-2024시즌 V리그 챔피언 결정전 3차전에서 흥국생명을 꺾고 13년 만의 통합 우승(정규 리그 1위·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달성하자 일제히 강성형(54) 감독에게 달려갔다. 손바닥으로 강 감독 등과 어깨를 신나게 때렸다.

프로배구 선수들 ‘강스파이크’를 한몸에 받은 강 감독은 “큰일 나겠다”며 앓는 소리를 냈지만,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거듭된 불운을 딛고 삼세번 만에 이뤄낸 값진 통합 우승이었다.

2021년부터 현대건설 지휘봉을 잡은 강성형 감독은 현역 시절 공수가 모두 뛰어난 기교파로 이름을 떨친 선수였다. 한양대 3학년 때 1년 선배 하종화(55), 윤종일(55) 등과 함께 막강 군단을 형성해 1991년 대통령배(슈퍼리그 전신)에서 고려증권과 현대자동차써비스 등 실업 팀들을 제치고 대학 팀으로 첫 우승을 일군 주역이었다.

그는 이후 현대자동차써비스에 입단해 12년간 ‘원 클럽 맨’으로 활약했다. 아포짓 스파이커로 키(187cm)는 크지 않지만, 상대 블로킹을 절묘하게 피해 때리는 공격 기술과 리베로 수준 수비력으로 ‘배구 도사’ 소리를 들었다.

2003년 은퇴한 강 감독이 코치 생활을 거쳐 프로 사령탑에 처음 오른 건 2015년 2월. 경북 구미시를 연고로 한 남자 팀 LIG와 KB를 맡아 3년 연속 7팀 중 6위라는 부진한 성적을 남기고 물러났다. 이후 여자 국가 대표팀 수석 코치로 스테파노 라바리니(45·이탈리아) 감독을 보좌해 도쿄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따는 데 힘을 보탰다.

온화한 성격의 덕장 스타일에 짜임새 있는 수비를 앞세우는 점에서 여자 배구와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던 터에 현대건설의 러브콜을 받아 2021-2022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았다. “라바리니가 대표팀에서 보여준 빠르고 조직적인 배구를 선보이겠다”고 공언했다.

부임 첫해 팀은 날아 올랐다. 이전 시즌 꼴찌였던 현대건설은 KOVO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정규 리그에서도 여자부 사상 첫 15연승을 달리며 독주했다. 하지만 28승 3패란 압도적 성적에도 코로나 확산으로 시즌이 조기 종료되고 포스트시즌도 취소되면서 첫 통합 우승 기회를 눈앞에서 놓쳤다.

조선일보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정규 리그 2위를 한 2022-2023시즌엔 팀 주포 야스민(28·미국)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플레이오프에서 3위 한국도로공사에 2전 전패로 무릎을 꿇었다.

강성형 감독은 “첫 시즌엔 기록을 세울 정도로 페이스가 좋았는데 코로나가 퍼져 목표를 이루지 못했고, 지난 시즌엔 외국인 선수 운이 안 따라줬다”며 “올 시즌엔 전력상 어렵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잘 버틴 것 같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올 시즌 V리그 개막을 앞둔 미디어데이에서 7팀 감독에게 여자부 챔프전에 나갈 팀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현대건설은 한 표도 얻지 못했다. 베테랑 황민경(34)이 IBK기업은행으로 떠났고, 야스민의 공백도 커 보였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강 감독이 새로 영입한 모마(31·카메룬)가 공격을 이끄는 가운데 세터 김다인(26)의 안정적인 볼 배급, 미들 블로커 양효진(35)과 이다현(23)이 쌓아올린 철벽 블로킹, 아웃사이드 히터 위파이(25·태국)의 헌신적 플레이가 어우러지며 정규 리그 1위를 꿰찼고, 챔프전에선 흥국생명에 3경기 모두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하는 뒷심을 발휘했다. 시즌 내내 기복이 있었던 정지윤(23)은 챔프전 활약으로 우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조선일보

강성형 감독과 이다현. 이다현은 하이파이브를 할 때 강 감독의 손을 가장 세게 때리며 친밀감을 표현한다. / 고운호 기자


현대건설이 정상에 오르자 ‘사람 좋아선 우승 못 한다’는 스포츠계 통념이 깨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유명한 강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 전에 감독님과 하이파이브를 할 때 손을 세게 쳐야 성적이 잘 나온다”며 손바닥을 사정없이 내리칠 때도 웃으며 받아주다 손이 퉁퉁 부은 적이 많다. 단체 미팅 때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ㄷ’ 자 형태로 마주 앉아 난상 토론을 벌인 끝에 새로운 작전을 만들기도 한다. 2022년 1월 올스타전에선 선수들과 함께 춤을 추며 흥을 돋웠다.

양효진은 “남자팀을 맡다가 우리를 맡게 되니 처음엔 소통을 어려워하셨는데, 저희가 다가가는 것을 감독님이 내치지 않고 받아주셨다. 그러면서 점점 강팀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챔프전 1차전에서 제가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 인내심 있게 ‘괜찮다’며 편안하게 해주셨다. 그 편안함 덕분에 저희가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모마는 “감독님이 가진 침착함과 편안함이 코트에 있는 선수들에게 안정감을 준다. 감독님 덕분에 팀이 하나가 된다”고 말했다.

마침내 우승 사령탑이란 타이틀을 얻은 강 감독은 “이제는 (덕장) 이미지 때문에 화도 함부로 못 낸다”면서 “선수들 또래인 딸(1999년생)에게 수시로 물어본 일이 여자 선수들과 소통하는 데 큰 도움이 된 듯하다. 현대건설에서 행복한 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민석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매일경제“그냥 해” 피겨여왕의 말처럼, 생각을 비우니 배구가 잘 되기 시작했다
  • 헤럴드경제현주엽 "실화탐사대 논란만 더 키웠다…법적대응"
  • JTBC켈리 심기 건드린 황성빈…결국 벤치클리어링 폭발
  • 더팩트SF '톱' 이정후, 행운도 응원한 10경기 연속 안타...신기록 초읽기
  • 인터풋볼24-25시즌 토트넘 훗스퍼 홈킷 또 유출, 손흥민 합성본 등장 '현지 팬들 반응은?'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