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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유해도 기록도 없어…대신 통곡하고파" 4·3 무명신위 추모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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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희생자 추념일' 4·3평화공원서 희생자 추모 잇따라
행안부·제주도, 오전 10시 76주년 추념식…1분간 사이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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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고은봉씨(68)가 제주4·3 희생자 추념일인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 위패봉안실에서 '4·3 희생자 무명신위'를 쓰다듬고 있다.2024.4.3./뉴스1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안개비가 내리던 3일 오전 8시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위패봉안실.

제주4·3 희생자 추념일을 맞아 희생자 1만4822명의 위패가 봉안돼 있는 이 곳에서 저마다 추모의 시간을 보낸 유족들은 문밖으로 나가기 전 맨 왼쪽에 설치돼 있는 3m 높이의 오석 판석 앞에 잠시 멈춰 또다른 추모의 시간을 보냈다.

판석에 하얗게 새겨진 문구는 '4·3 희생자 무명신위'.

4·3 당시 희생됐음에도 76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이름도, 유해도, 기록도 확인되지 않은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12일 새로 설치한 위패조형물이다.

실제 정부가 2003년에 발간한 '제주4·3사건 진상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4·3 당시 제주에서 희생된 사람은 2만5000명~3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은 1만4822명에 불과하다. 무명 희생자가 최소 1만명에 달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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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희생자 추념일인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 위패봉안실 현황판에 '4·3 희생자 무명신위'에 대한 안내문구가 적혀 있다.2024.4.3./뉴스1


4·3 때 희생된 할아버지의 넋을 기리기 위해 아내와 함께 이 곳을 찾은 고은봉씨(68)는 연신 무명신위를 쓰다듬으며 "정말 가슴이 미어터지는 일"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고씨는 "우리 가족은 그래도 할아버지의 이름도, 유해도 찾아 이렇게 추모라도 하는데 지금까지 아무 흔적도 찾을 수 없는 분들, 또 그 유족들에게는 얼마나 황망한 일이겠느냐"며 "제가 대신 대성통곡을 해 드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아들과 함께 이 곳을 찾은 김계석씨(70) 역시 무명신위를 바라보며 "그 어떤 희생자, 유족 보다 훨씬 안타까운 사람들"이라고 슬퍼했다.

김씨는 "4·3이 다 해결된 것 같아도 유해 발굴 같은 노력이 꾸준히 이어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면서 "한 분이라도 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빌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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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희생자 유족 고은봉씨(68)가 제주4·3 희생자 추념일인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 위패봉안실에서 '4·3 희생자 무명신위'를 쓰다듬고 있다.2024.4.3./뉴스1


4·3은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6·25전쟁 다음으로 인명피해가 많았던 비극적인 사건이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4·3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또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된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

제28주년 3·1절 기념식 직후 벌어진 가두시위에서 군정경찰의 발포로 15살 허두용 군 등 민간인 6명이 희생당한 사건이 도화선이 됐고, 이어진 민·관 총파업과 타지역 경찰·서북청년단 을 동원한 군정경찰의 검거공세가 4·3으로 이어졌다.

행정안전부와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날 오전 10시 제주4·3평화공원에서 제76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을 봉행한다. 오전 10시 정각에는 1분간 제주 전역에 묵념 사이렌도 울린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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