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아빠 휴가(배우자 출산휴가) 1개월 유급 의무화를 전면에 내걸었다.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현재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인상하고, 육아휴직 신청만으로도 자동 휴직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육아기 유연근무 취업규칙 등 공지 의무화와 늘봄학교 단계적 무상 시행 등을 1차 공약으로 발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세 자녀 이상인 가구의 모든 자녀에게 대학등록금을 전액 면제하겠다. 5세부터 무상 보육 누리과정 지원금을 상향(7000억원 소요 예상)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저출생 정책을 총괄할 '인구부'를 설치하고, 약 10조원이 예상되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저출생특별회계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밝힌 자영업자 육아휴직 확대를 위한 재원도 저출생특별회계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홍석철 국민의힘 공약총괄본부장은 "목적 없는 현금성 지원과는 차별화된다"면서 "정말 필요한 곳에 적절한 예산을 집행하도록 설계된 제도"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모든 신혼부부에게 가구당 10년 만기 1억원 대출을 저출생 공약으로 발표했다. 정부가 지급보증하고 대출은 은행이 담당한다. 출생 자녀 수에 따라 원리금이 차등 감면되는데 첫 자녀 출생 시 무이자 전환, 둘째 출생 시 무이자+원금 50% 감면, 셋째 출생 시 원리금 전액이 감면되는 식이다. 현재 만 8세 미만까지 월 20만원 지급하는 아동수당도 만 18세 미만까지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정부가 펀드 계좌에 매달 10만원을 지급(우리아이 자립펀드)하는데, 펀드엔 부모도 증여세 없이 월 10만원씩 적립할 수 있고 수익은 전액 비과세다.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반값 아파트 25만호를 공급하고, 자녀를 2명 낳으면 24평, 3명을 낳으면 33평 분양전환 공공임대 주택을 지원하는 방안도 내놨다. 추산되는 예산은 약 23조5000억원이다. 민주당은 저출생 대응 전담부서로 '인구위기 대응부' 신설도 추진하기로 했다. 김종수 민주당 정책실장은 "펀드 형태로 적립식 지원 등도 공약에 있는데 단순히 현금 살포성으로 보기에는 해석의 차이가 있지 않겠느냐"고 선을 그었다.
"휴직 제도, 대기업에서만 활용" vs "현금성 지원 지속가능성 없어"
전문가들은 국민의힘 저출생 공약이 대체로 제도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평가했다.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당은 중소기업 대체 인력 지원 등 제도적 빈틈을 촘촘하게 메우는 정책을 많이 제시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정책이 사실상 없다"면서 "해당 정책들이 정규직이나 대기업, 중견기업 이상에서만 활용될 수 있는 정책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 육아휴직 확대 방안도 현실화에 의문을 제기했다.
민주당 공약에 대해 윤 교수는 "출산부터 18세까지 자녀가 성장할 때까지 또 다른 측면에서 빈틈을 메웠다고 볼 수 있다"면서 "단순히 현금성 지급이 잘못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현재 없는 제도가 많고, 부모 입장에서는 현금 지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금성 지원은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송 교수는 "출산과 연동해 대상화하는 정책은 안 된다"며 "반값 아파트 25만호 공급은 소수만 혜택을 볼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집 줄 테니 아이를 낳아라' 이런 식의 대응은 정말로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복지의 가장 최고 부문은 고용"이라면서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당이 내놓은 저출생 대책이 현안에만 집중하는 형태에 그쳐 보다 장기적인 관점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을 지낸 박양수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은 "기업들도 저출생으로 인해 내수 시장이 줄어들거나 인력 부족 현상에 직면할 수 있다. 저출생 문제 해결 방안들이 강한 규제로 다가서지 않는 선에서 기업도 책임감을 갖고 일부분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말했다. 다만 박 원장은 "인공지능(AI)이나 로봇 등으로 인해 노동력 구조가 변화되는 데 이에 대해 논의하는 저출생 정책은 없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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