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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있으면 어둠도 존재하듯이 모든 팀들이 만족스러운 시즌을 치를 수는 없다.
2000년대 들어 프로야구 팀들 가운데 연속적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는 팀이 생기면서 만들어진 용어, 암흑기. 암흑기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구단은 팬들의 비난 속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선수들의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암흑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팀이 있다. 바로 2000년대 초반 ‘꼴찌팀’의 대명사였던 롯데다. 롯데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2000년을 마지막으로 기나긴 암흑기에 들어갔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4시즌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롯데는 이후 3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7년 연속으로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했다. 7시즌 동안의 순위를 나열한 ‘8888577’은 팬들 사이에서 롯데 암흑기의 비밀번호로 통한다.
그러던 롯데에 지난 2008년 ‘노 피어(No fear)’를 외치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하면서 선수들이 점차적으로 패배의식을 던져버렸고, 로이스터 감독 부임 첫해, 마침내 암흑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롯데가 암흑기를 겪을 동안 조용히 롯데의 뒤를 따라가는 팀이 있었다. 바로 1990년대 ‘신바람 야구’로 두 차례 우승을 거머쥐었던 LG였다. LG는 2002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무려 10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프렌차이즈 스타들의 이른 은퇴와 퇴단, 잇따른 외부 FA 영입 실패, 선수단 내부 소통문제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제기됐지만 LG의 발목을 잡았던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DTD(Down Team Down) 징크스’였다.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뜻의 DTD는 LG 감독을 지냈던 김재박 KBO 경기 감독관이 지난 2005년 현대 감독시절 롯데를 두고 한 말이었다. 이 말은 당시 롯데에 그대로 적용됐지만 결과적으로 몇 년 뒤 그가 LG 감독에 부임했을 때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2000년대 후반 LG는 시즌 초에는 절정의 기량을 펼치다가도 여름만 되면 거짓말처럼 패배가 익숙해지는 팀으로 돌변했다.
이러한 패턴을 몇 해 동안 반복하자 LG 구단은 지난해 감독 경험이 전혀 없었던 김기태 감독을 차기 감독으로 선임했고, 김 감독은 일부 팬들의 불신에도 불구하고 소신 있는 선수단 운영을 하며 서서히 팀을 만들어나갔다. 비록 부임 첫해 여러 악재가 겹치며 7위에 머물렀지만, 시즌이 끝난 뒤 FA 영입과 트레이드에 발 빠르게 움직인 김기태 감독은 올 시즌 마침내 LG의 새 역사를 썼다. 바로 지난 10년 동안 진출하지 못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 지난 22일 NC에 6-1 승리를 거둔 LG는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가을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 아직 1위 싸움이 남았지만 팬들이 그토록 염원했던 가을야구를 부임 2년 만에 실현한 것이다. 지난 10년간의 ‘흑역사’를 청산한 LG는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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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같은날 ‘비밀번호’를 계속해서 써 나갈 팀이 결정됐다. 바로 올 시즌 9개 구단 체제에서 처음으로 최하위에 머무른 한화다. 한화는 22일 SK전에서 2-3으로 패하며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최하위가 확정됐다. 특히 신생팀 NC에 크게 뒤지며 최하위에 머무른 점은 한화에 있어서 크게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올 시즌 시작과 함께 13연패의 늪에 빠졌던 한화는 시즌 내내 이렇다 할 반전을 찾는 데 실패하며 최하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지만 김응용 감독의 무리한 선수기용이 꼴찌에 머무는 데 한몫했다는 목소리도 들리곤 했다.
여하튼 올 시즌 최하위가 확정된 한화는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2007년 이후 2008시즌 5위, 2009시즌 8위, 2010시즌 8위, 2011시즌 6위(공동), 2012시즌 8위, 2013시즌 9위를 기록하며 6시즌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이 됐다. ‘암흑기’라는 이름 아래 LG와 한화가 같은날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과연 한화가 내년에는 암흑의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syl015@starnnews.com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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