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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진보초 거리에선 누구나 서점 주인이 된다

동아일보 이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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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형 등 다양한 개성의 서점

日 진보초 거리 책방 18곳 소개

◇하나의 거대한 서점, 진보초/박순주 지음/370쪽·2만8000원·정은문고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서점 주인을 꿈꿔본 일이 있을 것이다. 이런 환상을 충족시켜 보고 싶다면 일본 도쿄 진보초 거리에 있는 책방 ‘파사주 바이 올 리뷰스’로 가보면 어떨까.

이 책방에선 서점 주인이 될 수 있다. 월 임대료 5500엔(약 5만 원)만 내면 누구에게나 판매용 책장을 빌려준다. 교수나 번역가는 자신이 오랫동안 간직했던 헌책을 내놓는다. 작가나 출판사 대표는 자신이 펴낸 책을 판다. 책장은 300개가 넘는다. 책장마다 주인의 정보가 담긴 QR코드가 붙어 있어 스마트폰으로 도서 정보나 재고량을 알 수 있다. 결제는 신용카드나 모바일로만 가능하다. 주로 현금을 쓰는 일본에선 이례적이다. 이른바 ‘셰어형 서점’이 진보초에서 퍼져가고 있다.

신간은 ‘거대한 서점’이라 불리는 진보초를 기록한 에세이다. 일본에서 연극학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했던 한국인 저자가 진보초 책방 18곳을 취재해 썼다.

진보초에 처음 서점이 생긴 건 1877년이다. 메이지유신 직후 근처에 대학이 생기면서 자연스레 학생들이 드나드는 서점이 하나둘 문을 열었다. 일본에서 정치경제는 마루노우치, 소비문화는 긴자, 지식유통은 진보초를 대표 거리로 친다. 진보초에 서점이 130개 이상이라고 하니 상상 이상이다.

진보초를 지탱하는 건 오래된 서점이다. 1881년 문을 연 ‘산세이도 진보초 본점’, 1890년 개점한 ‘도쿄도서점’처럼 문을 연 지 100년 이상 된 서점이 가득하다. 가로 2cm, 세로 3cm에 단편소설 한 편을 담은 이른바 콩책을 판매하는 ‘로코서방’, 오래된 동화 헌책만 파는 ‘미와서방’처럼 독특한 서점도 많다. 일본 화구와 문구를 파는 ‘분포도’, 고지도 전문점 ‘신세도서점’같이 다양한 물건을 판다. 물론 시대에 따라 진보초도 바뀌고 있다.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식당을 운영하는 어린이책 전문 서점 ‘북하우스 카페’, 서점 안에 현대 미술품을 전시하는 ‘고미야마서점’처럼 새로운 시도도 보인다.

서점에 가서 책을 사는 일을 선호하는 일본 출판계 모습을 한국 출판계에 곧바로 적용할 순 없을 것이다. 다만 책을 사랑하는 이웃 나라의 변화를 눈여겨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책을 읽으니 잠시나마 서점 여행을 떠난 기분이 든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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