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소음 등 민원 늘자
민관 합당 포획·중성화 작업
민관 합당 포획·중성화 작업
고양이 한 마리가 벽을 베개삼아 낮잠을 자고 있다. [한주형 기자] |
서울 서초구 주택가에 거주하는 주부 신영주 씨(63)는 동네에서 ‘길고양이 소음 해결사’로 통한다. 신 씨는 매일 아침 집 근처 고양이 집에 사료를 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신 씨는 “고양이 먹이 주는 것을 보고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호통치는 어르신들에게 ‘잡아서 중성화 수술해서 새끼 못 낳게 하려는 거예요’라고 설명하면 함박웃음을 짓고 가던 길 가신다”며 “고양이 중성화는 주민 간 갈등을 줄이는데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지자체에서 길고양이를 잡아서 바로 안락사시킨 적도 있는데, 비용면에서도 중성화가 더 싸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와 자치구, 그리고 신 씨 같은 자원봉사자들이 합심해 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한 결과 서울 주택가에 울리는 길고양이 울음이 9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성화 사업은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한 뒤 왼쪽 귀 끝의 1cm를 제거해 원래 살던 곳에 방사하는 방식으로 개체수를 조절하는 사업이다. 특히 발정이 난 수컷들이 암컷을 두고 벌이는 전쟁을 없애 소음과 소란을 감소시킨다.
서울시는 2008년부터 중성화 사업을 추진해 2016년 이후로는 매년 평균 1만 마리를 중성화했다. 올해는 32억을 투입해 1만 6000여마리 중성화를 목표로 잡았다.
중성화 사업 결과 길고양이 숫자는 확연하게 감소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9년새 길고양이 개체수 추정치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 2015년 20만 3615마리였는데 2017년 13만 8605마리, 2019년 11만 6019마리, 2021년 9만 880마리, 2023년 10만982마리로 조사됐다. 이미경 서울시 동물보호과장은 “모든 고양이를 조사하는 건 불가능해 일부 지역을 조사한 후 추정치를 낸 것”이라며 “개체수보다는 중성화율과 자묘(새끼 고양이)율 변화가 감소추세를 더 확실하게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서울 길고양이 중성화율은 2015년 10.5%에서 2017년 26%로 올랐고, 2019년 22.7%를 나타낸 뒤 2021년 49%, 2023년 67.3%로 증가했다. 반면 자묘 비율은 2015년 40.1%에서 2017년 33.6%, 2019년 30.8%, 2021년 13.7%, 2023년 5.1%로 뚝 떨어졌다. 길고양이의 경우 정확한 출생일을 알 수 없어 2kg 미만을 자묘로 집계한다.
중앙정부도 영역 동물인 고양이의 특성상 한 구역을 대상으로 집중 중성화 수술을 하는 것이 개체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전국적으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길고양이 35만8000마리를 중성화시켰다. 그 결과 7대 특별·광역시의 ㎢당 마릿수는 2020년 273마리에서 2022년 233마리로 줄고, 새끼 고양이 비율은 2020년 29.7%에서 2022년 19.6%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성화 수술에 앞서 관건은 포획이다. 날쌘 길고양이들을 다짜고짜 잡아들이려면 효율도 떨어지고 사후 관리도 잘되지 않는다. 정원대 서초구 동물복지팀장은 “고양이를 안전하게 잡아들이기 위해 일정한 장소에 먹이와 물을 주며 관리해야 한다”며 “고양이가 잘 따르는 자원봉사자가 포획 과정에 참여해야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고양이 돌봄은 신 씨를 비롯한 53명의 자원봉사자가 맡고 있다.
서초구는 구 내 고양이 겨울집 200개를 제작했고, 한파에 취약한 길고양이가 따뜻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보온 물그릇 100개를 배포하기도 했다. 구는 이런 조치가 사고 방지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 팀장은 “길고양이가 자동차 엔진룸이나 아파트 지하 주차장, 보일러실 등에 들어가는 이유는 추위 때문이다. 보온 문제를 해결해주는 게 이런 피해를 방지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성화 대상을 고르는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번식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고양이 중성화 사업 실시요령에 따르면 몸무게가 2㎏ 미만이거나 임신·수유 중인 고양이는 중성화 수술을 받을 수 없으며, 장마철·혹서기·혹한기에는 안전을 위한 사항들을 고려해 포획해야 한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예컨대 몸무게가 1.99㎏면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수의사들이 자체적으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개선해달라고 농림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길고양이처럼 시민들 민원이 끊이지 않는 들개는 중성화 사업 대상이 아니다. 농촌지역의 집 밖에서 기르는 마당개는 중성화 시술 지원 대상이지만 주인 없는 들개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미경 시 동물보호과장은 “길고양이나 마당개와 달리 들개는 중성화 관련 법 규정이 없다”며 “안전에 위협을 느끼는 시민이 많아 주기적으로 들개를 잡아들여 입양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들개는 포획되면 ‘유기동물’로 규정해 자치구 동물보호센터에 보내져 20일간 보호한다. 유기동물 공고 후 10일이 지나면 동물보호단체 등과 협력해 사회화 훈련을 거쳐 입양자를 찾는다. 장기간 입양이 안 되면 성견의 경우 안락사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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