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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학부모들 "안심 통학로 조성 위해 용주골 폐쇄해야"

노컷뉴스 CBS노컷뉴스 고무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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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이용하는 성매매 집결지 강제 폐쇄 반대"
"성 매수자들 차단 캠페인에도 용주골 많이 찾아와"
대표적 성매매 집결지 용주골, 아직 100여명 종사
고무성 기자

고무성 기자



"성매매 집결지(용주골)의 존재를 그저 외면하면 되는 과거와는 달리 우리의 목숨보다 소중한 아이들의 위험천만한 통학로를 이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습니다."

5일 오전 10시쯤 경기 파주시 파주읍 연풍리의 한 교회 앞.

파주시 학부모와 시민으로 구성된 반 성매매 시민활동단 '클리어링' 40여 명은 이날 우리 아이들이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통학로 조성을 위한 '성매매 집결지 폐쇄 촉구 학부모·시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주세요', '함께 해요. 유해환경 없는 어린이 통학로 만들어요' 등을 적은 팻말을 들고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촉구했다.

연풍초등학교 학부모 40대 정모(여)씨는 "친구들과 웃으며 추억을 만들며 가야 할 등하굣길을 우리 아이들은 걸어 다니지 못한다"며 "대한민국 하늘 아래 아이들이 걸어서 통학하지 못하는 지역이 어디에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매매 피해자 지원을 위한 현장상담센터협의회는 "20년 전 제정됐으나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던 성매매방지법이 이곳 파주시에서부터 실질적으로 시행돼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거리를 걸어 다닐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연풍초등학교 통학로를 걸은 뒤 인근 문화극장에서 간담회를 열고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위한 시민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오후에는 파주시청을 방문해 김경일 파주시장에게 성매매 집결지의 조속한 폐쇄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전달했다.

김 시장은 "파주시만의 외로운 싸움이라고 여겨졌던 성매매 집결지 폐쇄가 조속히 추진되기를 바라는 학부모들과 시민들의 활동에 올바름은 힘을 잃지 않는다는 제 소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위해 더욱더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고무성 기자

고무성 기자



"아이를 이용하는 성매매 집결지 강제 폐쇄 반대"


용주골 성매매 종사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는 "어른들의 집값을 위해 아이를 이용하는 성매매 집결지 강제 폐쇄를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는 이날 오전 9시30분쯤 연풍 문화극장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 아이들을 위해 성매매 여성들이 용주골에서 쫓겨나야 한다는 구도 설정은 사실도 아니고, 정당하지도 않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용주골 여 종사자 모임 자작나무회는 당사자의 소통이나 실태조사 없이 만들어진 성매매 피해자 자활 조례 지원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주 보상 대책을 다시 만들어 달라는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용주골에서 5년간 성매매에 종사한 40대 A씨는 "여기는 인근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학생들의 통학로나 지름길도 아니고 차로 10분 이상 떨어져 있다"며 "폐쇄를 밀어붙이기 위한 수단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용주골. 고무성 기자

용주골. 고무성 기자



"성 매수자들 차단 캠페인에도 용주골 많이 찾아와"


용주골 성매매 업소들은 대부분 오전에 영업하지 않기 때문에 한적한 모습이었다. 불이 켜진 업소들도 있었지만, 종사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도로 초입에는 '청소년 통행금지'라고 쓴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가림막도 설치돼 있었다.

허름한 2~3층짜리 건물들에 1층은 통유리로 된 업소들이 줄을 이었다. 한 업소 통유리창에는 '삶은 처분될 수 없다', '우리를 내쫓지 마세요', '용주골 사람들도 여성과 시민이다'라고 적은 종이들이 붙어 있었다. '임대'라고 적은 업소도 보였다.

또 다른 업소에서는 보기 민망할 정도로 노출한 옷을 입은 한 여성이 앉아 휴대전화를 보면서 지나가는 기자를 힐끗 쳐다볼 뿐이었다.

'여성 인권 탄압하는 감시카메라 설치 중단하라!'는 대형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연풍교 넘어 한 건물에는 '성매매 이제 그만!'이라는 현수막이 대립하고 있었다.

파주시의 한 관계자는 "성 매수자 차단을 위한 야간 '올빼미 활동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도 성매수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고무성 기자

고무성 기자



대표적 성매매 집결지 용주골, 아직 100여명 종사


6·25 전쟁 때 미군기지가 들어서며 생겨난 용주골은 한때 2만여㎡에 성매매업소가 200여 곳, 종사자가 500~600명에 달할 정도로 커져 대표적 성매매 집결지 중 한 곳이었다.

2000년대 들어 미군기지가 이전한 데다 2004년 말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되자 업소와 종사자 수가 크게 줄었다.

그런데 경기 지역 3대 성매매 집결지 가운데 수원역 앞과 평택 쌈리가 폐쇄되면서 용주골은 가장 규모가 큰 곳이 됐다.

파주시는 지난해 1월 용주골을 1년 안에 전격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의정부지법은 지난해 10월 파주시의 위반건축물 강제 철거 방침에 반발해 용주골 건축주들이 낸 '위반건축물 자진 시정명령 취소'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파주시는 한 달 뒤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지 않은 11개 동을 대상으로 행정대집행을 진행했다. 용주골은 현재 40여 개 업소에서 100여 명이 종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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