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여운 것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
2017년 ‘라라랜드’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에마 스톤의 두번째 오스카 여우주연상 도전작 ‘가여운 것들’이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나흘 앞둔 6일 국내 개봉한다. 스톤은 주인공 ‘벨라 백스터’를 연기하며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아기부터 파격적인 노출과 베드신까지 거침없이 도전한다. 강렬함부터 오스카 맞춤형 캐릭터다.
‘가여운 것들’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장르’라는 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개성 강한 영화 세계를 구축한 란티모스 감독의 연출작이다. 원작 소설이 배경으로 하는 빅토리아 시대의 장식성을 극도로 과장해 기괴한 아름다움을 가득 채워 넣은 스크린으로 올해 아카데미에서 촬영상, 미술상, 의상상, 분장상 등 시각 부문마다 후보에 올랐다.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시키는 얼굴의 의사 고드윈 백스터(윌럼 더포)는 강에 뛰어든 여자의 시체를 가져와 여자의 배 속에 있던 태아의 뇌를 이식한다. 갓난아기의 정신으로 깨어난 여성에게 고드윈은 벨라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벨라는 고드윈의 딸이자 실험체로 자라난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흑단 같은 머리에 성숙한 몸을 가진 여성이 아기처럼 오줌을 싸고 소란을 일으키는 모습에서부터 영화는 관객의 신경을 긁어대기 시작한다. 어른의 몸과 아이의 머리를 가진 벨라가 성적 쾌락을 알게 되면서 문명이 재단해놓은 성에 대한 금기를 박살 내는 장면은 ‘가여운 것들’의 가장 도발적인 장면 중 하나다.
영화 ‘가여운 것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
집에 갇혀 사는 데 염증을 느낀 벨라는 자신을 유혹하는 사기꾼 덩컨(마크 러펄로)을 따라 집을 나선다. 영화는 벨라가 런던을 떠나 리스본, 알렉산드리아, 파리를 거치면서 겪는 여정과 모험, 고난과 성장을 그린다. 벨라는 리스본에서 연인들의 싸움과 음악을 처음 발견하고 알렉산드리아에서는 비참하게 죽는 아이들을 본다. 유람선에서 책 읽는 노부인을 통해 지성을 알게 되고, 파리에서는 매음굴에 들어가 돈을 벌며 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한줄로 요약하자면 여자 프랑켄슈타인의 오디세이다.
이 영화가 성이나 성매매를 다루는 방식이 일부 관객에게 불편함을 줄 수는 있지만 크게 논쟁적이지는 않다. ‘가여운 것들’은 일반적인 성장과 교육 과정을 건너뛴 인간을 통해 관습이나 문화라고 부르는 모든 것에 질문을 던지겠다는 의지로 가득 차 있다. 이 도발 의지 자체가 노골적이라서 복잡하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와 다르게 이야기 전개는 그리 입체적이지 않다.
에마 스톤의 모험적 연기에 가려져 자주 언급되지 않지만 윌럼 더포와 마크 러펄로의 뛰어난 연기가 영화를 풍성하게 한다. 특히 히어로물에서도 진지하고 고뇌하는 캐릭터를 연기해왔던 마크 러펄로가 바람둥이에 찌질한 사기꾼을 연기하면서 주는 웃음은 잔뜩 힘이 들어간 영화의 균형을 맞추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
영화 ‘가여운 것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
에마 스톤은 아카데미 시상식 직전에 개최되면서 아카데미의 풍향계가 되는 영국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 시상식 직후 열린 배우조합상은 ‘플라워 킬링 문’의 릴리 글래드스턴에게 넘어가 수상을 낙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외에도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등 11개 부문에 후보를 올린 올해 시상식의 최대 관심작 중 하나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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