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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시간 못 자고, 도시락으로 버텨"... 초강도 근무에 '번아웃'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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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업무 떠안은 의대 교수·전임의
"14시간 근무 일상... 과로 임계점 와"
"제발 돌아와라"... 내부 호소 빗발쳐
한국일보

29일 오전 서울 한 대학병원 의국에 '전공의 전용공간'이라고 쓰인 표지판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 매일 14시간을 전력투구해야 해요. 솔직히 너무 지칩니다."

29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A교수가 힘없는 목소리로 털어놓은 요즘 심경이다. '하루 14시간 근무' 일상이 굳어지면서 한순간도 쉬지 못하고 있다. 수술동의서 받기, 소변줄 꼽기, 서류 쓰기 등 전공의들이 맡았던 각종 업무가 모두 그의 몫이 됐다. 병원이 환자를 아무리 적게 받아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제대로 된 식사는커녕 도시락으로 한 끼라도 때우면 다행이다. A교수는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거의 쪽잠을 자는데, 매번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쳐 낭패를 보기 일쑤"라며 "책임감만 아니면 진작에 그만뒀다"고 말했다.

이날은 정부가 정한 전공의 복귀 시한. 그러나 대다수 전공의는 요지부동이다. 과부하는 고스란히 남겨진 이들, 전임의(펠로)와 교수가 떠안고 있다. 이러다간 조만간 주요 대형병원들에서 일시에 '번아웃(탈진)' 사태가 닥칠 수 있다는 전망이 괜한 우려가 아니다.

이날 취재진이 접촉한 의대 교수 5명은 한목소리로 "진짜 대란이 임박했다"고 말했다. 전공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남은 의료진의 과로 때문이다. 서울 소재 병원 응급의학과 B교수는 "정말 미칠 것 같은 심정"이라며 "필수의료과 전부 임계점을 넘었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인천 대형병원 내과 C교수 역시 "오전 8시 전에 출근해 종일 환자를 본 후 밤 당직까지 서고도 밀린 업무가 끝나지 않아 이튿날 오후 5시가 돼서야 퇴근했다"고 토로했다. 당직교수 전부 36시간 수면을 못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한국일보

정부가 제안한 이탈 전공의 복귀 시한인 29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진 스스로 의료사고를 걱정하는 지경까지 왔다. 서울 대학병원 산부인과 D교수는 "응급실 상황을 봤나. 지금 위중한 환자만 병원을 찾지만 소수 의사들이 다 책임져야 해 의료사고가 날까 봐 못 견뎌하는 동료가 한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E교수 역시 "그저 죽을 각오로 버티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실제 ‘응급실 뺑뺑이'는 계속 늘고 있다. 26일에는 서울 자양1파출소 경찰관들이 심근경색 증상을 보인 환자를 인근 건국대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의사가 부족해 다른 병원을 수소문해야 했다. 다행히 환자가 한양대병원에 입원해 인명 피해는 겨우 막았다.

응급실 등 대형병원 운영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우선 복귀부터 하라"는 내부 호소도 빗발치고 있다. 전날 김영태 서울대병원장과 송정한 분당서울대병원장, 이재협 서울시보라매병원장은 소속 전공의들에게 "여러분의 진심은 충분히 전달됐다. 많은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다"며 조속한 복귀를 촉구했다. B교수도 제자들에게 "제발 돌아와 달라"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처절한 읍소에도 이탈 전공의들이 복귀할 조짐은 감지되지 않는다. 여전히 전국 100개 수련병원에서 9,000명 넘는 전공의가 투쟁 의지를 거두지 않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10명 내외가 복귀 의사를 밝혔지만 굉장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의정 대치 상황이 끝나야 돌아올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들을 상대로 3월 4일부터 사법처리 절차에 들어간다.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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