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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필름]찍어 누른다, 이 시네마…'듄:파트2'

뉴시스 손정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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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극장은 관객의 믿음이 이뤄지는 곳이다. 이 믿음은 우리가 보고 있는 게 영화라는 사실을 잊게 하고 새로운 세계로 이동시켜 줄 거라는 바람이다. 좋은 영화는 바로 그 허구의 이야기, 꾸며낸 그림이 가짜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극장의 칠흑 같은 어둠, 쏟아질 듯 거대한 스크린, 심장을 흔드는 것만 같은 소리는 그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장비들이다. 그렇게 마주하게 된 시네마가 주는 실감은 스트리밍 플랫폼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종류의 카타르시스다. 드니 빌뇌브(Denis Villeneuve·57) 감독의 '듄:파트2'(2월28일 공개)는 그들이 말하는 그 우주 어딘가로 관객을 데려다 놓으며 극장을 향한 관객의 믿음을 실현한다. 이 영화는 영화다. '듄:파트2'를 극장에서 보면 1만191년이라는 시간, 아라키스라는 사막 행성, 메시아를 참칭하는 폴 아트레이데스, 스파이스라는 물질, 우주 제국 내 권력 다툼 같은 얘기들을 다 진짜라고 믿게 된다.



'듄:파트2'는 전작 '듄'(2021)을 계승·발전한다. 시리즈 영화이기에 당연한 얘기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말하자면 이번 작품은 전작의 약점을 보완할 생각이 없다. 시·청각적으로 빼어나지만 원작에 관한 정보 없이는 플롯을 이해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1편에 관한 주된 평가였다. 2편은 강점을 극대화해 약점을 생각하지도 못하게 하려는 듯하다. '듄' 1편의 제작비는 약 1억6500만 달러, 2편 제작비는 이보다 더 많은 2억 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단순 비교이긴 하나 돈을 더 들인 만큼 '듄:파트2'의 그림은 전작을 뛰어 넘어 거의 모든 장면에서 관객을 찍어 누르고 압도하며 밀어 붙인다. 주인공 폴이 일방적으로 당하기만하던 이야기에서 벗어나 그가 스스로 메시아가 돼 복수에 나서는 스토리가 그 웅장한 그림들과 결합하기 시작하면 어떤 SF 영화에서도 느껴본 적 없는 감각이 극장 안을 채우는 걸 경험할 수 있다.



'듄' 시리즈의 성긴 서사는 무능의 결과가 아니라 의도된 목표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프랭크 허버트 작가가 1965년부터 내놓은 동명 원작 소설은 영화 몇 편에 다 담아내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방대한 양이다. 어차피 원작 이야기를 스크린에 모두 풀어낼 수 없다면 이미지 형상화를 극대화하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 온 빌뇌브 감독은 "1편을 보지 않아도 2편을 즐기는 데 무리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전작을 봐야 신작을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세계관을 구성하는 각종 설정과 주요 용어 정도는 알아 놔야 이 시리즈를 더 잘 즐길 수 있다. 그럼에도 '듄:파트2'는 건조함과 끈적함, 명확함과 흐릿함, 뜨거움과 차가움, 빛과 어둠, 거대와 왜소의 그림들로 영화 속 그 불분명한 세계를 최소한 추측할 수 있게 한다. 빌뇌브 감독은 '듄' 시리즈를 영상 매체만이 도달할 수 있는 매혹의 끝으로 몰아가는 데 모든 걸 쏟아 부은 듯하다.



다만 엄격한 기준을 가진 관객에게 '듄:파트2'의 캐릭터와 플롯은 새삼스러운 데가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폴 아트레이데스는 햄릿이자 오이디푸스다. 복수에 눈이 멀고 운명에 휘말려버리는 서사 자체를 진부하다고 하는 건 온당하지 않겠지만 '듄' 시리즈가 이 오래된 캐릭터와 이야기를 어떤 재해석이나 재조립 없이 무대만 바꿔 그저 실어 나른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앞서 수차례 언급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플롯을 부러 포기한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폴이 햄릿과 오이디푸스의 계승자로서 보여주는 우울과 고뇌조차 간단하고 편의적으로 표현한 건 한계다. 그렇기 때문에 보는 이에 따라 온갖 정성을 들여 고안해낸 저 화려한 이미지들은 아름답긴 해도 공허할지도 모른다. 특히 원작의 풍성한 내러티브를 아는 관객에게 '듄:파트2'가 보여주는 폴의 여정과 그의 결단은 유독 앙상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그래도 티모시 샬라메가 있다.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듄:파트2'는 배우들의 연기로 결점을 보완한다. 그리고 이 시리즈는 분명 샬라메의 영화다. 이 작품 전반에 흐르는 불안과 근심은 그를 통해 스크린 밖으로 터져 나온다. 소년과 성인 남성 사이에 있는 듯한 얼굴, 나약함과 강인함 중간에 자리한 눈빛, 그리고 생존에 불리해 보이는 얇고 긴 몸. 샬라메가 곧 '듄'처럼 보인다. 특히 후반부에 보여주는 샬라메의 카리스마는 전작 '웡카'에서 보여준 천진난만을 떠올릴 수 없을 정도다. 젠데이아는 다소 수동적인 캐릭터에 갇혀 있긴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이다. 젠데이아를 보고 있으면 배우가 가진 분위기 자체가 연기라는 걸 확신하게 된다. 레베카 퍼거슨, 하비에르 바르뎀, 조쉬 브롤린, 스텔런 스카스가드, 오스틴 버틀러 등 베테랑 배우들 역시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는 연기를 보여준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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