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말 파리 시내 건물 벽에 등장한 유대인 상징 '다윗의 별' |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지난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발발 후 프랑스 파리 곳곳에 그려진 '다윗의 별'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공작이었다고 일간 르몽드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르몽드가 입수한 프랑스 국내보안국(DGSI)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다윗의 별 작전은 FSB 내 해외 첩보 담당인 제5국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프랑스 수사 당국은 지난해 10월27일 파리 10구에서 건물에 유대인의 상징 다윗의 별을 그리던 몰도바 출신의 불법 체류자 2명을 체포했다.
며칠 뒤 또 다른 몰도바인 2명이 파리와 파리 외곽 지역에 다윗의 별을 그린 것으로 포착됐으나 이들은 수사망을 피해 프랑스를 떠났다.
체포된 불법체류자들에게 스프레이 페인트를 제공하고 벽에 그려진 다윗의 별을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유포한 또 다른 남성도 검거되지 않았다.
이들은 수사 과정에서 제3자에게 300∼500유로(약 40만∼70만원)의 돈을 받았으며 몰도바에서 프랑스로 오는 비행깃값과 휴대전화도 제공받았다고 진술했다.
프랑스 수사당국은 이들이 진술한 제3자가 몰도바 국적의 친러시아 사업가 아나톨리 프리젠코임을 확인했고 그와 러시아 FSB의 제5국 간 연관성을 찾아냈다.
프랑스 당국은 러시아가 프랑스 내 유대인과 무슬림 간 갈등을 조장해 사회를 불안정하게 하려는 목적에서 이런 작전을 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에 정통한 한 고위 외교관은 2022년 3월 축출설이 돈 세르게이 베세다 5국장이 여전히 재직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르몽드에 말했다.
당시 일부 매체는 FSB가 전쟁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지에서 대중적 환영을 받을 것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고, 우크라이나의 저항 강도에 대해서도 오판한 책임을 물어 베세다 국장이 체포돼 가택 연금 중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 국내보안국은 이 작전이 베세다의 제5국이 유럽 전역에서 수행한 광범위한 여론 분열 작전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폴란드와 스페인, 라트비아, 독일에서는 친러시아 활동가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반대 집회를 열거나 전단과 스티커를 살포했다.
프랑스와 이들 국가의 정보 당국이 서로 정보를 공유한 결과 FSB 제5국의 작전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고위 외교관은 르몽드에 "모든 요소를 분석해 보면 대부분의 경우 FSB 제5국이 배후로 지목된다"고 말했다.
폴란드 정부는 FSB 외에 러시아 군 정보기관인 총정찰국(GRU)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 국내보안국은 러시아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2024 파리올림픽, 프랑스·나토의 외교 정책 등 소재를 가리지 않고 여론전을 펴며 지속적인 내부 분열을 조장하는 만큼 경찰 등 법집행 기관에 경각심을 더 높이라고 촉구했다.
AFP 통신이 입수한 공문에서 국내보안국은 "현재의 지정학적 상황과 올림픽 개최를 앞둔 점을 고려해 각 기관은 아주 작은 의심 신호라도 발견하는 즉시 보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내보안국은 특히 "우크라이나 국민이나 러시아 반체제 인사에 대한 위협, 물리적 공격같은 폭력적인 행동도 이뤄질 수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당부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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