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선서 상대 측 당원 명부 조회 문제 삼아 '배지'
22대 총선 캠프에선 지인 찾기에 당원 명부 활용 논란
민주당 민형배 예비후보가 광주시 광산을 지역위원장 시절인 지난해 3월 중앙당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전달받은 권리당원 명부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당원 명부에 등록된 인원은 약 1만 명으로 추정된다./더팩트 DB |
[더팩트 l 광주=문승용 기자] 4년 전 2020년 2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광주 광산을 지역 민주당 경선 후보자로 나선 민형배 예비후보와 박시종 예비후보의 대결은 근소한 차이로 박시종 후보가 승리했다.
당시 민 예비후보는 "박시종 예비후보 측에서 권리당원 명부를 과다 조회(약 4000명)한 김성진 예비후보와 단일화하고 그 명부를 이용한 박 예비후보가 승리했다"며 중앙당에 재심을 요청해 재경선이 결정됐다. 당시 중앙당은 박시종 예비후보에게 페널티(감점 15%)를 부여했다.
며칠 뒤 재경선이 실시되면서 민 예비후보는 "박시종 예비후보가 김성진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소까지 인계받는 등 아무런 부끄러움도 없이 불법 행위자와 손을 잡고 선거운동을 했다"고 몰아갔다.
권리당원 명부 조회는 중앙당에서 일정 기간을 정해 후보자들이 검색할 수 있게 한 시스템이다.
박 예비후보와 김 예비후보를 불법 행위자로 프레임을 씌운 민 예비후보는 페널티를 받은 박 예비후보를 가볍게 따돌리고 공천장을 품에 안았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지역, 민주당의 텃밭이자 심장인 광주에서 경선 승리는 곧 본선 승리와 같은 보증수표나 다름없다. 우여곡절 끝에 제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민 의원은 금지를 가슴에 달고 국회에 입성했다.
4년 전 광주 광산을 민형배 예비후보가 중앙당에 재심을 신청해 인용된 결정문./민형배 예비후보 선거캠프 |
민주당 중앙당에서 권리당원 검색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열어 준 합법적인 절차에서 상대 후보자가 그 기준을 넘어 과다하게 조회한 것을 두고 불법 행위로 몰았던 장본인인 민형배 예비후보가 지난해 3월 광산을 지역위원장 시절 중앙당에서 정기적으로 교부받은 권리당원 명부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한 사실이 23일 들통났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광주 광산을 경선(2월 26~27일)을 3일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권리당원 명부는 권리당원의 이탈을 막기 위해 관리하라는 취지에서 중앙당이 정기적으로 지역위원회에 교부하고 있다. 이 명부는 관리하는 데에만 사용해야 하고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으며 경선에서는 당연히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민주당 다수 관계자의 한목소리다.
민형배 예비후보 선거 캠프 관계자 조모 씨는 이날 권리당원 지인 찾기를 하던 중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지인을 찾는 중"이라고 설명하고 민주당 중앙당에서 문자가 왔는지, 성명, 당원이 맞는지 등을 묻고 민형배 예비후보에 대해 지지를 호소했다.
기자는 민 의원 측에서 권리당원을 찾는 지인 찾기인데 "왜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을까"하는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기자는 조 씨에게 개인정보를 알게 된 경위를 물었다. 조 씨는 추천인이 김모 씨라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모집한 사실은 없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민 예비후보의 선거 캠프 핵심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당원명부 가지고 있죠?"라고 묻자, 이 관계자는 "당원명부는 지역위원회에서 3월 말일까지 가지고 있다. 지역위원회는 공식 기구이며 다 오픈된 것이다"고 말하며 "(중앙당에서) 3월 말까지 당원명부를 교부해 주고 선거가 다가오는 1년 전인가 (조회하지 못하도록) 막는다"고 했다.
지난해 3월에 명부를 가지고 있던 사실을 재확인하기 위한 질문에도 이 관계자는 "그렇지, 그거는 누구나 다 가지고 있지"라고 권리당원 명부를 소장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선거 때마다 있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지역위원장이 유리하다고 그런다"며 "매번 나오는 이야기이고 공식적인 이야기다"라고 재차 답변해 소문으로만 돌던 지역위원장의 당원명부 소장은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다수의 민주당 관계자는 민 예비후보 측의 해명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다"는 입장이다. 명백한 불법으로 경선 배제 사유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이 (지역위원장에게) 당원 명부를 교부하는 목적은 당원을 관리하라는 취지에서 교부하는 것이다"며 "그 이외의 목적에 사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원 명부는 그 당시 기준에서만 사용하고 다시 반납하거나 폐기한다.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일상적인 지역 현장에서 당원 관리 목적이 아닌 선거 목적에 사용하고 있다면 큰일이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4년 전에는 과다 조회였으나 이번에는 당원 명부를 소장하고 있어 사안의 크기가 다르다"면서 "경선 후보로 배제될 수도 있다. 엄청난 큰 문제다"고 귀띔했다.
앞서 민주당은 2020년 2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4·15 총선 후보자 신청 과정에서 권리당원 명단을 확보하기 위해 명부를 과도하게 조회한 예비후보자를 징계하기로 했다.
민주당 최고위는 당시 권리당원 명부를 과다 조회해 100명 이상을 확인한 예비후보는 공천 심사와 경선 과정에서 모두 감점하기로 했다. 페널티는 공천 심사에서 도덕성(15점 만점) 항목에 최하점인 3점을 주고, 기여도(10점 만점) 항목도 최하점인 2점을 적용하고 경선에서는 15%를 감점했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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