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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부족 현상, 한계 달해" vs "국민들은 부족하다 생각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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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령화로 의료수요↑…공급 불균형에 '응급실 뺑뺑이' 등 발생"
의협 "AI발달로 진단 등 외래횟수 줄 것…협의체서 '2천' 말한 적 없어"
의대협 "숭고한 꿈 지키고자 교실·병원 떠나…지속 어려울 정도의 회의"
환자단체 "정부·의협, 모두 환자 팽개쳐…보호자들 잠 못 이루는 상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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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내 불균형이 좀 심해지면서 의사들의 수급이라든지 분배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보면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고 있다'(는 겁니다). 수요는 고령화 등으로 급격하게 늘고 있는데 공급은 한정돼 있다 보니 불균형이 더 심각한 현상으로 나타납니다. (가령) 대형병원의 긴 대기시간이 있고, '환자촌', '응급실 뺑뺑이' 등이 있는데요."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영국은 (예약 후 진료를 받기까지) 1주일, 몇 개월씩 걸려서 사망자 수가 9만 명 이상을 넘는다는 얘기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기시간이 길거나 당일 전문의를 만나지 못한다거나 하는 부분은 전혀 없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우리 국민들이 느끼시기에 '의사가 부족할 때 나타나는 증상이 있는가' 하는 것인데, 한 번 돌아보시면 정말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그렇게 느끼실 것 같습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

의대정원 2천 명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양측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의대 확대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놓고 공개 토론을 벌였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과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오후 KBS 1TV 시사프로그램 '사사건건' 특집 생방송에 출연했다. 앞서 지난 20일 방송된 MBC '100분 토론'에서 유정민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팀장과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등이 같은 주제로 의견을 나눴지만, '책임자'라 할 수 있는 수장급이 직접 맞붙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지난해 초부터 이달 초까지 28차례 진행됐으나 평행선을 달린 '의료현안협의체'와 마찬가지로, 의(醫)-정(政) 간 의견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박 2차관은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이제 한계에 봉착하고 문제점을 노정하기 시작했다는 말씀부터 드린다"며 한쪽에선 미용·성형 등 비급여 시장의 확대로 개원의 등이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데 반해 지역병원은 '심각한 구인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인력 부족으로 잦은 당직에 시달리며 자녀 졸업식에 가본 적이 없을 정도로 사생활이 전무한 삶을 사는 지방 필수의료진, 10여 년 전 생겨나 해마다 느는 진료지원(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등도 근거로 들었다.

박 2차관은 "지난번 '간호법 사태'에서 보듯 업무 영역에 대한 갈등들('의사의 업무냐, 간호사의 업무냐')이 생겼는데, 이는 결국 병원 내 의사 부족에 따라 나타난 현상들"이라며 "지난 10년간 활동의사 수는 약 23%가 늘었는데 개원의는 3.8%가 늘어난 반면 봉직의는 1.4%가 늘었다"고 밝혔다.

그러자 김 비대위원장은 "정부 측 대부분의 발표 내용이나 학자들이 말씀하시는 걸 보면 (거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숫자만 말씀하시는 것 같다"고 받아쳤다.

OECD 통계상 2021년 기준으로 한국의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는 2.6명으로 OECD 평균치(3.7명)에 많이 못 미친다는 정부의 증원 근거를 반박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각 나라의 의료 보장체계나 시스템이 분명히 다른 부분이 있는데, 그런 부분은 논의하지 않고 갑자기 인구 수당 의사 수로 대비해 늘 '(의사가) 부족하다'고 한다"며 "스웨덴은 (인구당) 의사 수는 정말 많지만 자동차 안에서 출산하는 방법을 알려줄 정도로 의사들을 만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임산부가) 언제든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 충분히 (분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원가는 좀 넘치고, 공직이나 필수의료과 종사자가 일부 부족한 것은 맞다"면서도 "왜 부족한가를 논의하기 시작하면 '의사 수 부족'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의료시스템, 또 필수의료과를 기피하는 그 원인에서 해답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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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2035년까지 1만 명의 의사를 확충하겠다는 정부 계획을 뒷받침한 보고서들에 대한 시각도 갈렸다. 정부는 서울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미래 의사인력 추계를 인용하며, 10년 후엔 약 1만 명의 의사가 부족할 거라고 제시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그 보고서들은 장기적 추세를 예측하신 것 같다. 그런데 현재 국민들은 과거보다 훨씬 더 건강한 삶의 지표들을 많이 보이고 있다"며 "한국이 외국에 비해 약 3배 정도 의료이용이 많다는 점에서 이 횟수를 줄여 나간다면, 오히려 1만 증원보다 의사 수를 줄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AI(인공지능) 발달로 인해 의료 업무도 열 사람이 할 것을 한두 사람이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기술의 발전이 외래횟수 감소로 이어질 거라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은 "10년 뒤 진단치료가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많은 허점을 지닌 보고서의 결과치에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2차관은 "대한민국 최고 연구자들이 한 연구로, 굉장히 다양한 시나리오가 적용돼 있다"며 "저희는 (오히려) 굉장히 보수적으로 (결과를) 봐서 '1만 부족'이라는 공통점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의료취약지 등을 중심으로 현재 부족한 의사가 '5천 명'이라는 추가 분석이 더해졌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AI가 업무 효율화를 가져올 거라는 김 위원장 주장에 대해선 "지금(도) AI 등이 도입돼 과거보다 더 신속하게 진단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술·진단에 들어가는 시간을 100에서 50이나 20으로 (획기적으로) 낮출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기술의 혁신은 어디까지나 보완재일 뿐, '의사 부족'에 대한 근본적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취지다.

논의과정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2천 명'에 대한 얘기는 협의체에서 나온 적이 없다", "정말로 증원이 필요하다면 정확한 정원(계산)을 위한 추계위원회 등을 만들어 논의해야 한다"고 밝힌 반면 박 2차관은 "최종 의사결정을 하기까지는 굉장히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기에 의료계에 '2천을 받을래', 아니면 '1천으로 줄일까' 등 흥정하듯이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의대정원 2천 명(증원)은 (정부가) 한 발도 양보할 수 없다는 점이 이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고, 박 2차관은 "(증원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그 규모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다시 또 줄이자던지 혹은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논의하자'고 하면 나중에 충격이 더 커진다"고 말해 인식의 간극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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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지난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양측은 전공의 '무더기 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과 관련해서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전공의들이 떠났다고 의료시스템이 붕괴한다는 건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판단했고, 박 2차관은 "어떤 정책을 발표하면 '실력 행사'부터 한다"고 집단행동을 비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잇따라 휴학계를 제출하고 있는 의대생 단체도 참여했다. 김건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비대위원장은 전화 연결을 통해 "(의대생들이) 본인의 학업을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박탈감과 회의를 느낀 것"이라고 의대 증원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성인이 되기도 전에 평생 직업으로 타인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한 학생들인데, 이들이 교실과 병원을 떠나는 건 본인들의 숭고한 꿈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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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이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리는 대한전공의협의회 2024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박종민 기자



환자단체는 현 상황을 초래한 정부와 의료계 모두 책임이 있다고 봤다. 안선영 중증질환환자연합회 이사는 "장기화 조짐 때문에 환자 보호자들은 지금 잠을 못 이루시는 상태"라며 "정부도, 의협도 환자를 내팽개쳤다"고 분노를 드러냈다. 가장 큰 피해자인 환자들을 배제한 채 진행된 이날 토론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안 이사는 의대협의 발언에 대해 "의사(가 되기 위해서)만 밤을 새워 공부하고, 열정을 갖고 도덕성을 담아 직업을 선택하지 않는다. 모두가 각각의 소명, 사명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계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의사만 특별한 사명감으로 종사하는 직군이 아니란 의미로 꼬집은 것이다.

박 2차관은 "참 송구한 마음이 든다. 전공의들이 현장을 비우고 나가는 바람에 상급병원이 환자를 못 보는 상태가 돼 어려움이 있지만 정부가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의협은 국민 건강을 늘 지키고자 하는 단체"라며 "이번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저희의 목소리를 낼 방법이 없어서 개개인이 이런 선택을 했다는 점을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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