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대장주인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에 대한 골드만삭스의 트레이딩 데스크가 내린 평가다.
젠슨 황(오른쪽) 엔비디아 CEO가 아마존 웹 서비스가 주최하는 컨퍼런스인 AWS 리인벤트 2023에서 생성형 AI 협력 확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AFP) |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구 1등 주식’이라는 평가를 받는 엔비디아가 글로벌 금융 시장의 거물로 자리매김했다며, 엔비디아만큼 인공지능(AI)에 대한 열정을 대표하는 상장 기업이 없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는 회계연도 4분기(11~1월) 영업이익이 1년 전 대비 983%, 순이익이 769% 뛰어오르는 등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생성형 AI가 티핑포인트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티핑 포인트는 특정 현상이나 기술이 서서히 나타나다 어느 시점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말한다.
엔비디아의 호실적 발표에 이날 하루 16.40% 급등한 785.38달러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주식과 옵션 거래량의 급증으로 테슬라의 거래량을 능가하고 있다.
월가 일각에선 엔비디아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이번 실적으로 높은 가치가 책정된 것을 정당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샬 비벡 씨티그룹 전략가는 “작년 말까지만 해도 (AI 투자) 열기가 식을 거라는 우려가 일부 있었다”면서 “AI 테마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시장은 이를 주요한 시사점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이미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을 제치고 미국 시가총액 3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이날 주가 급등으로 시가총액도 껑충 뛰어 1조9630억달러를 기록, 전 세계 시가총액 3위인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2조650억달러)와의 격차도 좁혀지고 있다.
이러한 영향력이 이제 트레이더와 애널리스트들이 엔비디아의 분기별 수익 보고서를 시장을 움직이는 거시적 이벤트처럼 취급하고 있다고 FT는 강조했다. 거시경제를 책임지는 대표적 이벤트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나 영국 영란은행(BOE) 회의 이후처럼 관심이 집중된다는 것. 찰리 맥켈리고트 노무라 파생시장 전략가는 “엔비디아의 후광 효과가 최근 몇달간 미국 주식 시장을 거의 혼자서 지탱해 왔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로고(사진=로이터) |
이러한 관심이 거세지면서 엔비디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모든 회사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FT는 설명했다. 실제 엔비디아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소형주 나노-엑스 이미징과 사운드하운드의 주가가 폭등하기도 했다.
엔비디아뿐 아니라 AI 성장의 수혜주로 꼽히는 AMD(10.69%)와 브로드컴(6.31%) 주가도 급등했다. 유럽에선 ASML(4.81%), 일본에선 도쿄일렉트론(5.97%) 등 반도체주도 견인했다.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최근의 우려에도 엔비디아의 강력한 실적이 미국 주식시장의 금리 불안을 잠재울 거란 분석이 나온다. JP모건체이스의 트레이딩 데스크는 이날 낸 보고서에서 “매그니피센트7이 금리 환경에 관계없이 수익 기대치를 충족하는 것으로 입증됐기 때문에 주식과 금리의 디커플링을 촉진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비디아 주가가 고평가 상태라는 신중론도 있다. UBS는 매출 증가세 둔화 가능성을 들어 목표 주가를 850달러에서 800달러로 하향했다.
반도체 및 AI 관련주의 고평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련 주식과 지수가 ‘거품’ 영역에 근접하고 있다는 관측에서다. 필립 콜마 MRB 파트너스 분석가는 “경기변동에 민감한 반도체 업종 특성을 고려하면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증시 랠리는 내재적인 위험을 수반한다”라고 말했다. 테드 모튼슨 베어드 기술전략가는 “(일부 분야에서는) 밸류에이션과 펀더멘털 사이에 불일치가 있다”며 “2000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시장의 이름을 나스닥에서 드래프트킹스(미국 최대 스포츠 베팅 온라인 플랫폼)으로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