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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장기화 피로감에…美·유럽 우크라 지원 딜레마 [러-우 전쟁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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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지원안 승인과 11월 대선 관건
‘단일대오’ EU, 우크라에 72조원 장기지원 확정
푸틴, 전쟁 승리 후 유럽 확전 ‘절망적 시나리오’도


헤럴드경제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오데사 지역에서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전투 중 자주포 위에 앉아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러시아와 2년간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지원에 힘입어 그동안 예상 밖으로 선전했으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추가 지원에 난항을 겪고 있다.

‘키엘 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월까지 지난 2년간 우크라이나의 동맹국들은 막대한 군사적, 재정적,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했다. 우선 유럽연합(EU)이 약 920억달러(약 122조원), 미국이 약 730억달러(약 97조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되자 동맹국들이 자국 내 반발 여론에 부딪히며 우크라 지원은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공화당 장악’ 하원에 막힌 美 우크라 지원…11월 미 대선도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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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만나 회담을 하고 있다. [UPI]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에 가로막혀 우크라 지원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미 상원은 지난 13일 우크라이나에 601억달러를 포함한 특별 해외지원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공화당 우위의 하원에선 마이크 존슨 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의원 대다수가 부결시키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있다. 지난 14일 존슨 의장은 지원 예산안을 서둘러 처리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특별지원법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제2차 특별지원법안으로 반년 넘게 공화당 벽에 부딪혀 무산을 거듭했다.

우크라이나의 무기 지원 호소 속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오는 26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우크라 지원을 논의하기 위한 국제회의를 개최한다. 유럽 정상과 장관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반면 한때 무기가 고갈됐던 러시아는 북한 지원에 힘입어 다시 공세에 나서는 모양새다. 러시아는 미국의 우크라 대규모 지원이 지연되고 있는 틈을 노려 지난해 10월부터 집중 공략했던 동부 도네츠크주 요충지 아우디이우카를 최근 함락하는 데 성공했다. 우크라에겐 방어 거점이자 전략적, 물류적 요충지였던 지역이다. 아우디이우카가 넘어가면서 승기도 러시아 쪽으로 기울고 있다.

앞으로의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은 미국의 지원안 승인과 11월 미 대선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우디이우카 함락과 러시아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옥중 급사로 하원이 지원안 통과에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하나의 변수인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우크라와 상관없이 전쟁이 강제로 끝나거나 미국 지원이 끊겨 결국 패배하는 식으로 흘러갈 수 있다.

EU “美 상관없이 유럽 안보 스스로 지켜야”
헤럴드경제

지난 1일 이탈리아의 조르지아 멜로니(왼쪽) 총리,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 등이 다자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FP]


이와 별개로 유럽은 “미국과 상관없이 유럽 안보는 스스로 지키자”며 우크라 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나 미국의 지지부진한 지원에 눈치를 보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 9일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 자리에서 “(미 의회가) 필요한 지원 관련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며 “미국이나 유럽 국가 지원이 없으면 우크라이나는 나라를 지킬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EU는 지난 1일 올해부터 4년간 우크라이나에 500억유로(약 72조2500억원)를 장기 지원하기로 만장일치 확정한 상태다. 지원안은 지난해 여름 결의됐지만, 러시아와 가까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단독 반대로 협상 타결에 난항을 겪었다.

전황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완전한 승리’보다 ‘종전 협상에서 유리한 지점 확보’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점령당한 자국 영토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우크라이나는 이런 평화 협정에는 전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결국 전쟁의 승패는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지원 의지에 달렸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 싱크탱크 랜드(RAND)연구소의 라파엘 코언 선임연구원은 “이 전쟁은 미국 대선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원조 유지 여부에 달렸다”며 “이 전쟁의 승패는 워싱턴DC에서 결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진 루머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이사도 “서방의 군사 지원 없이는 우크라이나가 2025년에 러시아 점령지를 탈환하기 위해 대규모 작전을 성공적으로 재개할 가능성은 낙관적이지 않다”고 짚었다.

“푸틴, 전쟁 승리 이후 NATO로 눈 돌릴 수 있어”…‘재앙적 시나리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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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


우크라이나의 패배는 유럽 전체를 전쟁으로 몰고 가는 ‘재앙적 시나리오’라는 경고도 나온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는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이후) 폴란드를 시작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로 눈을 돌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전혀 억지스러운 예측이 아니며 불가피한 결과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독일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이 부진한 틈을 타 러시아가 올봄 대규모 공세를 펼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한 뒤 10년 이내에 나토와 전쟁을 벌일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한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8일 폭스뉴스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정말로 전쟁을 멈추고 싶다면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패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미국을 향해 “러시아와 협상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라고 도발하기도 했다.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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