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는 ETF 거래의 유동성을 제공하는 기관으로, ET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와 계약을 맺은 증권사다. LP는 투자자의 원활한 거래를 위해 장 중에 매수와 매도 호가를 제공한다. LP는 ETF의 공정가치(ETF 구성종목의 가격 합계)와 매매 호가 간 차이인 호가 스프레드가 0.5~1%를 초과하면 5분 이내에 호가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인도 ETF는 5개다. 구체적으로 ▲KODEX 인도Nifty50 ▲KODEX 인도Nifty50레버리지 ▲KOSEF 인도Nifty50 ▲TIGER 인도니프티50 ▲TIGER 인도니프티50레버리지 등이다.
이들 ETF가 공통으로 추종하는 지수인 ‘니프티50′은 우리나라 코스피 50과 유사하다. 니프티50 지수는 인도거래소에 상장된 종목 중 유동성과 유동 시가총액 등을 감안해 선정된 50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인도의 대형주 지수로 금융, IT, 에너지, 임의소비재, 필수소비재 등이 포함돼 있다.
코스피가 최근 1년 동안 8.25% 오를 때 니프티50은 이보다 3배 많은 24.26%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유망한 투자처로 떠올랐다.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글로벌 생산지인 데다 세계 1위의 인구 규모를 바탕으로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인도 증시에 상승 시동이 걸리자 여기에 탑승하려는 국내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ETF의 순자산총액(AUM)은 커지고 있다.
다만 인도처럼 주요 시장이 아닌 해외 ETF는 여타 ETF를 투자할 때보다 더 주의해야 한다. LP의 헤지가 까다로워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LP는 ETF 호가 스프레드를 축소하기 위해 매수 호가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ETF를 매수하게 되는데 이때 LP는 ETF 보유로 인한 가격 변동 위험에 노출된다. LP는 이를 헤지(상쇄)하기 위해 선물을 이용하기도 한다. 실제 인도 니프티50 ETF의 LP는 니프티50의 선물을 이용한다.
문제는 LP들이 활용하는 니프티50선물이 싱가포르 거래소에 상장돼 있다는 점이다. 싱가포르는 우리나라보다 1시간 빨라 싱가포르 거래소 개장 시간은 우리 시간으로 오전 10시다. 즉 국내 인도 ETF의 LP들은 오전 9~10시엔 헤지 업무를 실시간으로 할 수 없는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인도니프티50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본 ETF의 LP는 싱가포르 거래소에 상장된 니프티50선물을 이용해 장내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며 “한국 시간 오전 9~10시엔 싱가포르 거래소가 열리지 않아 LP의 헤지 업무 수행이 제한되고 그로 인해 호가 제출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은 다른 인도 ETF를 낸 삼성자산운용과 키움자산운용도 마찬가지다.
이 시간에 LP들은 궁여지책으로 헤지 없이 스프레드 비율 내에서 호가를 제시한다. LP들은 최우선 매도호가와 최우선 매도호가 사이에 일정한 간격인 스프레드를 두고 호가를 내는데, 이 스프레드를 ETF의 현재가격으로 나눈 비율이 스프레드 비율이다. 통상 해외 ETF의 스프레드 비율은 2%다. 다만 ETF 가격 변동 위험을 완전히 헤지하지 못 해 이 시간엔 LP들이 평소처럼 자유롭게 호가를 내진 못한다.
LP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투자자는 크게 손실을 볼 수 있다. LP는 의무적으로 호가를 내야 하지만 ▲오전 동시호가 시간(오전 8~9시) ▲주식시장 개시 후 5분(오전 9시~9시 5분) ▲오후 동시호가 시간(오후 3시 20분~3시 30분)엔 의무가 면제된다.
지난 2018년 12월 26일 A씨는 전날 종가가 1만7700원이었던 모 ETF를 개장하자마자 시장가에 매도했는데 오전 9시 4분에 주당 7115원에 3555주의 거래가 체결됐다. LP가 호가를 내지 않은 시간에 시장가로 내놔 전날 종가에 비해 59.8%를 손해본 것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ETF는 LP의 헤지에 문제가 없을 때 거래하는 게 가격 측면에서 가장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문수빈 기자(be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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