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은행 창구의 모습.ⓒ News1 이승배 기자 |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시중은행들이 올 초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출시에 맞춰 경쟁적으로 내렸던 대출금리를 다시 올리고 있다. 금리인하 기대감에 대출수요가 몰려들면서 가계대출이 또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에 외형 경쟁을 지양할 것을 당부하는 한편, 가계대출을 과도하게 늘리는 금융회사를 따로 관리할 것이라 경고하고 나서 당분간 대출 문턱이 높아질 전망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가계대출 안정화를 위해 지난 19일부터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0.05∼0.20%포인트(p) 인상했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의 대표 주담대 상품인 신한주택대출의 경우 금리가 연 4.21∼5.82%(신규코픽스 기준 변동형)로 0.20%p 올랐다. 준거금리인 코픽스가 두 달 연속 하락했음에도 가산금리를 올려 금리를 높인 것이다.
금융채를 준거금리로 삼는 주담대 혼합형 상품도 연 3.52∼5.53%로 0.15%p 인상됐다. 같은 기간 금융채(AAA) 5년물 인상 폭(0.10%p)과 비교해도 금리 인상 폭이 더 크다.
앞서 KB국민은행도 이달 초 주담대 가산금리를 0.23%p 인상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의 주담대 변동형(신규코픽스 기준) 금리는 지난 5일 4.07~5.47%에서 20일 4.12~5.52%로 뛰었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지난달 연 3.49%까지 낮췄던 주담대 최저금리가 현재 연 3.67%까지 오른 상태다.
은행들은 한 달 전만 해도 '온라인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 출시 이후 고객 유치를 위해 금리를 경쟁적으로 낮추면서 주담대 최저금리가 3% 초반까지 떨어졌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시 가계대출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대출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수요를 제한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98조4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3조4000억 원 늘어 10개월 연속 증가했다. 주담대(855조3000억 원)가 4조9000억 원 늘어 증가세를 주도했다. 1월 기준으로 2021년 1월(5조 원↑) 다음으로 역대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가계부채 리스크 점검 회의’를 열고 금융권을 향해 "불필요한 외형 경쟁을 지양하라"며 경고했다.
김 부위원장은 "2024년에도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내 관리하기 위해서는 여러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며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대출수요 확대, 금리 인하기 발생할 수 있는 금융권 과당경쟁 우려 등 어려움이 있으나, 가계부채를 엄정히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국은 개별 금융회사별 유형·용도별 대출 추이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과도한 금융회사 등에 대해서는 자체 관리 방안 등을 협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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