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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담배꽁초 없는 서울’ 만들겠다더니…예산 부족으로 사업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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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 젊음의 거리에 있는 한 빗물받이에 담배꽁초가 쌓여 있다. 사진=임지혜 기자



지난해 6월 ‘담배꽁초 없는 서울 만들기 추진 계획’으로 ‘꽁초와의 전쟁’을 선포한 서울시가 여전히 담뱃갑·꽁초 쓰레기에 시달리고 있다. 시는 올해 시가랩(꽁초 밀봉 용지) 보급, 담배꽁초 수거보상제도 확대 등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관련 예산이 아예 배정조차 되지 않아 기대했던 주요 사업이 좌초될 위기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담배꽁초 처리 사업 예산은 총 1억원이다. 담배꽁초 무단투기 인식 개선 홍보에도 1억원이 편성됐지만, 쓰레기 처리 기준으로 담배꽁초 수거함 확대 비용을 제외하면 관련 예산은 전무하다. 지난해엔 이마저 예산도 없었다. 담배꽁초 처리 사업 예산이 새롭게 생긴 것은 반가운 일이다. 다만 지난해 ‘담배꽁초 없는 서울’을 만들겠다던 서울시의 모습에 비해 소극적인 지원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서울은 길거리 담배꽁초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는 지난해 6월 ‘담배꽁초 없는 서울 만들기 추진 계획’을 세우고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문화를 확산하겠다고 발표했다. 휴대용 재떨이와 시가랩을 보급하고 담배꽁초 전용 수거함 확대 설치, 무단투기 시 과태료 상향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하지만 사실상 요원한 상태다.

또 시는 20세 이상 시민들이 200g 이상 꽁초를 모아오면 g당 20~30원씩 지금하는 담배꽁초 수거보상제 확대도 추진하고 있지만, 올해는 예산이 책정되지 못했다. 지난해 기준 25개 자치구 중 용산구, 성동구, 도봉구 등 3곳만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시는 전반적인 예산 삭감 여파라는 입장이다. 올해 서울시 예산은 45조7405억원으로 지난해 본예산보다 1조4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계획과 달리 올해 관련 예산이 적게 책정돼 기대만큼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서울시 관계자는 “담배꽁초 처리와 관련해 세부적인 계획은 미정”이라면서도 “(예산이 책정된) 담배꽁초 수거함을 확대하고 담배꽁초 무단투기 인식 개선 홍보를 통해 담배꽁초 무단 투기의 유해성에 대해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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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익선동 인근에 마련된 담배꽁초 수거함에 꽁초 외 쓰레기도 버려져 있다. 사진=임지혜 기자



달라지지 않은 담배꽁초와의 전쟁


서울시와 25개 자치구가 담배꽁초 전용 쓰레기통 관리, 담배꽁초 줍깅(걸으면서 쓰레기 줍기) 활성화 등에 나서고는 있지만, 여전히 거리 곳곳은 담뱃갑, 꽁초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모습이다.

지난 20일 유동 인구가 많은 종로구 젊음의 거리와 익선동 일대 거리 음식점과 카페, 술집 가게 앞이나 골목에는 담배꽁초가 어지러이 버려져 있었다. 몇몇 가게 앞에는 흙만 담긴 화분, 철제 꽁초 수거통이 있었지만, 통 주변에 버려진 꽁초 개수가 더 많았다. 상인 A씨는 “가게 앞에 꽁초 수거통을 만들면 흡연구역처럼 돼서 설치하지 않았다”며 “꽁초 수거통이 있어도, 없어도 문제다”라고 말했다.

‘담배꽁초 및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 안내문이 부착된 곳에 즐비한 일회용 커피컵 안에는 음료가 아닌 담배꽁초가 가득했다. 좁은 골목마다 선 사람들은 담배를 태웠고, 버려질 곳 없는 꽁초는 그대로 바닥에 내던져졌다. 빗물받이를 가득 채운 담배꽁초 사진을 찍는 기자를 관심 있게 살피면서도 눈앞에 꽁초를 던지고 자리를 떠나는 이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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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꽁초 및 쓰레기 투기 금지 안내문이 부착된 곳에 버려진 쓰레기들. 사진=임지혜 기자



서울 자치구들은 지역 내 담배꽁초 수거함은 마련해 놓고 있지만, 찾기 쉽지 않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담배꽁초 수거함(쓰레기통)은 1047개가 있다. 서울 종로, 상암, 서울역 등 일부 지역을 약 2시간가량 걸어서 돌아다녔지만, 흡연부스가 아닌 곳에서 기자가 발견한 수거함은 3개였다. 젊은 청년들의 핫플레이스로, 대낮에도 유동 인구가 많던 익선동에선 수거함을 1개밖에 찾지 못했다. 비교적 한산한 종로 귀금속거리에서 2개를 찾았다. 수거함 앞에서 만난 시민 B씨는 “수거함을 굳이 찾아다니진 않는다”며 “흡연부스나 수거함이 흡연자에 비해 적어 담배꽁초를 버릴 곳을 찾기 힘들어서 바닥에 버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치구별로 담배꽁초 무단 투기 다발 지역을 위주로 위치를 선정해 수거함을 설치한다. 보통 상가 지역에 많이 설치하는 편”이라며 “(인파가 많은 곳에) 설치했다가 민원으로 철거해 없어졌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수거함을 두면 해당 장소가 담배꽁초 흡연 구역화가 되는 현상이 있어 설치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한다.

환경 전문가는 담배꽁초로 인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해관계들의 합의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담배꽁초 문제는 지자체만의 노력으로 해결되긴 어렵다”며 “지자체에서 담배꽁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거 체계를 마련하고 수거 문화 확산을 위해 이를 홍보하는 것은 최선의 노력”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담배꽁초 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흡연구역, 수거함을 늘려 흡연자들이 명확히 구분된 장소에서 흡연하고 담배꽁초를 길에 버리지 않는 문화를 확산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수거함이 늘어나는 데 사회적 합의가 안됐다. 이런 합의를 잘 끌어내는게 지자체의 몫”이라고 했다. 이어 “담배회사들이 꽁초 문제에 더 책임지고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지자체와 담배회사가 협약을 맺어 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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