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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올트먼 9000조 투자 유치, 젠슨 황 맞춤형 설계…AI·GPU 대표주자 맞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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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AP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12일(현지시간)부터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2024 세계정부정상회의(WGS)’에서 두 인공지능(AI) 거물의 참석이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올 두 CEO의 새 전략이 알려진 직후라서다. 엔비디아의 영향력을 벗어나려는 올트먼의 행보가 더욱 대담해지는 가운데, AI 반도체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지키려는 황 역시 이에 대응할 채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트먼이 5조~7조 달러(최대 약 9300조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올트먼은 이를 위해 아랍에미리트(UAE) 정부를 포함한 큰손 투자자들을 만나 논의 중이다.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전체 매출액이 5270억 달러(약 702조원,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인 것과 비교하면 7조 달러라는 투자 금액은 천문학적으로 큰 규모다. 현재 기업가치 세계 1·2위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시총 합인 6조 달러(약 8000조원)보다도 많다. WSJ는 “올트먼이 세상을 바꾸려 야심 찬 계획을 세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7조 달러, 반도체 판 바꾸나



올트먼이 이렇게 반도체 산업의 질서를 뒤흔들만한 구상을 하는 배경에는 극심한 반도체 부족이 자리한다. 오픈AI가 개발한 생성 인공지능(AI) 챗GPT를 개발·운영하는 데는 데이터 연산을 초고속·저전력으로 해내는 반도체가 대량으로 필요하다. 오픈AI뿐 아니라 구글·아마존·메타 등 기술기업들도 자체 AI 개발에 나서면서 고성능 반도체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이 시장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독점하고 있는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개당 가격이 수천만 원에 달해 오픈AI의 지속한 적자 원인으로도 값비싼 GPU가 지목된다.

성능의 효율성도 문제다. 엔비디아 GPU는 고사양이지만, 게임 등에서 그래픽을 처리하는 용도로 개발돼 AI용으로 쓸 때는 전력이 비효율적으로 소비되는 단점이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올트먼은 생성AI에 쓰일 반도체를 맞춤형으로 설계하고, 직접 제조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천문학적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올트먼은 중동의 ‘오일머니’와도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그는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의 동생이자 AI스타트업 G42를 설립한 셰이크 타흐눈 국가안보 고문을 만나 해당 계획을 설명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과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는 반도체 제조의 부흥을 꿈꾸는 미국 정부의 동의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는 “올트먼이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과도 만나 계획을 설명했다”면서도 “그의 야망이 실현되려면 미국 정부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복잡한 글로벌 반도체 산업 관계자와 네트워크를 모두 설득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설계 지원 카드 내민 엔비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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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희권 기자


또 다른 강자 엔비디아는 이런 올트먼의 계획에 응수라도 하듯 맞춤형 AI반도체 시장 공략에 나섰다. 같은 날 로이터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고객사 요청에 따라 맞춤형 AI반도체를 설계하는 새 사업부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미 에릭슨 같은 글로벌 기업을 고객사로 유치하고 제품 개발을 협업 중이다.

올트먼의 과감한 행보를 포함해 시장에서는 AI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려는 반(反)엔비디아 움직임이 늘고 있다. 이에 AI반도체 시장 8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가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해 맞춤형 칩 지원까지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아마존과 메타·마이크로소프트(MS)·알파벳·오픈AI와도 맞춤형 칩 제작에 대해 논의했다. 자체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오픈AI와 설계 분야에서 손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반도체 산업 영향은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이런 지각변동이 일어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기회가 될 것으로 봤다. 올트먼의 거대한 반도체 제조 프로젝트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어서다. 엔비디아가 맞춤형 AI반도체 설계 시장에 진출하는 것 역시 파운드리(위탁생산)에 기회다.

하지만 변곡점에서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뒤처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트먼은 한국 기업뿐 아니라 TSMC·인텔 등도 만나며 저울질을 하고 있다”며 “오픈AI나 엔비디아가 TSMC 한곳의 손만 잡는다면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큰 성장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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